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프랑스 어느 극장이었다.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데 극장 불은 켜지지 않았다. 몇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엔딩 타이틀이 완전히 끝났을 때 불이 들어왔고 그때야 관객들은 일어나 나갔다.
프랑스에서 엔딩 타이틀에 불을 켜지 않는 것은 아직 영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한국에서 불을 켜는 것은 영화가 다 끝났으니 나가도 좋다는 의미의 신호다. 똑같은 엔딩 타이틀을 놓고 왜 이렇게 해석이 다를까.
엔딩 타이틀은 관객에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알려주는 자리이고 제작자 입장에서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어떤 엔딩 타이틀은 10분 이상 긴 경우도 있다. 또 음악을 통해 영화의 여운을 갖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엔딩 타이틀은 영화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다. 없어도 된다면 왜 엔딩타이틀을 만들어 붙였겠는가.
엔딩 타이틀 시간에 불을 켜는 일은 사소한 것 같지만 사실 영화문화의 한 측면을 상징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사소한 거라고 지키지 않는 것.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넘어가는 것. 그게 문제라는 걸 요즘 새삼 느낀다. 대체 한국에는 영화 문화가 있기는 한 것인가?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는 그 중요한 영화예술의 문화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극장에 대해 영화인협회와 영화제작가협회는 정식으로 항의해야 한다. 극장의 무지는 관객을 조롱한 꼴이 되어 시민들의 항의를 받아도 싸다. 극장은 영화예술과 관객의 권리를 무시하여 한국의 극장문화, 영화문화를 3류로 만든 주범이 되었다.
극장은 왜 이런 무례를 범하게 된 것일까.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는 것 외에 다른 뜻이 없는 것 같다. 관객들은 많고 쓰레기는 치워야 하고 휴식 시간이 적으니 빨리 일을 해치우고 다음 회를 상영하려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돈을 벌자는 그 발상이 문제다. 지킬 건 지켜야 한다.
다시 프랑스 예를 들자면 프랑스극장은 좌석표가 없다. 영화는 항상 10분 정도 있다가 늦게 시작한다. 늦게 입장하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프랑스 극장엔 영화를 느긋하게 즐기려는 여유가 있는 반면 한국의 극장은 우르르 몰려갔다 빨리 빠져나오고 아무리 늦게 와도 자기 좌석표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상한 문화가 존재하는 차이가 있다. 분명 한국의 극장문화는 잘못된 것이다. 영화는 관객위주여야 하지 극장주 마음대로 운영하면 안 된다.
프랑스는 관객 할인 카드가 있다. 메이저 영화관들이 운영하는 할인카드는 두 종류다. 20유로만 내면 한 달 동안 개인이 마음대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것과 35유로 정도 내면 커플이 볼수 있는 카드. 한편에 8유로 정도니까 액수로는 겨우 3편 밖에 못보는 거지만 카드를 만들면 모든 영화를 다 볼 수 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이런 카드를 모든 국민이 가지면 극장은 망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이 카드 때문에 극장이 망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프랑스극장은 수지타산보다 그만큼 국민에 대한 배려가 강하다.
한국극장은 시민에 대한 경제적 배려도 없고 영화예술에 대한 예의도 없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도 없다. 오직 극장 내 판매에 대한 폭리와 좌석표권리와 관객의 빠른 퇴장과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만 있다. 이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으면서 어떻게 한류를 말하고 한국영화의 국제화를 말하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 재 형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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