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과 예술을 사랑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품격 있는 수원의 문화ㆍ예술ㆍ관광 진흥을 위해 지난 1월 출범한 수원문화재단은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다.

재단은 금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문화예술 도시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한인회와 문화예술 및 관광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수원국제음악제 등 지역축제와 접목 가능한 분야를 탐색하는 차원에서 공연예술의 현장을 돌아보았다.

216년 전 조선 22대 정조대왕이 건설한 계획도시 수원과 300여년 전 제정 러시아 황제 표트르 대제가 러시아 서북부의 황량한 습지에 건설한 계획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왕이 만든 계획도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는 점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1712년 새로운 수도가 되어 1918년 수도를 다시 모스크바로 옮기기 전까지 러시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고, 위대한 문학가와 예술가를 탄생시킨 문화의 도시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이 ‘유럽으로 열린 창(窓)’이라 칭송할 만큼 넓은 넵스키 대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유럽식 건물들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러시아 속 작은 유럽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넵스키 대로를 따라 펼쳐지는 필하모니아, 마린스키, 알렉산드린스키 등 대형 극장들과 오페라, 연극, 발레를 공연하는 수많은 건물 앞에 줄을 서 있는 관람객들을 보면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세계적인 관광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아 공연장’은 언제나 만원사례를 이루었고 특히 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과 어렵다고 느껴지는 클래식,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을 보기 위해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과 학생, 노인들의 모습은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다. 공연장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교감하며 자연스럽게 박수와 ‘브라보’의 환호가 오고 가는 현장 속에서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기간 중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디렉터와 미팅을 가졌다. 106명의 단원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는 디렉터는 80년 전통의 오케스트라라는 자부심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 수원시 역시 창단 30주년의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미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2014년 수원국제음악제의 첫 개최를 앞두고 있는 재단 입장에서 이번 방문은 러시아 현지 클래식 산업의 시장조사 및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적절한 기회였다고 본다.

한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수원시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많은 면에서 닮아있다. 하지만 수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많은 문화예술 활동들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처럼 시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공감되고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예술이 전제되어야 만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문화예술 활동들을 펼쳐야 할 것이다.

 

유 완 식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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