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 누비며 지역에 ‘행복바람’
삶이란 늘 예측불가다. 현대과학의 집성체라는 기상관측조차 틀리기 일쑤다.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길이라 여기며 산다.
심화섭 동두천시의원(58)도 그랬다.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음악학원과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으로 시연합회 회장을 했다.
‘교육자’가 되는 것, 그것이 계획된 삶이었다. 그런 그가 2010년 제6대 시의원이 됐다. 얼떨떨했다. 행정의 ‘행’,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그였다. 그래서 떠올린 첫 일은 ‘보따리’를 싸는 일이었다. ‘책 보따리’. 전직 시의원은 물론 방방곡곡 행정과 정치를 잘하기로 소문난 단체장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다.
그리고 관련 강의도 빠짐없이 들었다. 이듬해에는 행정대학원에 진학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2014년이 왔다. 성과는 많았다.
‘약속을 가장 잘 지키는 정치인’, ‘시민과 함께 호흡한 정치인’ 심 의원에 대한 세간의 거짓 없는 평가다.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확고한 신념, 도전정신으로 자신과 동두천의 삶을 또 다른 방향으로 질주시키고 있다. 그 예측불가능성이 희망적인 이유다.
민원인의 해결사·현장의 정치인 ‘닉네임’
중앙로 마을단절 해결 앞장… 소외지역 수시로 찾아 ‘마음의 문’ 활짝
지난해 인기를 끈 영화 ‘관상’의 수사법을 잠시 빌리자. “귓불이 두툼하고 아래로 늘어있어 사교성이 좋고 취미가 다양해 어떤 분야에도 윤곽을 드러낸다. 끝이 내려간 눈썹과 아래위 입술 크기가 비슷해 모든 사물에 애정이 많고, 자신의 의견이 받아질 때까지 노력하는 강인한 성격이다.” 실제 한 관상 애플리케이션에 심 의원 사진을 넣고 받아본 결과다.
‘믿거나 말거나’ 지만 두 시간 동안 심 의원을 인터뷰하며 받은 느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평균 보다 다소 작은 키, 작고 동그란 얼굴과 입술. 흑과 백이 분명한 맑은 눈동자. 총명하면서도 인자하고 부드러운 인상. 그래서 부담 없이 다가가 모든 고민을 털어놓고만 싶은…. 심 의원의 첫 인상이 딱 그랬다.
심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꽤나 유명하다. 그러니 ‘시의원 하는 것 아니겠어’라고 반문하겠지만 양상이 다르다. 의정활동 기간 의회보다 현장에 많이 있었다. 기관원보다 민원인과 이야기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심 의원은 ‘민원인의 해결사’와 ‘현장의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2년 전 일이다. 지난 2007년 생긴 철도로 동두천 13통과 14통 사이 마을에 단절이 발생했다. 또 길 중간에 집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소방로 임에도 활용키 힘들거나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 우려가 높았다.
그렇게 민원인들의 심 의원을 찾았고, 현장실사와 끈질긴 부서 면담, 건의 등을 통해 해당 부지를 매입해 정상화 시켰다. 이 일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심 의원이 당선 후 처음으로 받은 개별 민원인 동시에 값진 상도 받았기 때문이다. ‘민원인이 주는 상’ 없는 살림, 어려운 처지의 어르신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심 의원에게 케이크와 작은 꽃다발을 보내왔다. 심 의원은 고맙기도 부끄럽기도 했다고 그 날을 떠올린다.
“어찌 보면 별일도 아니죠. 확실한 문제였고, 당연한 결과였어요. 그럼에도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준 것, 그리고 내 집 일처럼 신경써주고 해결해 준 것에 고마워하셨어요. 뿌듯했기보다는 ‘시의원으로 그동안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에 반성하는 계기도 됐어요”
그렇게 임기 동안 해결한 것이 많다. 특히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동두천이 수해를 입었을 때도 모든 행정력이 집중되는 중앙지역보다 누구도 가지 않은 변두리지역을 더 많이 다니며 문제를 해결했다.
