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자살공화국 유감

OECD국가 중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 국가가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10만 명당 31.7명으로 OECD평균자살률인 10만 명당 11.2명 비해 거의 3배에 육박하고 있다. 생명체의 존재이유가 삶이라 했건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이들이 그 삶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은 분노·절망감·우울증 등 마음이 각박하고 잔인해지는 개인적 요인과 더불어 생명경의 풍조,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 심리적 요인들의 복합적 작용에서 기인되는 것이라 짐작되나 종국적으로는 개체로서의 한 삶이 고통의 극한에 달했었음을 표징하는 처절한 몸짓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자살률의 감소를 위해서는 인생의 아픈 질곡 어느 구비에서든 마지막까지 인내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범사회적인 관심체계의 구축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른바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Durkeim)이 표방한 사회적 응집력이다. 그는 사회적 응집력 혹은 연대력이 강한 곳은 약한 곳서 보다 자살률이 낮다는 것을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지역별 자살예방센터·생명의 전화 같은 제도를 시행하며 자살예방을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은 해 왔으나 역부족이던 터에 최근에는 삼성서울병원 정신 의학과와 소셜미디어 업체인 다음소프트 합작으로 자살예보시스템을 개발하여 향후 일기예보하듯 자살위험도를 예측·예보해 나가겠다니 그것대로 기대는 해 볼 일이다.

자살을 유인하는 외롭고 지쳐버린 삶, 슬픔이 온통 가슴을 옥죄는 삶이라면 기실은 교도소에 다 모여 있다. 그야말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다 망가져 버렸고, 기약할 미래도 불확실한 재소자들은 그야말로 긴장을 유발시키는 자살예비군들이다. 그래서 재소자들이 기거하는 거실은 수시점검을 통해 끈, 쇠붙이 등 자살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을 회수하고, 사형수·무기수 등 중범자들은 요시찰로 지정 일대일 상담·순찰강화 등의 제반 대책을 강구·시행한다.

아울러 수용 중 부모의 사망, 아내자식 등의 가출 등 구금심리를 자극할 요인이 산재함으로 전 재소자를 대상으로 음악·미술 치료 등 자살예방 교육을 부단히 실시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자살예방 대책은 발생 시 즉시 대응이다. 교정시설에서는 모든 교도관이 야간 근무시 휴대용 칼을 소지한다. 목을 메어 자살을 기도할 경우 끈을 자르기 위해서다. 그 효과는 대단하여 자살기도자 중 90% 이상을 교도관들이 사전 발견하여 예방하고 있다. 말이 쉽지 캄캄한 밤 순찰 중에 목메단 재소자를 발견하여 끈을 잘라내 바닥에 뉘어놓고 인공호흡을 시키는 일은 그야말로 곤욕이다. 심약한 직원은 그런 일을 한번 겪으면 직업적 회한에 도리질을 아니할 수 없다.

온 몸을 던지는 교도관들의 활약으로 교정시설에서의 자살률은 오히려 사회보다 훨씬 낮은 10만 명당 8.8명 수준으로 다른 어느 나라 교정시설보다 자살률이 낮으니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대한민국 교정행정이 조금은 덜어주는 상 싶다.

어쨌건 인간의 생명은 어떤 관점에서든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이고 보면 소외되고 삶에 지친 이웃들에게 절망하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사회제도적 방안들은 지속적으로 강구·보강 되어야 하겠다. 아울러 지금 이 시간 삶을 포기하려는 나약한 이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잠이 깨면 악몽은 쉽게 잊혀지리라고. ‘행복하려고 노력하기를 중단하면 아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작가 에디슨 워튼의 말도 함께.

 

이태희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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