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컬러볼 열풍’ 신화 이끈 문경안 ㈜볼빅 회장

인수 3년만에 골프공 업계 2위 돌풍… ‘명품’ 향해 굿샷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국제 경쟁력 속에서 살아남을 길은 글로벌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능성을 갖춘 다양한 골프공을 개발해 국내 1위는 물론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철강업체 대표에서 중소 골프공 제조업체를 인수, 국내 골프계에 ‘컬러볼 열풍’을 일으키며 불과 3년여 만에 업계 2위로 이끄는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골프공 전문 제조업체 ㈜볼빅의 문경안(55) 회장.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 개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국내ㆍ외 골프공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문 회장을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사옥에서 만났다.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강한 어투 속에서도 뚜렷한 경영철학과 넘치는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던 문 회장을 만나 오늘의 볼빅이 있기까지 과정과 미래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Q. 20여년의 샐러리 맨과 철강업체 운영 등의 이력을 가지고 계신데 골프업계에 뛰어든 계기는.

A. 지난 1977년 종합상사인 ㈜선경에 입사해 10년을 샐러리맨으로 근무하다가 87년 무역회사에 입사했는데 이 회사가 96년 부도가 났다.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막상 무엇인가 일을 하려니 엄두가 않났다.

마침 옛날 함께 근무했던 친구가 명퇴를 해 저와 같은 처지에 있었다. 철강 무역 분야에서 일했던 둘의 경험을 토대로 사업을 구상하다가 98년 5천만원씩 투자해 ㈜비엠스틸이라는 회사를 차려 철강 유통사업을 하게 됐다. 회사를 운영한지 10년쯤 됐을 때 건설경기의 침체로 미래 비젼이 밝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이끌고 갈 사업분야에 관심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고, 여러 업종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때마침 함께 골프를 치던 당시 신원골프장 이동주 사장(현 포천힐스 대표)으로부터 우연히 매물로 나온 볼빅을 소개받았다. 볼빅의 사업성을 검토해 보니 회사 수익구조는 좋지 않았으나 기술력은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다.

20년 가까이 골프를 하면서 클럽 챔피언에도 올랐을 만큼 실력은 있어 골프공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의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는 있었다. 기술력에 마케팅 기법만 도입하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3개월 만에 인수를 결정했다.

Q. 골프공 사업에 처음 뛰어들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A. 처음에는 만만치가 않았다. 내수보다 수출을 꽤나 하고 있었는데 항상 적자에서 허덕였다. 중저가로 수출하다 보니 수익구조가 맞지 않았다. 그런데도 수출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 저가로나마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내시장을 분석한 결과 70%가 고가시장, 볼빅이 서 있는 저가시장은 30%에 불과했다. 그래서 저가제품인 2피스(2-Piece) 저가 제품의 생산을 바로 중단시키고 신제품으로 개발한 4피스(4-Piece) 제품으로 고가정책을 펴기로 했다.

신제품에 대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본 결과,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결코 기술력에서 뒤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 브랜드와 같게 국내는 물론 수출제품도 가격을 동일하게 인상했다.

Q. 하루 아침에 글로벌 브랜드와 가격을 동일시 했을 때 마케팅에 문제가 없지 않았나.

A. 초기에는 수출도 잘 안되고 매출도 급감해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이 좋은 제품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 고민을 많이했다. 결론은 프로선수들이었다. 공을 사용하는 프로들이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느끼고 알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홍보는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공략했는데 국산 공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프로들을 공략하기 위해 한 프로대회에 ‘볼빅 공으로 우승하면 현금 1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사용만 해도 50만원, 예선을 통과하면 200만원을 주겠다고 했더니, 얼마전 작고한 구옥희 프로 등 8명이 우리 공을 썼는데 배경은 프로가 홀인원을 해 볼빅 공의 가치를 입증해 줬다. 좋은 공을 생산하면서도 마케팅 전략 부재가 악순환 구조를 이루게 됐다는 것을 알았고, 이 때부터 대회 유치와 공격적인 프로 영입, 선수 후원, 아마추어대회 개최 등 브랜드 네이밍 작업에 집중했다.

