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재벌총수의 구속이 재벌그룹 경영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는 것인가? 회사의 온갖 미래정보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에 투영되는 주가의 움직임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이익단체들의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오너가 구속된 재벌그룹들, 예컨대 태광, 한화, SK, 그리고 최근의 CJ그룹을 통털어 보아도, 재벌오너들의 구속은 그룹주력사들의 주가에 일시적인 영향만을 미쳤을 뿐, 이후의 움직임은 오너쉽의 공백과는 무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 경영, 집단의사 구조
이러한 현상은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재벌그룹의 경우 재벌총수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경영이 그만큼 안정화되어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의 경우, CEO가 누구냐에 따라 기업은 흥망성쇠가 좌우가 되며, 따라서 천문학적인 거금을 주고서라도 CEO를 모셔오는 등의 기업문화를 보면 그 방증이 된다. 최근 스티브 잡스라는 뛰어난 CEO를 잃은 애플의 경우, 주가는 최고치인 주당 700달러에서 30%가량이나 폭락해 있는 상태이며, 추가적인 위상하락도 예상되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이러한 현상을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현상으로 치부하고 말것인가? 한국의 경우,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이 아닌 하드웨어 중심적 사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으나,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대기업 경영이 총수 일인에 의지하기보다는 대기업이란 거대조직을 떠받치는 무수히 많은 인력들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의사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대기업 중심의 기업문화는 바람직한 것인가? 적어도 신정부의 ‘창조경제’란 키워드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비춰진다.
누가 CEO가 되든, CEO가 있건 없건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뛰어난 개인적 역량을 가진 사람이 대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로서 자리매김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로 창업해 재계 서열 30위권으로 입성한 입지전적 인물의 창업신화가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기업문화는 마크 주크버그같은 창조적 인력들에게 ‘페이스북’ 같은 기업 창업을 통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가?
창조경제 시대 대대적 수술 필요
최근 재벌회장들의 구속과 관련된 주식시장의 반응을 보면, 부정적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늦게나마 S급 소프트웨어 인력의 확충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답답한 기업풍토의 존재를 간접시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업풍토는 아직까지 ‘한계(Marginal)’ 개념이 아닌 ‘평균(Average)’ 개념수준을 맴돌고 있으며, 따라서 신정부의 ‘창조경제’를 착근하기엔 인식의 전환 등 기업풍토 전반에 걸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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