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2030년 대한민국 최고의 ‘행복도시’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58)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뀌는 곳, 분당신도시 4배 크기인 옛 충남 연기군과 공주군 일부를 한데 모은 72.91㎢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알아보는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 중앙부처공무원 중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그는 쪽 시간도 없었다. 나중에야 이 청장에게서 촌각을 다투며 하루도 모자라 그 다음 날을 행복도시에 쏟아 붓는 사람이란 것을 알아챘다.

이 청장은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중 정부세종청사에 마련된 관사를 한 달 평균 30일 꽉 차게 이용한다. 평촌 신도시가 집이지만 행복도시건설을 위해 아예 집에 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시로 공직자들의 세종시 활성화를 언급하는데 이 청장은 앞서 실천해 오고 있다.

전형적인 현장 중시형 행정가… 중앙부처·경기도의 입지전적 인물

연천 출신, 자연에 순응했던 부모님 DNA 물려받아

중앙부처뿐 아니라 경기도 내에서도 이 청장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1980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7급 공채로 시작, 30여 년 만에 중앙부처 차관까지 오르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녔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인 경기 연천에서 출생해 임진강댐 근처 초·중학교를 졸업한 이 청장은 정부세종청사 차관급 고위공직자 중 유일한 경기도 출신이다.

이 청장과의 인터뷰는 집무실을 거쳐 행복도시건설 현장으로 이어졌다. 책상행정가인 페이퍼 워커가 아닌 전형적인 현장 중시형 모습을 보여 줬다.

국제공모로 짓는 정부세종청사, BRT 신 교통수단, 세계 명품 세종호수공원, 복합커뮤니트센터, 국립세종도서관·행정지원센터·대통령기록관, 도심테마하천 등이 이 청장의 손길을 거쳤다. 힐링이 함유된 세계적 수준의 예술성과 도시문화가 녹아 있는 공간구조물이다.

이런 도시 미래가치 때문에 행복도시는 젊은 도시가 됐고 대한민국 도시문화를 확 바꾸고 있다. 행복도시는 허허벌판에다 지은 호주 캔버라나 터키 앙카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이 있고 경부선 등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고 충청권, 대덕연구단지, 청주공항 등 배후가 풍부하다. 충청메가폴리스로 국가경쟁력을 선도하고 있다.

다짜고짜 이 청장에게 물었다. 차관까지 올랐는데 그 비결이 뭐냐고. 그럴싸한 성공이야기를 들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답변은 영 시원찮았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부모님 DNA를 물려받았습니다. 소위 내세울 만한 스펙이 없잖아요. 가감하지 않고 오직 일에만 충실했습니다. 30년을 그렇게 달려왔더니 지금이었습니다.”

이 청장은 내세울만한 경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공직 30여 년 동안 건설교통부를 비롯하여 국토해양부, 국토교통부 등 한 부처에만 팀장부터 청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서 일했다. 그런데 물 좋은 부처지만 지금까지 그 흔한 구설수 한번 없었다. 이것이 최대 명세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행복도시,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로…

2030년까지 주택 20만 호 조성사업 순항

행복도시는 ‘행복도시건설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총리실 등 6개 정부부처가 이전하는데 이어 올해 말 2단계로 보건복지부 등이 이전하면 36개 중앙행정기관, 16개 국책연구기관이 들어선 대한민국 행정도시다. 세종특별자치시 내에 있다.

이 청장의 행복청은 정부부처이전을 원활히 하고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 목표로 도시 거대 프로젝트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꽃을 피우는 역사적 사명의식을 수행하고 있다.

“날개도 달았습니다. 자족기능을 확충 위한 법 근거가 없었는데 최근 국회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중심도시건설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행복도시에 국내 대학, 외국대학, 명문병원, 연구소, 기업을 부지나 건설비용을 국가 재정을 지원받아 유치하게 됐다는 얘기다. 지식산업센터 설립으로 행복도시 미래성장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청장이 행정도시특별회계로 직접 투자유치에 나서도록 명문화돼 이 청장에 대한 주위의 기대가 크다.

행복청은 2006년 1월 출범했다. 정원은 144명. 중앙행정기관 중에서 가장 작다. 그러나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도시 건설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행복청은 행복도시를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로 건설하고자 기본·개발·지구단위계획 등 각종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국내외 도시계획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국제설계 공모를 시행하고, 완성하고 있습니다.”