1년 정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 결과 매출액이 국내 시장규모의 3%대에서 15%대로 급성장했고, 3년이 지난 현재는 30%대로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Q. 국내 시장에 이어 세계시장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A. 중국과 미국, 동남아, 유럽시장 등 약 2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까지 40개국으로 시장을 넓힐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지난해 150만불 수출에서 올해는 700만불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수출 조건이 기술력이나 품질면에서 어느 제품에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받는 조건으로 1개국에 단 한 개의 총판만을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가장 비싸게 받는 중국 시장에서는 2위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미래에는 명품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에서다.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명 선수들이 너무도 많다. 좋은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명품을 알릴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져 있고 기회라고 생각한다.

Q. ‘볼빅’하면 ‘컬러볼’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는데.

A. 원래 일부 컬러볼을 생산해 수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생산이었지 기능으로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를 인수해 밤에 라운딩을 하다가 야간 골프인구가 많은 것을 보고, 야간에 사용할 수 있는 공을 생산하는 것도 메리트가 있겠다는 생각에 전용 공을 개발해 사용해보니 굉장히 좋았다.

한달 만에 매출이 15% 올라갔다. 과거에도 컬러볼이 있었지만 초기에는 흰색공에 색칠을 하면서 탄력성이 떨어져 비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기피를 했었다. 하지만 커버 재료에 염료를 넣어 비거리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4색 컬러볼을 생산해 TV 매체를 이용해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프로선수들의 사용이 늘면서 기능성 논란이 종식되고, 여성과 나이드신 분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Q. 최근 ‘화이트도 컬러다’라는 이색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흰색공 두 종류를 출시했다.

A. 우리 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 정도다. 컬러볼은 70%가 넘지만 흰색공은 훨씬 못미친다. 타 사들도 컬러볼을 생산하면서 더이상 컬러볼 만으로는 미래를 이끌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따라서 ‘화이트칼라 S3’와 ‘화이트칼라 S4’ 두 모델의 프리미엄 흰색 공을 출시했다.

신제품 화이트칼라는 볼빅만의 코어 기술을 적용해 일관된 거리와 방향감을 제공하고, 최첨단 우레탄 커버를 씌워 부드러운 타구감을 느낄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볼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Q. 최근 LPGA 무대에서 이일희 선수가 볼빅 공으로 사상 첫 우승을 했다. 또한 많은 선수들을 육성ㆍ지원하고 있는데.

A.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볼빅 공으로 우리 회사 소속인 이일희 선수가 LPGA 뷰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제품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글로벌 브랜드 공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명품 브랜드의 도약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외국선수가 포함 된 11명이 LPGA 무대에서 후원을 받아 뛰고 있고, 아시안 투어 및 국내 정규 투어, 2부 투어에 46명, 학생과 아마추어 선수 150명 등 200여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20여명의 아마추어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유망주에 대한 장학금 지급과 아마추어대회 후원을 통해 골프 저변확대와 브랜딩에 힘쓰고 있다. 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LPGA 정상급 선수 몇명도 우리 제품을 테스트 하고 있다.

Q. 경영인로서의 철학과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A. 우리 회사 사훈이 ‘초심, 열정, 배려’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과 기술 개발에 힘쓰고, 세계 최고를 목표로 전 직원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뛸 생각이다. 또한 사원들은 물론, 고객과 사회적 배려층을 위한 배려와 나눔의 경영을 해 나갈 생각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에 양궁과 쇼트트랙, 골프는 세계 무대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이에 발맞춰 해당 종목들의 제품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듯이 골프라는 좋은 텃밭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골프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창조경제’ 이자 국가 브랜드를 높여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황선학기자 2hwangpo@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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