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최재한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현장 누비며 ‘손톱 밑 가시’ 제거… 경기도, 中企천국 만들기

올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이슈화 된 단어 중 하나는 중소기업이다. 그동안 대기업이 국내 경제를 이끌어 오면서 수혜와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67만7천3곳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체에서 327만1천803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어 ‘대한민국 중소기업 1번지’로 통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978년부터 30여년간 경기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해 오면서 경기지역 중소기업계의 ‘대변인’으로 불린다.

 그만큼 역할이 중요하단 얘기다. 최재한 중기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57)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늘긴 했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변화해야 하고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2일 중소기업 현장 곳곳을 누비며 중소기업의 애로를 파악하고, 미래를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는 최 본부장을 만났다.

Q.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특히 중소기업중앙회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주목받았다. 중소기업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A.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962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 경제단체다. 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위향상과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300만 중소기업의 대표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경기지역에만 총 95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중소기업청, 중진공 등 도내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이 많이 있지만, 중소기업 중앙회는 중소기업자가 자조적으로 참여하는 기관으로 주로 조직적인 단체 활동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협동조합설립 및 경영안정지원, 인력지원, 판로지원, 중소기업 연구, 대ㆍ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등 중소기업의 경영애로 해소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수시로 중소기업의 실태를 파악해 정부 또는 지원기관에 적절한 정책수립과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본부장 직함으로 달려온 2년

중기 애로 수렴 정책에 반영시키기위해 동분서주

유관기관과 공동 노력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결실

풀리지 않는 숙제 ‘중기 구인난’

평택ㆍ안산ㆍ화성 등 공장밀집 지역 일할 사람없어

구직자 일자리 인식 개선미스매칭 최소화가 관건

큰 호응 얻은 ‘기업보증공제사업’

지난 1년간 170여곳 3천억여원 보증채무 서비스

공공조달 참여 기업의 과중한 보증료 부담 덜어

Q. 경기지역본부장에 취임한 지 2년이 됐다. 타 시도와 비교해 다른 점이 있을거다.

A. 31개 시·군이 있어 관리 영역이 타 시·도에 비해 넓은데다 수도권규제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에 기업들의 애로 사항도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발령받아 오면서 경제의 중심지이자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몰려있는 경기도에서 ‘중소기업의 의견을 잘 청취하고 지원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Q. 걱정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A. 성급하지 않게 중소기업의 현장 애로를 최대한 수렴해 정책 등에 반영이 되도록 유관기관 등과 협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지난 4월에는 경기지역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를 개최했는데, 21건의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접수해 정부에 정책반영을 건의하는 성과를 냈다. 또 많은 중소기업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힘을 쏟은 덕에 정부에서 수도권규제를 푸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경기본부만의 성과는 아니지만 수도권규제와 같은 큰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역 중소기업이 나날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일원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Q.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들었다. 이유는 뭔가.

A. 경기지역의 경우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평택, 안산, 화성 등 공장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람들의 인식에 깊게 박혀있고, 중소기업 취업을 사회적 실패로 여기는 문화가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언론 등을 통해 다각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또 대학생 블로그 ‘행복한 중기씨’ 운영, UCC공모,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통해 예비 취업자인 대학생들에게 중소기업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Q. 경기지역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술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1~3위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히든챔피언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커나가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A. 맞다. 경기지역에는 우량 강소기업이 상당수 있다. 이런 히든챔피언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당연히 정책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선 중소기업의 글로벌진출이 어려운 것은 크게 대기업의 협력기업에 대한 전속화 문제와 취약한 기술경쟁력 이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기업에 적극적인 코칭과 멘토링으로 해외진출을 돕고,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발성 정책보다는 해외 네트워크 연결 프로그램 지원, 국가 R&D예산 확대 등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Q.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행한 기업보증공제사업이 큰 성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그동안 이행보증이 독과점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 참여 시 민간보증보험사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만 했다. 기업보증공제사업은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과중한 보증료 부담을 줄여주고 보증이용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중기중앙회에서 실시한 사업으로 민간보증보험사의 약 55% 수준의 보증료로 보증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Q. 경기지역의 경우 어떤 효과를 거뒀나.

A. 도내서만 지난 1년동안 170여개의 기업이 3천억여원의 보증채무를 받았고, 1천600여건의 보증서를 발급했다. 또 기업보증공제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이용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이용고객의 94.9%가 보증료 절감효과를 실감하고 있고, 95.8%가 보증가입절차가 편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등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보증공제의 실효성과 편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보증 취급범위를 확대하고 기업 보증료 부담 경감효과를 더욱 넓혀 나갈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 경영과정상 노출되는 각종 위험 분산을 위해 다양한 공제수요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맞춰나가려 한다.

Q.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화두다. 이를 위한 진정한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정부에서 대기업의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불공정 거래행위 등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중소기업계가 주장해온 ‘동반성장=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이 현재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체감도는 낮다. 지난 4월 중앙회에서 조사한 바로는 중소기업들의 10곳 중 6곳이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ㆍ중소기업의 진정한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 설비투자, 기술개발에 힘써 경쟁력을 높이고 대기업은 이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Q. 정부의 과도한 중소기업 정책지원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A. 본질적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은 정책지원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크게 좌우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원을 많이 해서 중소기업 자체 경쟁력이 나빠진다는 것은 오해다. 불필요한 중복지원이나 한계기업 지원 등은 한정된 재원의 배분을 왜곡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또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중에 갑작스럽게 지원을 중단하는 것도 중소기업의 체질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칸막이식 정책지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 체감효과를 조사한 결과 정부의 지원이 늘어났음에도 이를 체감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통합시스템이 필요하고 중소기업도 기업가정신을 근간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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