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중부 독일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닫는 기차에서 정작 눈길을 붙든 것은 마을마다 무리지어 서있는 풍력발전기였다. 크고 작은 회전날개들은 빠르거나 가끔은 서 있거나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바람개비와 햇볕을 채집하는 집열판을 우리의 시골마을에서 보게 될 날도 머지않겠구나 싶었다. 자신을 키운 8할이 바람이었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우리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있게 할 8할은 바람과 햇볕일지도 모른다.
기차는 앞으로 내닫는데 생각은 문득 뒤를 돌아본다. 우리들의 시골에 신작로가 나고 전깃불이 들어 왔다. 땔감이 연탄으로 보일러로 바뀌고 온 동네 공유물이었던 TV 대신에 집집마다 인터넷이 깔렸다. 이 아름다운 조손의 삶을 오래도록 이어줄 지속가능한 에너지, 그 8할은 아마도 햇볕과 바람이겠지 싶다.
기차는 괴팅겐을 지나 신·재생에너지의 선진도시로 이름난 카셀을 향한다. 독일은 유럽연합(EU) 가운데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도 독일이다. 현재 약 20%에서 2022년에는 3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15%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조량이 적은 독일의 주력 신재생에너지는 풍력이다. 전체 신재생에너지의 1/3을 풍력이 차지한다. 작년에도 독일은 총 2천439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1천8개의 풍력터빈을 마을 곳곳에 새로 설치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풍력을 포함하여 신재생에너지의 50% 이상을 개인이나 농장과 같은 지역사회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 집중적 에너지수급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에너지 자립은 민주주의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재난과 위험관리에서도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다.
이 나라는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열강의 반열에 올랐으나 군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혀 세계대전의 패자가 됐다. 폐허를 딛고 일어나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 나라는 이제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한 노력에 모범 국가가 됐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독일 시골마을의 풍경은 이러한 국가적 노력의 생생한 현장이다.
우리는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 그들의 피땀을 밑천삼아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원조로 연명하던 신세에서 이제 가난한 나라에 적잖은 돈을 쓰는 입장이 됐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환경문제에 대해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주창하고 그리고 GCF의 본부가 됐다. 그럼에도 우리의 민낯은 여전히 어색하다. 1인당 GDP가 독일보다 못한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는 독일보다 많다. 1인당 이산화탄소배출량도 독일보다 많다. 지난 20년간 독일의 그것이 준 데 반해 우리는 외려 늘었다. 청정연료를 쓰겠다고 한 정부 부처간 합의를 무시하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영흥도에 또 짓겠다는 태연함도 놀랍다.
하나우 역에서는 마중 나온 엄마가 딸을 얼싸안고 또 다른 엄마는 딸을 배웅하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가 가까워지고 봄은 더욱 완연한 모습을 펼치고 있었다.
김 상 섭 인천시 환경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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