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이 강화도에? 공룡부터 곤충까지 다있네…
‘자연사’란 동·식물뿐만 아니라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과 인류와 우주에 관한 역사를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생물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환경오염이나 공해 등 인간의 무관심으로 서서히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연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 우리보다 경제·문화적으로 뒤떨어졌다고 하는 몽골의 경우만 하더라도 자연사를 담은 박물관이 30여곳이나 존재한다고 한다.
자연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체계적으로 전시·교육하고 연구하는 기관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바로 이 같은 소중한 자연과학의 세계를 국내 최초로 박물관 형태로 갖춘 곳이 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인천 강화도,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폐교한 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한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은 사실 첫 외관 인상이 다소 허름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알찬 전시물이 가득한 내실 있는 박물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은암’은 ‘굳건한 의지로 나라를 건설한다’는 뜻으로, 박물관 관장인 이종옥씨(89)의 호다. 이 관장의 호를 직접 박물관 이름에 붙였을 정도로 그의 박물관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박물관엔 이 관장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10만여점의 수집품 중 2천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들 모두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관장은 애초 문화재 관리국의 공사를 맡아서 하던 전통 금속 공예가였다. 조각재료를 구하고자 나간 외국출장길에서 취미로 수집한 패류들을 시작으로, 그동안 쌓인 수집품들이 오늘의 자연사 박물관에 이르렀다. 수집에만 4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리는 등 이 관장의 한 평생의 삶이 이곳에 녹아 들어있다.
최초 은암자연사박물관은 지난 1997년 6월 서울 마포에 첫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을 겪으며 개관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운영에 차질을 겪다, 결국 박물관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기까지 했다. 이후 소장물에 대한 이전 협의를 강화군과 진행, 2001년 7월 강화도 송해면에 이곳 박물관 문을 다시 열었다.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은 송해면 양오리 632-4 일대에 지상 2층 규모(총면적 7천400㎡)로 마련됐다. 모두 4개의 전시장을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가 갖춰져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티라노사우루스’ 등 거대한 공룡들이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한때 양당초등학교 교정이었던 박물관 마당은 당시 뛰놀던 아이들 대신 공룡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처음 오는 방문객들도 멀리서부터 이 거대한 공룡을 발견, 이내 찾아오곤 한다.
또 공룡들과 함께 인도양 앞바다에 분포한 닭벼슬 모양의 굴, 남미의 울창한 산에 사는 헤라클레스 투구벌레, 중국 등지에서 생활하는 백올빼미 등 세계 각국에 서식하는 희귀한 생물을 비롯해 곤충·나비류, 조류, 동물류, 화석류 등도 한자리에 모여 있다.
흡사 쥐라기 공원을 재현한 마당을 지나 박물관에 들어서면 더욱 신기한 자연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2층짜리 교사를 그대로 이용해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박물관은 모두 4개의 실내 전시실과 유리집을 갖추고 있다.
제1전시실은 학술적 가치가 높거나 희귀해 법으로 지정된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2호) 등 동식물과 서식지, 지질 등의 천연물을 박재 등의 방식으로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이곳엔 각종 조류를 비롯해 실제 자연의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오라마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이 디오라마 기법을 통해 조류, 동물류 등을 유리벽 안에 한데 모아 ‘밀림의 왕국’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
제2전시실은 동물의 내골격과 외골격 등 속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특화돼 있다. 박제된 동물과 그것의 골격 표본을 나란히 전시해 방문객들이 비교하기 쉽도록 해 놨다. 햄스터와 닭, 기러기 등 익숙한 동물들의 내부 골격 구조는 방문객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간다.
제3전시실은 화석 광물 전시실로 암모나이트, 삼엽충, 매머드 이빨, 공룡알 화석, 원시고사리 화석 등 자연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광물과 화석을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상실 및 체험실에선 방문객들이 직접 화석발굴과 곤충표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밖에 박물관 밖 유리집에는 열대지방의 대자연 속에서 사는 ‘이구아나’ 등 다양한 파충류, 애완용 조류·동물들이 전시돼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맨 처음 박물관에 들어왔던 운동장으로 돌아가 대형 모형 공룡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갯벌과 고인돌 등 선사시대 유물을 지닌 강화도는 섬 자체가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여기에 한 사람의 한평생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은암자연사박물관까지.
최근엔 박물관 전체에 대한 리모델링 계획이 잡혀 있는 등 더욱 알차고 효율적인 자연사 이야기를 들려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물관 측은 리모델링 기간엔 유치원, 학교 등으로 찾아가는 박물관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강화로 떠나는 자연 여행은 향기롭고 그 재미가 곱절이 되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주 소 :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양오리 632-4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연중무휴)
·관람요금 : 어른 3천원/학생 2천500원/유치원생 2천원(단체는 500원 할인)
·문 의 : (032) 934-8872
글 _ 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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