일손이 부족할 때는 스스로 팔을 걷고 복구를 돕기도 했다. 또 소요산 삼림욕장 프로그램 정비와 등산로 정비,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다양한 지역사회의 과제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섰다.
지방자치의 꽃은 ‘주민자치’… 지역민 교육에 팔걷어
주민자치 아카데미 1기 성공적인 수료 ‘결실’
심 의원이 주력하는 일은 또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산하는 일이다. 모두들 그 근본은 지방자치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자체와 시·군의회의 역할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심 의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 그것에 동두천에 미래가,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동국대 행정대학원에 준비 중인 박사과정 논문도 주민자치와 주민참여예산 등 ‘작은 마을’ 가꾸기에 관한 내용이다.
가능성도 발견했다. 지난해 상반기 지역주민 대상으로 ‘주민자치 아카데미 1기 수료식’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연령대가 높은 지역 특성상 참여율이 높지 않을 거라는 것.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다. ‘주민자치란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자신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하나 둘 깨쳐갔다.
효과도 나타났다. 마을사람들이 발전을 위한 자치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동두천 불현동 ‘종이골’이 그곳이다. 이 마을은 과거 닥나무를 베어 한지를 만들어 팔던 고장이다. 하지만 한지 산업이 차즘 죽어가며 그 명맥이 끊겼었다.
그러던 중 마을사람들이 심 의원을 찾아와 전통을 잇고 마을을 일으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전통체험마을’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심 의원은 마을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간담회도 진행하고 실태파악은 물론 중앙정부부처를 오가며 실마리 찾기 위해 발로 뛰었다. 그 결과 안전행정부에서 1년마다 진행하는 특수사업 공모 가능성을 확인했고, 동두천 도시과와 농업녹지과를 동원해 현재 준비에 착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 아카데미를 진행하면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동두천 이야기를 쏟아내는 주민들을 보며 동두천의 희망의 샘물이 솟구치는 듯 벅차오름을 느꼈어요. 남은 기간 내게 남은 과제는 걸음마를 시작한 동두천 표 주민자치가 스스로 저벅저벅 걸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밀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주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공약 대부분 실천… 2년 연속 매니페스토 대상
심 의원은 ‘칼’ 같은 사람이다. 섬뜩하고 불순한 ‘칼’이 아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칼’이다. 언제나 민원인과의 약속, 나아가 시민과의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것. 그것이 임기 중 가장 큰 목표이자 존재의 이유라 여겼다.
그 점에서 심 의원은 정말 쉼 없이 달렸다고 자평한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교육·관광 산업 개발’, ‘주민 교육 문화센터 유치 운영’, ‘친환경 무상급식 현실화’, ‘시간연장형 어린이집, 방과 후 교육, 야간 돌보미’ 등 10여 개의 공약 대부분을 지켰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의정활동 평가와 관련해 가장 명성 있는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에서 수여하는 ‘공약실천 대상’을 받았다.
난다 긴다 하는 유력 의원조차 이루기 힘든 일을 초선 의원이 해낸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그 과정은 험난했다. 아는 것이 없어 이리저리 자문을 구하고, 스스로 공부를 했다. 행정, 예산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과외를 받았다.
그 덕에 각 분야 유명 전문가와 지식인들과 친분도 쌓을 수 있었고, 인맥도 넓어졌다. 이 같은 인적기반을 활용해 동두천에서 시도조차 못했던 ‘인문학 학교’, ‘지식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또 다른 계획 중 하나다.
동두천은 심 의원이 자고 나란 고향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너무 가난한 탓이다. 훌륭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있음에도 동두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미군부대’와 ‘기지촌’ 뿐이다. 재정자립도도 도내 31개 지자체 중 만년 꼴찌다.
“동두천에서 자고 나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고향을 안겨주고 싶다”는 심 의원에게 예측불가한 인생의 화두는 그래서 ‘동두천’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실현가능성을 하나하나 갖춰가는 곳 동두천. 이곳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진짜 이유다.
글 _ 박광수 기자 ksthink@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