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성일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ㆍ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장

3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위기다. 아시아장애인올림픽위원회(APC)로부터 지난 2009년 9월 2014년 장애인아시안게임 개최도시 승인을 받았지만, 5년여 동안 이렇다 할 진행 사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겨우 지난해 8월에서야 대회를 주관할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설립됐고, 경기종목(23개)은 올해 1월에서야 간신히 확정했다. 또 대회 공식 홈페이지가 대회를 불과 1년 앞둔 지난 17일 개설되는 등 장애인 아시안게임 시계추는 유독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중앙정부와 인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의 무관심한 시선이 성공적 대회 개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1년여 전 무보수 명예직으로 조직위원회 수장을 맡은 김성일 위원장(65)의 고민도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어떻게 하든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 했다. 김 위원장의 고민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제3대 회장’ 출마로 이어졌고, 결국 지난 18일 당선에 성공했다.

다음 달 25일 취임식 이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3대 회장으로 4년간 직무를 수행하는 김 위원장은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으로서 2014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더욱 성실한 대회준비를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출마를 결심했다”며 “대한장애인체육회 전문가들을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운영 분야에 집중 투입해 대회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 장애인·비장애인 ‘화합의 장’ 연출할 것

지난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한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대회가 내년에 인천에서 열린다.

2014년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인천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인천장애인AG은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를 자랑한다.

2010년 중국 광저우 대회(19개 종목)와 비교해 론볼, 요트, 휠체어 댄스 스포츠, 휠체어 럭비 등 4개 종목이 추가된 23개 종목이 개최되고, 참가선수단은 규모만도 6천 명(선수 4천500명·임원 1천500명)에 달한다.

대회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치밀한 수송 및 자원 확보 계획을 세우고, 종목별 담당관과 경기 전문가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최첨단 정보통신(IT)시설 및 경기장 시설을 구축해 역대 어느 대회보다 수준 높은 대회를 치를 계획이다. 무엇보다 조직위가 역점을 둔 부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소통의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김성일 위원장은 “박칼린 개·폐회식 총감독을 위촉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감동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이어가는 우리의 우수한 문화콘텐츠와 42개 참가국의 다양성을 충분히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장 혹은 TV 중계를 통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당당하게 펼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소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며 “적극적인 관중 확보 노력과 함께 방송 중계 준비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인천에서 장애인AG이 결정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같은 해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일찌감치 확정되며, 그동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로부터 대회 승인이 나지 않았었다. 당시 OCA는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60일간 어떠한 국제대회도 치를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장애인AG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장애인AG을 유치해 놓고도 무산될 처지까지 몰렸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OCA 알사바 의장으로부터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도시가 따로 장애인 대회를 열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오히려 개최 도시와 잘 협의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부족한 대회예산,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인천시는 안상수 전 시장이 재임하던 2009년 당시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고작 599억 원의 예산만을 승인받았다. 599억 원은 2002년 부산 아·태 장애인대회를 치렀던 비용에 물가 인상률을 감안한 금액이다.

당시와 비교해 훨씬 커진 대회 규모를 고려하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 위원장은 “예산 부족이 가장 큰 고민이다. 최대한 아껴도 1천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인천 아시안게임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중앙정부의 외면 속에 애가 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대회조직위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12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개·폐막식 등을 중계하는 데 7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 예산을 아끼고 아껴 국제 스포츠 대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성화 봉송도 포기했지만 그래도 1천억 원은 필요하다. 산술적으로 현재로서는 400억 원 이상이 부족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속적인 예산 확보 노력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절감해 나가면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대상 마케팅을 통한 예산 확보도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새다. 아시안게임조직위가 OCA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항공사를 비롯해 가전제품·스포츠용품 생산업체, 보험회사 등과 굵직한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달리 장애인AG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시들시들하다.

김 위원장은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일찌감치 항공사와 자동차업체 등과 후원 계약을 마쳐 직원들이 비용 걱정 없이 출장을 다니고 이동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기업들이 아시안게임 후원에 투입하는 비용의 20%만이라도 장애인AG에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민과 함께 ‘성공적인 대회’ 만들겠다

“장애인 아시안게임의 성공 여부는 온 국민의 관심에 달렸습니다. 남은 기간 다양한 채널과 창의적인 방법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겠습니다.”

대회 1년을 남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아시안게임에 가려 장애인AG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아시안게임과 장애인AG을 별개의 대회로 바라보지 않고 인천에서 개최되는 하나의 국제경기대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인식이 아시안게임과 장애인AG이 연결되는 대회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회조직위도 실무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해 자원과 예산의 중복을 최소화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양 대회 모두 상생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장애인AG만의 차별화된 홍보 전략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 기획보도를 비롯해 지역 축제 등 각종 행사에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등 장애인AG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진행 중이다”며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배우 한효주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로봇홍보단 ‘로보티카’ 등을 활용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일 위원장, 대한장애인체육회 3대 회장 선출

김성일 위원장이 대한장애인체육회 제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3대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27표를 얻어 신임 회장으로 당선됐다. 지난 2대 회장 선거에 출마 고배를 마신 김성일 회장은 2번째 도전에 성공했다.

이날 투표에는 대의원 총 54명 중 52명이 참석했으며, 1차 투표결과 과반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어 선거관리규정에 의거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김성일 후보와 장춘배 후보 간 재투표가 실시됐다. 2차 투표결과 김성일 후보가 27표, 장춘배 후보가 24표를 얻었다.

김성일 신임 회장은 “제3기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에 섰다. 저를 믿어주신 만큼 안전한 비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 대한장애인체육회 전 직원과 함께 환골탈태 한다는 자세로 다가가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경기연맹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확보된 기금을 가능하면 경기연맹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연맹을 재정적 지원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이를 통해 더욱 견고한 장애인체육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김 회장은 “각종 국제경기대회에 출전해 쿼터를 따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며 “예산지원은 물론 제도적 부분을 연맹과 협의해 차근차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프로필

-1948년 경남 진해 출생

-경북고등학교 졸

-공군사관학교 20기 학사

-연세대(행정학 석사) 졸

-현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

-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3대 회장 선임

-2008 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2010~2013.8.)

-대한장애인축구협회 회장(2007~2011)

-공군 참모총장(2005~2007)

배인성기자 isb@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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