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도 우리 이웃, 재기할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를"
교정시설은 엄정한 형벌 집행은 물론 출소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내실있는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인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복귀지원 활동까지, 해마다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중 서울지방교정청은 법무부 교정본부 산하의 중간감독기관인 4개 지방교정청중 서울ㆍ경기ㆍ인천ㆍ강원권에 있는 16개 교정시설에 대한 수용자 관리와 교정교화업무 전반에 관한 사항, 소속 교정공무원을 지휘 감독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지방교정청 산하기관에 수용된 수용자는 2만여명이며, 이들을 수용관리하는 교정공무원은 5천500여명에 달한다. 또한 수용자 교정교화, 종교활동,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교정위원은 1천7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곳의 수장인 나진영 서울지방교정청장(57)은 31년 넘게 교정공무원으로서 교정의 최일선 현장에서 수용자 관리와 교화 활동에 헌신해 온 베테랑이다.
그는 청송교도소 등 전국 교정기관 중에 수용관리가 어렵고 힘들다는 기관은 거의 빠짐없이 거쳤고, 특히 교정시설에서 큼직한 교정사고가 있을 때마다 발탁, 현장을 진두지휘할 만큼 교정현장을 꿰뚫고 있는 현장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나 청장은 그간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소신과 교정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누군가 해야한다면 내가 하자. 언젠가 해야한다면 지금하자. 내가 할 바에는 잘하자”
오랜 기간을 교정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나 청장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실천의 원천이 되는 모토이다.
그 동안 많은 수용자와 다양한 사건 사고를 경험하며 수백통의 감사 편지도 받았다는 나 청장은 근래에 기억나는 사건에 대한 소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는 2011년 1월 부산구치소장으로 재직할 당시 소말리아 해역 인근 아덴만에서 우리 해군에 의해 생포됐던 소말리아 해적 5명을 부산해경으로부터 넘겨받아 1년여 동안 수용관리하면서 재판을 받도록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나 청장은 “그 당시 소말리아는 생소한 나라였고 언어와 생활관습, 문화가 달라서 수용관리에 애로가 많았다”며 “더구나 석해균 선장이 중상을 입고 있었던 터라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았고, 국내ㆍ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으며, 해적들은 자해나 자살의 우려가 있는 등 열악한 상황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들을 관리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친 부분이 의사소통이었다고 언급했다.
소말리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고, 국내에서 소말리아관련 책자나 사전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 이에 ‘소말리아 해적 수용관리 전담팀’을 만들고 팀원들로 하여금 이들과 자주 대면하면서 소말리아어를 최단 시일내에 습득하도록 했다. 또 이들에게도 한글교육, 전통문화 소개, 고충상담, 건강검진, 종교활동 보장, 영치금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우리문화와 제도를 거부감 없이 단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로부터 몇개월 후부터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며 수용생활도 안정되게 적응했고, 무엇보다 우리 직원들을 신뢰하고 잘 따르게 됐다는 것.
나중에는 재판과정에서 직원들이 법정 통역관으로 임명돼 소말리아어를 통역하는 업무까지 맡아 화재가 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당시 부산구치소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새로운 교정의 역사를 개척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 성공한 사례라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며 “훗날 들은 얘기지만, 해적 중 마호메드 아라이라는 수용자가 담당변호사에게 “부산구치소에서 받은 처우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던 것을 신문 인터뷰에서 보았을 때 남다른 감회와 긍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교정 업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형사법 단계를 보면 범죄 수사단계, 재판 단계, 형집행 단계로 나눠볼 수 있는데 교정은 단순히 범죄자를 사회와 격리 구금하는 작용뿐만 아니라 교정교화와 직업훈련을 시켜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형집행 단계에서 범죄자를 가장 긴 시간동안 수용관리하면서 교정교화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교정시설의 역할과 교정공무원이 수형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는 것.
최근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사고 통계를 보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시설내의 수용관리는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출소자의 3년내 재복역율은 아직까지 22%대를 유지하고 있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수형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소 전에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취업문제와 가족관계, 그리고 사회내 인간관계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당수의 출소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출소 후 사회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가족은 물론 사회에서 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교정시설은 인성교육과 직업훈련 등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출소 후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취업알선ㆍ창업지원 등 다양한 사회복귀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교정청은 수형자 인성교육은 물론 직업훈련 전담교정시설을 추가로 지정해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출소자 취업알선과 창업지원을 위해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 교정기관에 취업전담반, 취업ㆍ창업알선협의회를 구성해 구직정보를 제공하고, 구인ㆍ구직만남의 날을 개최하는 등 출소예정자 사회복귀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묻지마 범죄나 정신질환자에 의한 우발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수용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묻지마 범죄자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직업이 없고 사회와 단절되어 고립상태에 놓여 있거나 소외된 자 또는 우울증 등 정신병적 질환자가 많으며, 폭력이나 알콜중독 등을 동반한다고 분석했다.
심리적 병리상태에서 행해지는 묻지마 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순히 처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출소 후 사회에 나왔을 때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도록 교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는 별도의 정신질환치료 전담시설에서 치료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청 내 서울남부교도소에 ‘교정심리치료센터’를 개관하고 정신질환 수형자나 아동ㆍ장애인 성폭력사범 등을 대상으로 정신과 전문의, 심리치료사 등 전문인력을 집중 배치해 6개월간 300시간 과정으로 정신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같은 교정심리치료센터가 각 지방교정청으로 확대 시행되는 분위기여서, 교정시설내 묻지마 범죄자나 아동ㆍ장애인 성폭력사범 등에 대한 치료나 처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교정 업무는 국가치안의 최후의 보루로서 엄정한 수용관리와 교정교화의 1차적 책임은 교도관의 몫이지만, 출소자의 사회복귀문제는 국가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나 청장은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도 전과자라고 낙인찍고 외면하지 말고, 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청장은 “출소자 문제는 우리 사회구성원 전체가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며 “왜냐하면 이들이 형기를 마치고 돌아가야 할 곳은 결국 우리 사회이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명관기자 mklee@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