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성폭력 전당’ 전락 대학캠퍼스 실질적 성교육 절실

요즘 ‘지성의 전당’이라고 자부하는 대학 캠퍼스가 잇단 학내 성추문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방의 책임을 두 어깨에 짊어질 모 사관학교 생도가 학교내에서 후배를 성폭행하고, K대 의대생들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교수가 대학원생 두명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사건 뿐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의 ‘몰카 성추행’, 모 지방대 교수의 학회참석에 동반한 대학원생에 대한 성폭행 등등….

교수들의 행태는 지성의 전당뿐 아니라 폭염으로 후꾼 달아오른 전 한반도를 용광로로 만들고 있다. 특히,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지도해야하는 교수가 지성의 상아탑인 대학내에서 진로상담이나 연구활동을 빌미로 오히려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니, 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80개의 대학사례를 조사하고 발표한 ‘2012 대학교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에 의하면 대학내 상담 기구에 신고된 성범죄 사건이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1년 1.2건으로 2배 늘었다고 한다. 이 발표 내용에 의하면, 2011년 신고된 사건에서 가해자가 학부생인 경우가 102건, 교수가 36건, 교직원이 18건 등이고 피해자가 학부생인 경우는 126건, 대학원생은 24건이다.

언어 성희롱과 신체 성희롱 피해가 가장 많았지만 강간과 준강간 피해 사례도 21건 신고됐다고 한다. 성범죄 발생 장소는 학외 유흥공간 43건, 도서관 등 공공장소 22건, MT 수련회 등 숙박시설 20건, 강의실 15건이라고 한다.

학생과 학생 간 사건의 빈도가 가장 높았지만 사건 처리가 가장 어려운 유형은 교수와 학생 간의 성범죄로 조사됐다고 한다. 조사대상 대학 280 개 대학중 독립된 성희롱, 성폭력 상담기구가 있는 곳이 73곳 (26%) 밖에 안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위에 열거한 수치가 아니더라도, 캠퍼스 내 성희롱·성폭행을 비롯한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 이러한 현상들이 왜 발생하게 되는가? 그냥 통과의례이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하는가? 학생이나, 대학원생이면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되니까 감내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대학은 죽은지 오래라고 말한다. 대학은 학문을 수양하고 젊음을 불태우며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는 지성의 전당이었으나 이제는 취업의 관문이요, 출세를 위해 거쳐야하는 한 과정일 뿐이라고 한다.

사실 대학교라는 틀은 가장 진보적이어야 하지만,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상하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대학사회가, 특히 교수 사회가 나와 다르거나 다른 위치에 있는 타인에게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오랜 유교적 전통속에서 키워져온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문화가 연이은 성범죄 발생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 이제 이런 틀을 깨야한다. 제자를 제자로 보는 안목을 가져야한다.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 교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성교육도 이루어져야하겠다. 형식적인 것이 아닌, 나와 다른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공감과 다른이를 존중하는 심리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경호 오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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