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이만희 경기지방경찰청장

“참여ㆍ협력의 치안시대…정의롭고 따뜻한 경기경찰 최선”

“이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경찰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이른바 참여와 협력의 치안시대입니다.”

이만희 경기지방경찰청장(50)은 경기도민들이 직접 치안 현장에도 참여하고 경찰에서는 그 활동을 좀 더 지원,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반자적 의식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치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율방범대나 어머니방범대, 녹색어머니회 등 경찰협력단체가 그동안 경찰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정도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갖춰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도민들이 경찰 못지않게 유관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철이 들기도 전에 경찰조직에 몸담아 이제껏 앞만보고 달려왔다”며 “이 조직에서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매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겨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청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직의 소통이라는 생각에 많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끔은 직원들의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청취하기위해서는 ‘술 문화’가 필요한데, 몸이 전혀 이를 뒷바침 못해 아쉬울 때가 많다“며 맏형으로서 직원들의 양해(?)를 구하는 것도 잊지 않는 인간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경기도민의 행복과 함께 경기청 경찰들의 행복지수도 더불어 올리는 현안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Q.취임한지 50일이 됐는데, 경기도 치안 여건이 어떤가

A.‘경기도 민생치안의 확립이 대한민국 전체 체감치안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 졌고, 그만큼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경기경찰에 접수되는 112신고가 하루 평균 1만2천 건 달한다는 사실을 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112신고로 보면 전국의 약 27%, 5대 범죄나 교통사고 등 주요 지표로 보아도 경기도 치안은 전국의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각종 사건·사고들이 경기도에서 많이 발생했고, 도민들께서 역동적으로 활동하시는 만큼 보이스 피싱, 대출사기 등의 신종 범죄도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의 민생치안은 전국 치안의 풍향계, 바로미터’라고 생각하며, 1만8천 경기경찰 모두는 도민들께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기치안의 중요성에 비해 치안인력의 투입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17배나 넓고 인구도 170만이나 더 많다. 이에반해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는 663명으로 전국 평균인 501명보다 30% 이상 많다.

그동안 경기경찰이 체감안전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은 부족한 인력 등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본다.

Q.인원이 부족하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A. 경기치안의 중요성에 걸맞는 수준의 신규인력 증원과 기존 인력의 합리적 조정 모두 중요하다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경찰관 2만명 증원이 이미 진행되고 있고 올해도 5천여명을 선발할 계획으로, 경기경찰은 그간 부족했던 부분을 최대한 보충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경찰청에서도 경기치안의 인력부족 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고, 김문수 지사님도 ‘안전행정부에 공문을 보내는 등 적극 돕겠다’고 하시는 등 많은 분들께서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신규 인력 충원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는 어렵다. 신임 경찰관의 모집, 교육에만 최소 13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경기경찰청 자체적으로 내근 인력 최소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청, 경찰서의 내근업무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일종의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도 계속 노력중이다.

Q. 경기경찰의 비전(지향가치)을 소개해 달라

A. ‘정의롭고 따뜻한 경기경찰’, ‘도민에게 공감 받는 경기치안’을 만들자는 것이 저희 경기경찰의 목표다.

‘정의롭고 따뜻한 경기경찰’은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바탕으로 책임감을 갖고 정성스럽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뜻한 감성은 그냥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경찰관은 수많은 사건사고를 일상적으로 접하다보니 오히려 감성이 무뎌지기 쉽다.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말과 행동도 그런 ‘무뎌짐’에서 나온다고 보고 이른바 ‘공감(共感)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도민에게 공감 받는 경기치안’은 모든 경찰활동의 눈높이를 다름 아닌 ‘도민’에게 맞추자는 것이다. 경찰관끼리 따지는 수치나 실적이 아닌 도민의 불안·불만·불편을 해소하는데 집중해 도민의 신뢰를 받고자 한다.

도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반면, 경찰관 한 사람의 무책임, 무성의, 무능력한 업무처리로 일순간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경찰이 신뢰받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어렵고 불안할 때 경찰을 불러야하는 도민들께 돌아가게 된다.

Q. 취임 후 현장을 많이 방문한 걸로 아는데, 이유는

A.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현장형 지휘관이 되자” 그리고 “현장에서 강한 경기경찰을 만들자”는 것이 개인적 소신이다.

