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먹으면 끝을 보는 ‘의지의 남자’
“80년대 통근 버스에서 줄지어 내리는 주택공사 직원들 모습에 매료돼 입사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식품공학도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우뚝 선 이형주 LH 경기지역본부 본부장(54)은 서울대 식품공학과 재학시절, 서울 논현동 외삼촌 집에서 사촌 동생들의 공부를 가르쳤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외삼촌 집 근처에 대한주택공사가 있었고 통근 버스에서 내리는 주택공사 직원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점심시간이면 주택공사 연구소 직원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직장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군대를 제대하고 전공과목 외에도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공부했던 그는 주택공사 입사 공고를 보고 고민 없이 입사원서를 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LH 지역본부 중 최대인 경기지역본부의 수장을 맡고 있다.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공사직원들 보며 “바로 여기다” 주저않고 입사원서
주택공사 최초, 마케팅부장 역임한 ‘부동산전문가’
이형주 LH 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은 LH 내에서도 학구파로 정평이 나있다. 한번 책을 잡으면 퇴근 시간도 잊은 채 독서에 몰두하는 ‘독서광’이다.
이 본부장은 “부동산 쪽은 20~30년 공부해도 항상 새롭다”며 “후배들에게 하루라도 일찍 공부를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하다 보니 입사 이후 기획파트쪽 일을 담당했다.
회계나 관리 기획을 하다가 실무적인 판매업무를 하고 싶어진 이 본부장은 부동산 공부를 전문적으로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건국대 부동산학 석사를 취득한 뒤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가 학창시절부터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주택공사에 입사한 뒤 관련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산 전문가가 된 것.
지난 2003년 주택공사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총괄 조정부장을 역임한 이 본부장은 기술 엔지니어와 판매 담당자가 서로의 업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기획 단계부터 기술 엔지니어와 판매 담당자가 협의할 수 있는 마케팅부서 신설을 주장했다.
결국 마케팅부 신설을 주장한 이 본부장이 주택공사 최초의 마케팅부장을 맡게 됐고 사업 기획 단계부터 엔지니어와 판매 담당자가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내외 경제 위기 속…부동산 구매 심리 안정화에 주력
지난 7월 부임한 이 본부장은 미분양 문제 등 산재해 있는 경기본부의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취임 100여일이 지난 이 본부장은 “경기본부가 LH 전체 사업에 차지하는 비중도 있고 규모 면에서 제일 큰 본부에 책임을 맡았다는 부분에서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307조 정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체적인 사업들이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예전에 비해 주거가 안정돼 있는 게 그 동안 LH에서 임대 주택을 많이 지어 온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주거 문제 해소와 사회 안전망 구축 효과는 별로 평가가 안 되고 ‘부채 공룡’ 뭐 이런 평가를 받으니 섭섭한 측면도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본부장은 “공기업이다 보니 1년에 사업이 정해져 있다. 1만호다, 8만호다 정해지면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사업이 진행된다.
관리·기획업무하다 판매에 관심
내친 김에 ‘부동산박사’ 학위
경기가 안 좋아도 지어야 하고 공사의 부담은 큰데 국가적으로 보면 경기가 안 좋다고 안 지어 버리면 공급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정해진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 측면에서는 사업을 진행하고 경기에 영향을 받으면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LH가 사업을 기획하고 준공까지 완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7~8년이 걸린다.
사업 기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는 경기가 좋아 수익이 많이 날 것으로 예상해 사업을 진행했다가도 완료 시점에 경기가 좋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돼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이에 이 본부장은 “지금 공급되는 물량은 대부분 지난 2005~2007년 기획된 것인데 당시 상황이 좋았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거꾸러지고 2010년 유럽 발 금융위기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택시장의 사정이 좋지 않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거시 환경에 부딪혀 타격을 받고 영향을 받다 보니 우리의 노력으로 풀어나가기 어려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많은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지구의 분양 실적이 저조한데 따른 대책으로 이 본부장은 “미분양 문제는 사실 획기적인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동산에 대해 정확히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동산은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구매에 있어 심리적인 부분을 안정화 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며 “심리적인 불안요인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주택시장을 정확히 볼 수 있도록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경기지역 사업지구들은 미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수원 호매실 지구만 봐도 가치가 매우 높다. 지금의 가치가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보고 발전 가능성, 발전 잠재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경기지역 사업지구들은 대부분 입지가 좋다”며 “안양 관양, 의왕 포일, 용인 서천 등은 숨은 보석 같은 지구”라고 귀띔했다.
“내년 실물 경제가 살아나면 구매수요로 전환될 것”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해 이 본부장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와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공기관 말고는 민간에서 공급을 많이 줄였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입장에서 앞으로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거시경제가 안 좋으면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유효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년에는 전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데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결국 구매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구매 수요로 전환되는 것은 실물 경제가 얼마나 좋아지느냐와 맞물려 나타나는데 실물 경제가 안 좋으면 전세 가격이 오르더라도 구매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고 실물 경제가 살아난다면 구매 수요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가 소형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든지 오피스텔, 고시텔, 원룸텔 이런 것이 많이 나와서 아파트와 같은 정상적인 주택시장의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소형 주거 공간 수요자들의 소득이 안정되고 부양가족이 늘어나면 중대형 구매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도 85㎡와 102㎡는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본부장은 올바른 부동산 투자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이 본부장은 “집값이 오르면 내가 투자를 잘해서 그런 것이고 집값이 떨어지면 국가나 사업 시행자가 잘못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어떠한 형태이든 투자는 모두 자기 몫인 만큼 주변 입지 여건과 미래 발전 가능성, 잠재력 등을 꼼꼼히 따져 자신의 상황(경제적 여건, 투자, 교육, 보육, 여가 등)에 맞게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 _ 최원재 기자 chwj74@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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