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낙후된 도시 제반시설과 환경오염, 교통난 및 계층 간의 갈등이 잠재되어 있다. 아울러 ‘도시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시민, 관광객, 기업 및 투자자들은 한정돼 있는 반면 이들의 도시 선택 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도시간의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1980년대 미국의 뉴 어버니즘(New Urbanism)과 같은 도시환경개선운동의 추진을 통하여 정부 및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도시의 환경문제를 부각시킨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각성한 결과일 것이다. 바야흐로 오늘날의 도시는 구성원들 간의 단절에서 벗어나 도시 구성원들의 보다 윤택한 삶을 위한 관점에서 도시문제를 대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에 구미 각국에서는 지역문화산업을 도시의 미래전략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하여 다각도의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각 나라의 지방정부들 역시 지역발전을 위한 방법적 수단으로 문화산업에 대한 발전과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한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셰필드시가 될 것이다. 셰필드는 원래 제조업으로 발전하던 도시인데 철강 등 주산업의 쇠퇴로 도시자체가 퇴락해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문화산업클러스터로 변신하여 경쟁력을 갖게 된 경우이다.
셰필드시가 1980년 설립된 ‘리드밀 예술센터’와 ‘요크셔예술협회’의 제안으로 예술ㆍ문화에 관심을 갖고 1986년 시정부주관으로 본격적인 문화산업정책을 추진하게 되는 것은 지역문화산업 발전의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그후 셰필드시는 1998년 ‘문화 및 미디어, 첨단산업’이라는 신경제전략을 수립하여 문화산업지구(CIQ)를 지정하고 민간개발회사인 패터노스터(Pater-noster)를 끌어들여 ‘문화산업작업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등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이행하는데 주력하였다.
영국의 버밍험, 리버풀, 맨처스터 등의 도심에 설립되어 있는 ‘미디어 지역’이나 뉴욕 맨하탄의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 일본 도쿄의 이케부크로 일대와 시부야의 비트밸리 구역도 도시 재개발 및 거주공간의 질적 개선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이다.
결국 후기산업사회의 도시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도시재생 및 활성화전략에 돌입했고, 그 주된 방향은 도시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다양한 문화 인프라와 이벤트를 도입하는 문화산업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제 지역문화산업 육성정책은 단순한 지역경제정책이나 지방 문화예술진흥정책을 넘어 문예진흥과 지역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시가 생겨나고 발전, 쇠락하는 과정에서 아트홀이나 미술관 등 공공공간을 통한 마케팅의 개념을 접목하고 생태환경 등 자연조건 하에서 인간의 물리적 삶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정책적으로 반영될 때 더욱 효과적인 도시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는 각성도 도시발전의 중요한 요인이다.
도시발전은 소득 및 고용증가로 대표되는 경제적 번영과 지역민들이 향유하는 문화수준의 향상, 지역사회의 적절하고 건전한 통합, 그리고 지역 내 기업들의 이윤확대 등의 네 가지 측면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문화산업은 오늘날 지역발전에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시금석이다. IT기술, 방송통신의 융합 및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세계적 실현과 함께 문화산업이 최고의 성장산업으로써 국가 및 지역경쟁력의 중추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 경 모 수원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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