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건설업 등 외국인 근로자 4년만에 82.3% 급증

[눈높이 낮추면 일자리 보인다] (1)외국인이 점령한 일자리

근로자가 사장 면접 보고 저렴한 인건비는 ‘옛말’

문화적 충돌 생산력 저하 중소업체 속앓이 깊어져

중소기업이나 건설업 등 우리 주변 곳곳에서 외국인근로자가 일하는 모습은 ‘당연한’ 현상이 돼버렸다.

내국인이 기피해 생긴 빈 자리를 외국인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이같은 현상이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고용허가제로 국내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에 들어온 외국인근로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2010년 3만4천명에서 2011년 4만8천명, 2012년 5만7천명, 올해 6만2천여명으로 4년만에 82.3%나 급증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강도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단순노무직이 많은 일부 업종에선 외국인근로자 비율이 절반을 넘는 현장이 상당수에 이를 만큼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졌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2011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2010년 건설기능인력의 수요는 134만4천여명에서 오는 2014년 136만9천명으로 2만5천여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국인 공급 수는 같은 기간 126만명에서 118만8천명으로 오히려 7만2천여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족한 일자리를 외국인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업체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며 해마다 외국인근로자 도입 쿼터를 늘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일례로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제조업에 배정된 외국인근로자 쿼터는 1만3천명인 반면 기업들의 수요는 쿼터량의 2.5배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늘어난 외국 인력만큼 업체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현행 외국인근로자 고용법제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저숙련 외국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다 국내에서 4년10개월 간 일을 한 후 출국한 뒤 재입국 해야 한다.

기술을 익혀 숙련공이 되면 떠나고 또다시 초보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체로서는 손해 아닌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에 더해 외국인 근로자와의 문화적 충돌로 인한 생산력 저하도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장이라도 근로자가 아쉬운 중소기업의 처지를 이용해 외국인근로자가 중소기업 대표를 면접보는 웃지못할 현상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게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흥시 정왕동에서 섬유업체 B사를 운영하는 김모씨(48)는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 터무니없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오히려 면접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이 사장을 면접보는 일이 중소기업에서는 비일비재하다”며 “이럴 때 마다 내국인력이 없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이유에서 외국인근로자 채용의 장점으로 꼽혔던 저렴한 인건비도 ‘옛말’이 됐다.

일할 내국인만 있다면 업체들은 외국인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월 중소제조업 43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외국인근로자 신청 및 고용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한 달 평균 급여는 162만원으로 외국인근로자 1인당 소요되는 평균 부대비용 26만7천원을 더해 생산성을 고려할 경우 사실상 내국인과 외국인간 임금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뒤바뀐 실정이다.

김한수 중소기업 중앙회 외국인력팀장은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운 현재의 중소기업 등은 외국인력을 어쩔 수 없이 늘리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취업난이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대학진학률이 급증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져 현장근로를 기피하는 게 주요한 원인으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등 장기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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