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8살 A군은 집안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친부와 계모의 베란다 감금, 잠고문, 매질 등의 학대를 견디다 전신피하출혈로 사망하였다. 8살 B양은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고 했다가 계모에게 맞아 갈비뼈 24개중 16개가 부러지면서 사망했다.
10살 C양은 국과 밥을 먹다가 남기면 매질을 당하고 토사물과 용변을 벌로 먹어야 했으며 소금이 세 숟가락씩 들어간 밥을 먹다가 급기야 나트륨 중독으로 숨졌다. 세 살배기 아이가 떼를 쓴다는 이유로 폭행하다 아이가 숨지자 저수지에 시신을 버린 엄마가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일어난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해 1만943건으로 5년간 13%가 증가하였다. 학대 장소는 가장 안전하고 행복해야 할 가정(86.9%)이며, 주학대자는 다름 아닌 부모(83.9%)였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신체적 학대는 부모의 아동에 대한 징계행위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며, 정서적 학대는 아예 학대라는 인식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있다.
‘법집행담당자의 아동학대 인식’결과를 살펴보면 ‘아이를 내던지거나 때려눕힌 행위’에 대해 검사 전원이 학대라고 응답한 반면 경찰은 64.2%만 학대로 인식했고, ‘아이를 심하게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찬 행위’에 대해 판ㆍ검사는 98% 이상이 학대라고 본 반면 경찰은 67.9%만이 학대라고 응답하고 있어 학대에 대한 인식수준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아동에게 심각한 신체적ㆍ정신적 상처를 주고 사망에 이르게 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은 법집행자들의 아동학대 민감도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동학대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 성격을 지니며 가부장적 권력에 의한 착취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아동관점에서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작년 8월부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직역이 22개로 늘어나고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단 한건도 없었다. 또한 아동학대 가해자가 받아야 하는 상담과 교육 미참여자에게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이를 강제하거나 처벌할 규정도 없다. 무엇보다 아동과 학대부모를 격리하는 것조차 보장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형사처벌은 더욱 문제가 많다. 동일한 상해라도 현행법상 어른이 상해를 입으면 중상해죄에 해당하여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나, 그 대상이 아동이면 아동복지법의 적용을 받아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벌금형밖에 받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학습된 학대는 피해아동이 성인이 되어 다시 가해자가 되는 학대의 세습화를 낳게 한다. 아동학대는 개인의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단호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회는 1년 이상 계류중인 아동학대방지 관련 특례법을 조속히 처리하여 아동의 행복하고 질적인 삶 보장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선영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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