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전원주 씨의 “감히 내 아들을 빼앗은 나쁜 며느리”라는 ‘용감한’ 발언이 인터넷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간 각별한 아들사랑을 곧잘 드러내 온 전씨인지라 그리 놀라울 것도 없지만 최근 TV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며느리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여과 없이 화끈하게 표출하여 네티즌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원주씨의 경우 ‘고부갈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서 “결혼 후 아들을 뺏겼다는 생각이 백번 천 번 든다… 아들은 내 전체의 기둥이고 내 생명이고 내 마음의 전체였다”고 했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같은 한 남자를 반씩 나눠 갖는 것이다. 며느리가 지나치게 색을 쓰면 안된다… 가끔 아들 집에 전화 안하고 몰래 간다. 내 아들 집인데 뭐 어떠냐” 라고 했다. 특히 아침방송에서는 둘째 며느리를 앞에 앉혀놓고 “너와의 결혼은 혼전임신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한 거다” 등의 말을 퍼부어 결국 며느리가 눈물을 흘리게 했다고 한다. 이에 전씨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장성한 아들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런데 전원주씨가 자랑스러워한 ‘잘난’ 아들들이 백수인데다 손자들은 초등학교부터 유학 보냈고, 이들의 생활비와 유학비 등을 그가 대고 있다는 네티즌 수사대의 글이 올라가며 양상이 바뀌었다. 시어머니 돈으로 사는 주제에 조기 유학 등 할 것 다하는(?) 며느리에 대한 비난을 제기하는 측과 한편으로는 돈 좀 대준다고 그런 모멸감을 줄 수 있느냐는 며느리 옹호론, 아직도 부모로부터 자립 못하는 아들과 낭비하는 며느리, 경제적 도움을 기화로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시어머니 모두 잘한 것이 없다는 일종의 양비론 아니 삼비론이 제기된 것인데 전원주 씨를 비난하는 쪽이 수적으로 훨씬 많다.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우리에게 있어 절제를 요구받지 않는 일이기는 하다. ‘튀는’ 아들사랑과 아들자랑은 일종의 애교로 여기곤 했던 것이다. 이미 결혼한 아들과의 애정의 끈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와 이에 질색하는 며느리의 관계를 그린 영화 ‘올가미’가 우리나라에서는 히트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라 수출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 떠올려진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아들을 자신의 부속품처럼 보고 끝없이 간섭하거나 며느리를 인격적 존재로 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아들과 자신을 분리해 보지 못하기 때문에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같은 한 남자를 반씩 나눠 갖는 것…(결혼 이후) 나 혼자 외톨이가 되었다” 라는 황당한 말을 하는 것이고, “내 아들 집인데 왜 전화하고 가느냐”는 등 무례한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다. 며느리를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면 “감히 내 아들을 빼앗은 주제에 인간대접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식의 천박한 인식과 행동은 없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추석 연휴에 서울의 한 특급 호텔에서는 ‘여고(女高) 패키지’ 상품을 기획했다. 여고 패키지란 추석 때 고생한 부인을 위로하기 위한 기획 상품 ‘여보 고마워 패키지’의 줄임말이란다. 1박에 조식까지 주는 특급 호텔의 숙박비치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되어 있다.
며느리를 인격적 존재로 대하지 않아
이번 추석에도 이 땅의 많은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지극한 아들사랑에 대비되는 언어폭력과 육체적 피로 속에 고행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여고 패키지야말로 부인 고생시킨 남편들에게 알량한 속죄의 기회를 주는 면죄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여고 패키지는 여성들의 희생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예라 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개선의 필요성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작은 변화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김상엽 건국대 연구교수·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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