6월 말 현재 총사업비 22조 5천억 원 중 10조 원이 투입, 전체 30%의 사업이 추진된 행복도시는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접근하도록 광역도로(총 13노선 113km) 3개 노선 33km를 개통했다. 도시 내부 도로(총 335km) 67km를 조기 개통했고 상하수도와 전기, 통신 등 도시의 기반시설도 주민의 입주시기에 따라 확충해 나가고 있다. 2030년까지 20만 호의 주택이 공급된다.

현재까지 3만 5천 호 주택분양이 됐다. 정부청사 옆 첫 마을아파트 등에 2만여 명의 입주와 270여 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고 연말까지 380여 개 상점이 문을 연다.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시설도 내년 개점한다. 2단계 정부세종청사는 올 11월 말까지 완공하고, 연말까지 5천500여 명의 이주 공무원과 3천300여 세대의 공동주택이 입주한다.

이 청장은 이 과정에서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행정처리 절차 간소화 등 정부부처, 세종특별시 등과 잇따라 만나 이주공무원들의 주택문제를 원활히 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잦은 국회출장으로 행정 공백 우려가 커 국민이 불편해한다는 지적에 솔직하게 말했다.

“국회사무처가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국회와 정부부처를 연결하는 화상회의시스템을 시범 구축하기로 하였습니다. 정기국회 때 화상회의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나서 내년부터 모든 상임위원회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세종시를 방문하는 현장 상임위원회가 가능하도록 정부세종청사에 별도로 회의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라고도 합니다.”

그동안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 후 공무원들의 국회 출장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화상회의시스템과 세종시 현지 상임위 등이 이뤄지면 행정의 효율성이 크게7 증대될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도시계획전문가가 꿈꾸는 ‘언어박물관’ 건립

무에서 유 창조… 전무후무한 행정·문화도시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청장 비서로부터 쪽지가 왔다. 행복도시를 벤치마킹하려 세종시에 온 외국손님들이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도시계획전문가(단국대 도시계획박사)인 이 청장에게 행복도시 도시구성과 성장 필요 요소들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행복도시는 도시 중앙에 호수공원 등 녹지율 52%를 자랑하는 쾌적한 주거환경, 전국 주요도시로부터 2시간에 접근할 수 있는 사통팔달의 교통망 등 명품도시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도시를 잘 만들어야 하지만, 기초질서를 준수하는 도시민들의 성숙한 주민의식과 참여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국민이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이나 집단 이기주의, 기초질서 위반 등 기존 신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행복도시에서는 개선해서 진정한 국토의 균형발전과 함께 세계인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화제를 돌렸다. 공직생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말이다. 두 가지를 꼽았다. 1980년 1월 옛 건설부 산하 논산국도유지건설사무소(논산국도)에서 처음 공직 때 경비원이 잡상인인 줄 알고 제지했는데 관리계장발령자라고 하니 큰 목소리로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무실까지 안내해 주더라는 것이다. 그 경비원 덕분에 국가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지사지다. 국토부 과장 시절 제도개선을 위한 회의에서 한 사무관이 회의 도중 책상을 치면서 나가 버렸다. 이 청장은 황당함과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과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의사표현이 없자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이 사무관은 지시를 받고 할 말을 다해 나간 것으로써 오해라고 얘기했지만 이 청장은 부모님께 당시 상황을 얘기해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한참 뒤 그 사무관이 찾아와 잘못을 청했다. 이로 인해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번 더 상대편 처지에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청장은 개인적으로 행복도시를 완성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언어박물관건립을 꼽았다. 한글학회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관심을 두고 있다고도 했다.

전 세계에는 6천여 개의 언어가 있는데 이 중 250개 언어만이 인구 150만 명 이상이 사용한다며 나머지는 사라진다고도 했다. 행복도시 세종시에 조선 초 위대한 성군인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세계언어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언어박물관 건립이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행복도시는 이제 열정적인 청장 때문에 정부 최고 행정기관을 껴안은 도시로, 문화강국도시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간이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PROFILE

● 출생 : 1955년 경기도 연천 출생

● 학력

- 연천 군남초·초성초교

- 동두천중

- 서울 용문고

-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학사

- 인하대 교통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 단국대대학원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박사

● 경력

- 1980 7급 공채 임용

- 2006~2007 건설교통부 부동산평가팀장, 토지관리팀장

- 2008 국토해양부 부동산산업과장, 동서남해권발전기획단 해안권기획과장

- 2009 국토해양부 국민임대주택건설기획단장,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

- 2010 국토해양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 2011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

- 2013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차관급)

글 _ 세종·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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