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영화 관객수가 1억명을 돌파했고 1천만명을 넘은 영화가 두편이나 나와서 자축하는 샴페인을 터트린게 엊그제인데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냐고 되물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인들이 굶어죽을 일이란 걸 설명하자면 2011년 10월21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날은 한국영화의 사령탑격인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국영화동반성장위원회를 발족한 날이다.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수직계열화, 불공정사례 등 독점적 산업구조탈피를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방안의 모색, 표준상영계약서, 표준근로계약서 권고안 발표 및 표준투자계약서약관 신청 등 공정경쟁환경조성을 위한 영화산업 상생체계 마련 등이 골자다.
한마디로 위원회에서 영화인들과 기업간의 불편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위원장으로 각계가 모여 해결책에 합의하고 잘해보자고 하는 일이다.
거기서 실행하고 있는 구체안 중의 하나가 표준계약서에 합의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표준계약서란 투자자가 투자하기 위한 조건,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사와 계약하는 조건, 기술스탭들이 어떤 조건과 임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대단히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문건이다. 하지만 이 계약서는 현장에서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법적인 효력이 없는 관계로 영화현장에서는 계약서를 무시한다. 대신 현장에서는 불합리한 관행을 여전히 고수한다. 영화스탭들은 4대보험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상해가 발생할시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한다.
영화의 제작스케줄이 고무줄 늘어나듯 마음대로라서 다른 현장일로 옮겨가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결과적으로 많은 작품을 할수 없으므로 수익이 줄어든다. 일년에 몇작품이라도 제대로 할수 있다면 최저임금을 면할 수 있다고 말하는 현장인들도 있다.
하루 작업량을 초과하고도 초과수당이 없는 것은 이제 아예 바라지도 않는다. 분명한 임금 착취임에도 그게 없이 한국영화는 제작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얘기는 어디 헐리우드에서나 있는거지 한국에선 꿈도 못꾼다고 자포자기한다.
임금착취를 당연시하고 거의 무기력하게 굴종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가장 기본적인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한국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성장했다고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란 것을,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한편으로 노장 영화인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영화인 복지문제를 들고 나온다. 한평생 영화일에 몸바쳤는데 특별한 연금이랄 게 없다. 비단 영화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인들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다. 평소 이들이 활동할 때 계약서에 영화사와 본인이 반반씩 부담하는 연금 조항이라도 있었다면 노후에 조금씩 받는 연금이 있을텐데 말이다.
정부는 그런 제도를 확립하여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영화는 미래 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이며 꽃이다. 박근혜 정부도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서를 신설하여 부가가치 산업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먹고 사는 상생경제를 추구하려 하고 있다. 영화인들 먹여살리는 좋은 정책이 펼쳐지는 건지 기대해도 될지 모르겠다.
정 재 형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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