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은 현대화 사막에서 ‘전통문화의 오아시스’
염색하지 않은 단정한 백발머리, 차분하고 부드러운 음성, 천진난만하고 선한 웃음. 염상덕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수원문화원장)을 만난 첫인상이다.
염 회장의 고향은 밤나무가 많다고 해서 유래된 수원 율전동. 염 회장은 율전동 염씨일가 집성촌에서 6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염 회장은 맏형답게 자신의 이야기보단 경기지역 문화원들의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수원문화원장으로 있던 염 회장은 지난 10일 경기지역문화원장들의 만장일치 추대로 신임 경기도문화원장연합회장에 취임했다. 그만큼 주변의 기대도 큰 것이 사실이다.
염 회장은 지역 문화원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 걱정하면서도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염 회장으로부터 경기도 문화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역 문화원장들의 추대로 경기도문화원 신임 회장에 취임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할 것은 많고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내가 잘못하면 수원문화원이 욕먹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나서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다. 배려만 할 줄 알았지 챙기는 성격은 아니다.
주변에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원장자리가 무보수인 줄도 모르고 ‘뒤늦게 문화원장 달아서 봉급도 높겠다’고 모르는 소리만 한다(하하).
사실 경기도지방문화원이 이렇게 일치단결한 적이 없었다고 들었다.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는 물론, 급하게 서둘러 하는 취임식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문화원장, 국장들이 참석해 줘 감사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직을 잘 정비해나가는데 이렇게 한마음과 한뜻이 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일단 맡겨진 이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Q. 문화원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 궁금하다.
A. 공직생활을 30년 가까이했는데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특히나 공무원이란 직업은 마음의 무게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질 때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오랜 시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추를 바로 잡는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문화가 좋은지 몰랐다. 그런데 문화원에 들어와 보니까 주부들이 방 한가운데 모여앉아 바느질하고 있더라. 요즘 시대에 누가 바느질해서 옷을 입나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그것이 바느질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얘기를 하고, 삶을 나눈다. 요즘은 서랍장 가득 옷을 넣어놓고 수선해서 입지 않는다.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어딘가가 헤졌다는 이유로 쓰레기통행이다.
취임 그리고 각오
문화원장 추대 감사… 어려움 타개ㆍ조직정비에 최선
평생 공무원생활, 이제 향토문화예술위해 마지막 열정
문화원 그리고 시민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사ㆍ문화유적 길잡이
전통가치 재해석 통해 오늘의 가치로 재탄생 하는 곳
연합회장 그리고 청사진
31개 시ㆍ군문화원 제각각 인건비ㆍ복지 시스템화 시급
축제의 성격 분명히 하면 다양한 지역 문화사업 가능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가 문화원에 오지 않았다면, 나도 아마 그렇게 무감각하게 살았을 거다. 그래도 문화원이니까 저런 것이 남아있는 거지. 공무원 은퇴 후,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회를 위해 지역을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공무원 생활도 괜찮았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꿈을 꾸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도 방송과 관련된 공부도 했었고, 지금은 많이 늙기도 했지만 그때 생각하면 참 열정적으로 공부했던 것 같다.
그동안 수원에서 태어나고 자라 수원을 위해 일하고 봉사해 왔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래서 지역 구석구석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 문화원과 연을 맺게 하고 문화원장이 된 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A.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의 신분으로 문화원의 가치와 사업을 이해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실 그래서 홍보 마케팅이 중요한 것인데, 실제로 안으로 깊이 들어와 보면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곳이 문화원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문화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참 많은 사업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실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가 주민들이 문화원에 대해 알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 홍보를 잘 해줘야 한다.(하하)
Q. 지역문화원들의 역할과 존재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문화원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향토문화, 지역, 역사, 인물, 문화유적 등이 떠오른다. 큰 틀에서 말하자면 과거 전통으로 대표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원은 현재에 존재해 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해 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화’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오늘날에도 읽히고 그 논리와 철학이 현재 적용 가능한 부분이 있기에 감동하듯이, 문화원은 지역 곳곳에 면면히 살아있는 역사, 문화적 가치들을 현재 시점에서 재해석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과거의 가치를 오늘날의 가치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Q. 현재 문화원들이 위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개선할 점이 있다면.
A. 경기도에는 31개 시ㆍ군문화원이 있는데 그동안 연합회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과 각 문화원간 협력 및 화합을 통한 시너지의 극대화까지 이르지 못했다. 그 결과 지역 사정에 따라 활발히 활동하는 문화원이 있는가 하면 많이 어려움을 겪는 문화원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련 규정 정비가 되어있지 않기도 하고, 인건비 체계, 후생복지 문제도 제각각이다. 이것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게 움직이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연합회 운영비는 사업비 일부로 충당하고 있다. 월급도 못 줘가면서 일하고 있는데 큰 문제 아닌가? 지방문화원은 어느 정도 돌아가지만 연합회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그 부분을 꼭 해결해야 한다.
Q. 연합회장을 맡으며 생각하는 사업이 있다면
A.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경기도 내 각 시, 군의 다양한 문화적 환경을 아우르고 지역문화를 화합하게 하는 다양한 사업이 구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축제라고 할 수 있는데…. 축제의 개념을 대부분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엄격하게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세리머니. 다시 말해 의식이고. 둘째는, 카니발이고, 셋째는 페스티벌이다.
이 세가지 카테고리만 가지고 각 지역문화를 재목록화해봐도 각각의 축제의 정체성이 명확해지고, 그것을 아우르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사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향토문화아카이브사업이라 할 수 있는데, 문화원은 지역향토문화자료의 보고(寶庫)이다.
각 지역단위 문화원에 산재돼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을 기획된 고급데이터로 재목록화하는 작업이다. 사라져 가는 마을만들기 사업도 큰 틀에서 이 사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지자체에서도 문화원을 도와주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지원단체가 많아지면서 지원경쟁이 심해졌다. 어디는 주는데 왜 여긴 안주냐 식이라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지자체에서 예산 배등을 단체별로 똑같이 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차등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경기도문화원연합회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A. 우선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어느 한 곳 소외된 곳 없이 경기도 31개 시ㆍ군 문화원이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야겠다.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하하)
대담=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사진=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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