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허덕이는 中企… 외국인 없으면 공장 스톱 [눈높이 낮추면 일자리 보인다] 1. 외국인이 점령한 일자리
청년실업 100만시대와 장년층의 일자리 부족,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취업난. 세대는 다르지만 현재 전 세대의 공통된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다.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세대간 갈등 해소와 민생안정을 위해 일자리 창출은 늘 새 정부의 과제 첫 순위에 꼽혔다. 박근혜 정부도 경제 정책의 중심은 ‘일자리’라며 고용률 70% 등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 건설업 등 현장에선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고용률 숫자 싸움이 아닌 일자리 부족의 정확한 원인 분석과 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보는 일자리 부족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함께 짚어보기 위해 기획시리즈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가 보인다’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평택시 포승읍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전자ㆍ전열 제조업체 A사. A사는 50년된 유망중소기업으로 타 지역 공장까지 포함하면 직원이 120여명에 달하고 합성수지인 베크라이트 생산은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장 건물도 깔끔했다. 무재해 깃발이 나부끼고 휴식터에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여느 일반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조금은 다른 얼굴색의 근로자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레진 작업장, 기계 운전장, 성형 작업장 등 5곳의 작업장을 가득 메운 거친 쇳소리를 지나 기계작업장에 들어서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신 근로자 3명이 합성수지 열프레스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창립50주년 된 유망 기업도 한국인 근로자 채용 별따기
숙련된 기술자 찾기 어려워 중견 기업 성장 발목 잡아
어색한 직원들의 모습 속에서 A사 상무 강모씨(59)는 “‘다른 세상’이 아니라 이게 요즘 중소기업 공장의 본 모습”이라고 푸념했다.
이 업체는 공정 단계마다 외국인이 빠짐없이 생산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공장의 직원 80여명 중 25명인 31%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의 국적 보유자들로 조선족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25명은 고용허가제상 이 업체가 최대한 고용할 수 있는 숫자다.
한국인 생산직 근로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워크넷과 고용지원센터에 구인공고를 내고, 벼룩시장에까지 공고를 내는 등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게 임원진의 설명이다.
“여기 평택인데, 오늘이라도 면접보러 오시면 안되나요? 아니면 내일이라도 한 번 와 보시죠” 기자가 A사를 찾아간 날도 강 상무는 워크넷에 올라온 구직자에게 면접을 보러 오라며 직접 전화를 하고 있었다.
상대편에게 ‘내일 오겠다’는 확답을 여러차례 받아낸 후에야 전화를 끊은 강 상무는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외국인을 들여올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부족할 땐 일용직을 구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작업장의 경우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꾸준히 숙련된 기술을 익힌 전문가가 없다보니 팀장급 대부분의 나이는 50대 중후반이다. 이 업체의 정년은 55세이지만, 대여섯명의 현장 팀장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물려 줄 후배가 없어 퇴직을 하고도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강 상무는 “요즘 중소기업이나 3D업종 등은 외국인들이 생산을 해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씁쓸해 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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