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박해진 경기신보 이사장

"지금이 퇴임 적기… 소상공인ㆍ중기지원 열정갖고 대해야"

“오래했다.. 후회 없이 했다”

지난 2005년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7년10개월 동안 경기신보를 이끌어온 박해진 이사장.

그는 임기를 두 달여 남겨 놓은 지난 10월 갑작스럽게 퇴임 의사를 밝혀 경기신보 안팎이 시끌시끌했다.

세 번의 연임을 하면서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기신보를 이끌어와 올해를 끝으로 퇴진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지속적으로 나왔으나 박 이사장이 없는 경기신보를 상상하기 어려웠기에 박 이사장의 퇴임 소식은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지난 2004년 불법보증사고로 존립 위기에 놓였던 경기신보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강도 높은 조직 혁신으로 지금의 경기신보를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 이사장.

지난 15일 박 이사장의 집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자 “오래했다. 후회 없이 했다”며 경기신보를 떠나는 심경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8년간 많은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경기신보 이사장으로 보낸 지난 8년여를 돌아보면 여러 가지 생각함 교차한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 일도 많았다.

취임 전, 5만2천여개 업체 1조8천여억원에 불과했던 보증지원 규모가 현재는 27만6천여개 업체 8조6천여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출연금 역시 2천3백여 원에서 4천3백여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점도 5개(북부 1개)에서 19개 지점(북부 5개)으로 확대됐으며, 50여명 남짓하던 직원 수도 3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재단의 성장과 발전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직접 금융까지 담당하는 종합금융기관으로의 도약과 대기업의 의무출연금 확보, 독립 사옥 건설 등을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임기를 두 달여나 남은 시점에 퇴임 결정을 발표해 주변을 놀래켰는데.

▲지난 10월 19일 재단 회의실에서 간부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12월 임기 종료와 함께 경기신보를 떠나겠다고 퇴임 의사를 밝혔다.

김문수 지사의 임기도 1년 반 정도 남은 상황에서 끝까지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 도리지만 개인적인 판단은 접어두고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이사장을 위한 공모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고자 조기에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주위의 만류도 있었고 재임에 대한 권고도 있었지만, 지금이야말로 명예롭고 떳떳하게 경기신보를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이 됐다.

- 최근 경기도의 감사도 받았고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도 받았다. 마지막 감사였는데 어땠나.

▲8년 동안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8번 받았고, 업무보고까지 더하면 약 20회 가량 도의원 앞에서 보고한 것 같다. 그러나 매번 송구스럽게도 분에 넘치는 칭찬과 격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단이 정말 잘해서 이런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받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실제보다 과대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갖게 된다.

재단 직원들이 좀 더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겸허하게,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열정적으로 도내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이번 도의 감사는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감사는 기관을 지도해 주는 것이지 심문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에는 엄격하게 처분하되 피감사기관에 대한 상호 간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피감사기관은 감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로 많은 부담을 받는다. 감사기관에서 윽박지르고 심문하듯 대하면 적절한 설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번 도의 감사는 충분히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주는 감사가 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20년 전 농협에 근무할 때는 감사를 나가면서도 피 감사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너편에 마주 앉아서 질문하지 않고 옆에 앉아서 지도하듯이 감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면에서 경기도의 감사 문화는 아직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경기신보는 다른 도내 산하기관과는 분리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곳은 경기도 산하 유일한 공공기관으로서 자체적인 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경기신보는 도 예산만 가지고는 운영이 안 돼 밖에 나가 출연금을 세일즈 해와 겨우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으로서 기본적인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는 것은 맞지만, 도가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은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름대로의 조직 체계와 시스템을 갖고 있는 만큼 대표자에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더 공격적으로 기관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담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오랜 기간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많은 공무원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공무원의 특성상 규정에 많이 얽매여서 그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아쉽다. 자신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영세 소상공인과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어떤 행정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업무는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는 김문수 지사는 굉장히 열정이 넘치는 것 같은데, 다른 공무원들은 그 열정이 지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공무원들이 말로만 양극화를 외친다고 양극화가 사라지는 것 아니다.

내년도 도 예산 중 경기신보 출연금이 ‘0’ 원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시ㆍ군에서는 내년에도 2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마련했다. 최소한 도에서는 매년 300억원 이상의 출연금은 마련하는 것이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퇴임 후 계획은.

▲지금까지 경기도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비록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짧은 기간이지만 남은 임기까지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구체적으로 퇴임 이후 계획을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경기도와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치 않고 활동할 생각이다.

-끝으로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2005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항상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람도 많았고,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앞으로 어디에 있든지,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비록 최근 경제상황이 무척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용기 잃지 말고 희망을 갖고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밝은 미래가 멀리 있지 않다고 확신한다. 힘을 내기 바란다.

대담 : 정일형 정치부장 ihjung@kyeonggi.com

사진 : 전형민 부장 hmjeon@

정리 : 이호준기자 hojun@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