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김기언 경기대학교 총장

오랜 갈등과 반목, 화합 통해 극복…'쇄신'위해 고강도 구조조정

충청북도 음성의 엄격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이 있었다. 2대 독자인 소년은 완고한 유학자인 아버지가 일찍부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덕분에 홀로 상경해 서울에서 외로운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소년은 서울로 오는 버스에 오를 때마다 눈물을 흘릴 만큼 여렸다.

여린 소년은 민주화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나라를 바꾸고 싶다’는 강한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은 소년을 청년으로 만들었고, 사회문제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의식을 싹 틔웠다. 민주사회에 대한 열망을 가진 청년은 ‘인간적인 사회’를 꿈꿨다.

청년은 공부에 뜻을 두고 대학교수가 됐지만 상아탑에 갇히지 않고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대응했다. 교수는 제자들과 인생을 논하고, 등산과 마라톤 등 자신과의 싸움을 즐겼다. 개인의 이익보다 나라를 생각하고 임금을 생각하고 백성을 생각한 ‘바보처럼 우직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며 학교의 어지러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했다.

26일 취임식을 통해 경기대학교 총장으로서의 공식적인 행보를 시작한 김기언 신임 총장의 인생 스토리다.

8년간 임시이사 운영체제로 운영됐던 경기대학교가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며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선 김기언 총장. 지난 1983년 경기대학교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그는 행정대학원장, 총무처장, 기획처장, 교수회장을 거쳐 총장이 됐다. 대학 운영에 필요한 전방위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모든 코스를 밟은 셈이다. 꼭 30년 만에 ‘경기대호’의 키를 잡은 김 총장에게 기대가 큰 이유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소감은.

▲학교가 어려운 때 학생과 교수, 직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이사회의 존중을 통해 이 자리에 오르게 돼 무척 감사하다. 기쁜 일이지만 해결해야 할 큰 문제들이 상당히 많아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학교를 잘 꾸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지만 나를 믿고 총장 직무를 맡겨준 구성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더 나은 대학을 만들어 나가겠다.

-총장 선출 과정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는데.

▲학내 선거에 출마한 8명의 교수와 총장추천위원회에 접수된 외부인사 8명 모두 훌륭한 분들이 많았다. 1차 6명, 2차 3명 등 선발 과정과 이사회 등 전체 과정에서 시종일관 1위를 차지한 만큼 어려운 때 대학의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판단한 것 같다.

치열한 경쟁 만큼 후유증도 있겠지만 인사에서 상당부분 해소해려 노력했다. 법인 지배구조로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교수들을 대거 학장 또는 원장으로 선임했고, 경쟁했던 분들에게도 주요 보직을 맡기는 등 화합 차원의 인사를 계속하겠다.

-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살아오면서 개인적인 삶의 지침이 바르고 반듯하게 사는 것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운영이 바르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효율을 앞세우거나 경영을 앞세우면 장기적으로 대학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임 총장들이 학교를 잘 운영했지만, 우리 대학이 아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바르게 운영을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강력한 리더십과 강인한 체력으로 기운차게 일해보고자 했다.

-경기대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이사회는 7분이 모두 적극 참여해야 하는데 현재는 구재단측 3명이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 학교가 문제들을 발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이 부분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풀어 나가기 위해 할 일이 많고,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학교의 상황과 대학의 미래 등의 부분들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려는 노력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상호 협조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법인 지배구조에 대한 견해차이로 이어진 오랜 시간의 갈등과 반목을 해결해야 한다. 구성원간 소통이 필요하고 격의없는 대화와 변화에 대한 상호간의 공감을 통해 화합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화합하지 않으면 현재 대학을 둘러싼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나가기가 어려운 만큼 역량이 결집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타 대학이 여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변화를 선도해 나갈 때 우리는 따라가기만 바빠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 이런 분위기와 방만한 제도 운영의 비효율 등을 고치고 재정확충 부분에서도 역량을 결집해 모든 구성원들이 해 나가도록 좋은 결과 이끌어내고 싶다.

여기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동문회와의 협조를 통해 새로운 방향 모색에 힘을 합치기 위해 ‘1인 소액 자동이체 1만명 모집 운동’ 등을 동문회에 제안했고, 주변 기업들을 접촉해 총장이 을의 입장에서 도움을 구해볼 예정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데.

▲임시이사 8년 기간 동안 대학의 바르지 않은 운영 등 느슨해진 조직문화 쇄신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 교수는 열심히 연구ㆍ교육하고 직원은 학생과 교수가 불편함이 없도록 열정적으로 서포트 해야 한다는 틀을 잡겠다.

우선 교수와 직원 공히 근무평가 결과를 통해 팀장 보직을 주는 것이 신호탄이다. 학칙상 규정된 교수의 근무일수가 4일인데 기본적인 부분들을 지킬 수 있도록 쇄신하겠다. 근무체크도 하고 데이터도 공개하고, 별도의 평가와도 연계하는 등 교수들이 위기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미 학교에는 이같은 인사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예고했다.

또 상반기에는 소규모 단과대학 통폐합, 적절하지 않은 단과대학의 폐지 및 학과 재배치, 비슷한 특수대학원 4개를 통폐합하는 다양한 구성을 하고 있으며, 학교에 부담을 주는 특수대학원은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반기에는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작업을 진행한다. 바로 유사학과 통합 및 서울-수원 학과 이전ㆍ통합이다. 또 학과 인원 증원 또는 감원과 현재 경쟁력 있다고 평가된 관광대학을 통해 일부 시행 중인 서울교사 특성화 등을 진행할 것이다.

-최근 대학의 주요 평가요소 중 하나인 취업률을 높일 방안은.

▲취업률 높이기는 학교가 처한 ‘발등의 불’이다. 최근 총동문회와의 협조를 통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동문 CEO 25명 대학본부측 15명 만나 후배들을 취직 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짧은 시간 동안 전춘섭 총동문회장님이 3명 취업시키는 등 실적을 이뤄내고 있다. 동문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구해 함께 전략을 모색하는 등 충실히 발전시켜 나가겠다. 또 1교수1취업 운동, 산학 협력 교원 취업할당제 등을 시행하고, 경기대학생들이 5명 이상 취업한 곳은 총장이 직접 방문해 믿고 쓸 수 있도록 전면에 나설 것이다.

특히 중기적으로는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교양과 전공 외에 취업 트랙을 세워 학생들이 실질적인 능력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등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그간 경기대는 내부가 안정이 안돼 외부로 당당히 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각도 바뀌고 학교도 바뀐 만큼 내부 갈등 마무리 짓고 밖으로 뛰어나갈 것이다. 총장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언론 등 여러 관련 모임과 단체 등에 적극 참여하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런 인적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유대관계 형성하는 것은 물론 대학시설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도 찾겠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대학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구성원들의 마음고생이 참 많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해온 구성원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녹록치 않은 상황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일해야 한다. 앞으로 여러가지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금까지 학교를 사랑했던 마음을 유지하고 경기대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힘을 합쳐 주길 부탁한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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