과거 우리 경기도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사건이나 경찰의 실수들을 잘 살펴보면, 사건 현장에 경찰 지휘관이나 책임자들이 없었다는 점도 하나의 큰 원인이었다.

또 지휘관들이 현장을 잘 모르면 도민들의 치안에 대한 요구를 잘못 판단하게 되고, 소중한 치안자원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게 되고 결국 도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 받는 치안의 시작과 끝은 현장에 있다’고 보고, 저를 포함한 지방경찰청 주요 간부들부터 현장을 함께 뛰고 있다. 특히, 도내 41개 경찰서 모든 경찰서장들은 주요 사건이 발생하면 휴일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 나가 지휘를 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Q. 얼마 전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 당시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A. 보다 적극적인 현장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우범자에 대한 정보공유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

당시 현장에서 범죄여부를 판단하기에 다소 모호했고, 관련법령상 근거가 불분명해 사전에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정보를 공유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경찰의 시각이고 도민들께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사건 이후 관내의 우범자에 대해서는 경찰서장, 112지령실, 파출소·지구대에서부터 철저히 숙지하고 대응하도록 했고, 경찰청에서는 관련 제도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사건 발생지역은 제가 부임한 첫 날 저녁 찾아 살폈던 곳이다. 무엇보다 우선 피해여성 그리고 지역주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며,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Q. 경기경찰은 최근 4대 사회악 근절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A. 4대 사회악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아무리 작은 범죄라고 하더라도 대처하는 방향에 따라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그런 폭발력을 지닌 사항들이다.

사실 여성들이 거리를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하고, 우리 아이가 등하굣길과 학교 내에서 무슨 일을 당할까봐 조마조마해하고, 또 매일 먹는 먹거리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없다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4대 사회악 척결은 도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우선 경기경찰은 도내 모든 경찰서에 학교폭력만을 전담하는 경찰관들을 대폭 증원시키고 우수한 경찰관들로 교체했다.

그리고 성폭력 전담수사대를 발족하고 가정폭력 전담수사관으로 베테랑 수사관을 지정하는 등 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 사건 등이 일어나면 전문 인력이 신속히 대응하는 체제를 갖췄다.

아울러 성폭력 우범자를 일제점검하고, 각 학교별로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범죄예방교실을 개최하는 등 예방에도 노력하는 한편 악질적인 불량식품 사범에 대해서는 일제단속을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일 도청 등 유관기관과 지역치안협의회를 개최했고, 수원권을 시작으로 도내 17개 권역에서 “도민과 함께하는 공감 나누기”행사를 차례로 진행하고 있다.

Q. 4대 사회악 근절 활동 중 기억나는 사례

A. 가장 기억나는 사례는 평택에서 있었던 불량식품 단속사례다.

3평 남짓한 가게 한 편에서 한 달 10만원어치 라면을 판 70대 노인이 이른바 ‘식파라치’의 신고로 시청에 의해 고발됐었는데, 규정상 일단 고발되면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장은 이를 기계적으로 형사입건하지 않고 즉결심판제도를 활용해 아주 가벼운 벌금만을 부과하고 신속하게 마무리 지었다.

경찰이 추진하는 불량식품 사범 단속은 우리 주변의 영세 상인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고질적이고 악질적인 제조·유통사범을 단속해 도민들의 먹거리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Q. 자치경찰제에 대한 의견은.

A. 자치경찰제는 13만에 이르는 경찰력을 어떻게 하면 치안수요에 맞춰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관한 문제, 즉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경찰활동을 하라’는 요구라고 본다.

오랜 기간 연구와 논의가 이뤄졌고 이미 안전행정부 자치경찰제 추진단과 경찰청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므로 보다 진전된 추진계획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경기경찰은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경찰활동’, 즉 공감 받는 경기치안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겠다.

Q.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저희 1만 8천 경기경찰은 ‘경기도의 민생치안 확립이 곧 대한민국 체감치안의 출발점’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도민들께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의롭고 따뜻한 경기경찰’, ‘도민에게 공감 받는 경기치안’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신뢰를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경기경찰의 도민공감나누기 간담회 그리고 어머니폴리스, 자율방범대, 녹색어머니회 등 치안 협력단체에도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

대담=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정리= 이명관기자 mklee@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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