[기고] 공감능력 길러주어야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감능력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이를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것을 뜻한다.

비슷한 말인 동정(sympathy)이 소극적이라면, 공감(empathy)은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포용해 고통을 덜어주려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다. 이러한 공감의 감성은 여성, 어린이, 노약자, 소수민족, 저소득층, 장애자 등에게까지 평등의 손을 뻗게 만들었다. 미래사회는 창의성, 집단지성, 전문성 등의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외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공감능력이다. 예를 들어 의사에게는 의학에 대한 전문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환자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한다.

매일 환자로 북적이는 병원이 있었다. “환자가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할 텐데, 왜 이 병원에만 오시나요?” 라는 물음에 환자는 “이 병원의 의사선생님은 우리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시고 공감해 주시거든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방송국의 리포터는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야 하며 인터뷰 대상자를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시도하기보다 먼저 상대의 마음을 열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가르치기에 앞서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습동기를 유발하여 스스로 참여하는 배움중심수업이 전개되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공감의 시대’를 통해 우리에게 던져진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공감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며, 그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첫째, 다양한 역지사지(易地思之) 체험으로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많은 체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소통할 수 있다.

둘째, 연극이나 역할극을 통해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별명을 부르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상황을 연극이나 역할극으로 꾸며보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니?”의 질문을 하는 것이다. “철수야, 만약 인호가 너한테 ‘돼지’라고 별명을 불렀다면 넌 어떤 기분이 들겠니?”와 같은 질문은 학생의 생각을 정리하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어른들이 먼저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어른들의 공감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공감능력을 길러주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된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며 “정말?”, “아 그래?”, “오~”, “저런” 등의 공감하는 표현으로 아이의 감정을 지지해 주자. 어른들이 자신의 감정을 경청해 줄 때 다른 사람을 향해서도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상호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능력이다. 공감능력이 더불어 행복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 공감하기는 쉽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적극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인간들의 삶 속에서 삶을 온전히 담아내는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공감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정종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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