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가족 상봉 무기한 연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대북정책 기조 무시
朴 대통령 태도 바꿀 가능성 희박해
정부, 인도주의적 지원은 예정대로 추진
북한이 오는 25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그동안 조성된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1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통보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말미암아 한 푼의 외화가 아쉬운 북한으로서는 안정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금강산관광 사업은 그야말로 구미가 당기는 절실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과정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에 상봉장소를 금강산으로 하자고 요구하는 한편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하자고 제안하는 등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두 사안은 별개라는 원칙을 꺾지 않으며 신중한 대응을 고수하자, 금강산관광 재개를 외화벌이 돌파구로 고려하던 북한이 초조함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볼모로 정부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을 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동안 절박했던 개성공단 재가동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에게 절실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취하려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일방적인 이산가족 상봉연기 조치에 대해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대북 기조를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일방적인 자세를 고수함으로써 행사가 무산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려 한다는 의도가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원칙주의자인 박 대통령이 북한의 의도대로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에 태도를 바꾸고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계획대로 응할 수 기회는 주겠지만, 만약 북한이 응하지 않아 조속한 시일 내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한반도는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발표에도 기존에 합의했던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어서 북한의 태도 변화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해인송우일기자 swi0906@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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