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종 습격 ‘시화호의 재앙’
블루길ㆍ붉은귀거북 등 갈대습지 생태계 파괴
번식력 강하고 천적 없어 단순 포획으로 역부족
10년을 공들여 생태계의 보고로 다시 태어난 시화호 갈대습지가 외래어종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배스, 블루길, 붉은귀거북이, 황소개구리 등 생태 교란 대표종이 모두 서식, 시화호 물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오후 3시께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 구름이 끼고 습한 날씨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주말을 맞은 가족이나 연인 등 나들이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눈처럼 하얀 백로 한쌍이 공중으로 힘찬 날갯짓을 하고 습지의 수많은 갈대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장관을 연출, 찾아온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습지 한켠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그물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는 바로 시화호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어종을 잡기 위해 쳐놓은 것들로, 그물을 걷어올리자 토종 어류의 알과 치어 등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대표적인 생태 교란 외래 어종인 블루길 수십마리가 걸려 있었다.
안산시에 따르면 지난 4월20일부터 3개월 간 갈대 습지 9군데에 그물을 설치하고 잡은 외래어종만 1만마리로 추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생태 교란종인 배스, 블루길, 붉은귀거북이, 황소개구리 등이 눈에 띄였고 하루에도 수십마리씩 걸려드는 것은 물론이고 비가 오는 날이면 최고 7백마리까지 잡히고 있다.
성체가 되면 천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붉은귀거북이만 해도 그물 설치 후 계속해서 확인된 개체수만 41마리에 달해 시화호에는 적어도 60마리가량이 더 서식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4종의 외래어종이 이같이 시화호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지만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하고 천적까지 없어 사람이 잡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포획만으로는 시화호의 물밑 생태계를 회복할 수 없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지화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연구원은 “애완용으로 키우던 붉은귀거북이가 시화호에 방사되며 자연적으로 분포할 수 없는 종이 서식하게 됐다”면서 “둥지를 찾아내 없애는 방법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인 안산시 시화호 지킴이도 “알을 갖기 전에 포획하거나 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며 “블루길, 배스 등 어류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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