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대학 교육의 역할

정권이 교체되면 우선 위정자들이 손을 대는 것이 대학입학제도이다. 수십번 이상의 변화가 있었으니, 그때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거나 학부형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기억할 수도 없으리라. 필자가 대학입학 당시의 시험제도는 학력고사였다.

단 한번의 시험으로 결정이 되는 다소 인간적이지 못한 제도였으나 현재는 그것이 가장 합리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종종 느껴지곤 한다. 그 전 시대에 실시되었던 대학에서 교육시키고자 하는 학생을 직접 선발하는 본고사 제도도 어찌보면 크게 논리에서 어긋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현재 필자는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에는 있지만, 그 복잡한 현재의 입학제도를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단 한번의 응시가 아니라 3번 응시 가능, 공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기 등등 대학 입학의 대상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이 들으면 귀가 솔깃할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보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학입학이 교육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러한 것들은 조심스레 검토되어야만 할 것이다.

2018년이 되면 대학입학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아진다. 참 흥미로운 상황이다. 그럼 지금 대학은 무엇이 되었는가? 이미 대학의 학부 교육이 수월성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수월성 교육이라는 것은 진정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교육하고 싶은 교수들이 진행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1990년대만 해도 웬만한 전공수업의 경우, 수업시간 10분 전부터 앞자리를 맡기 위해서 전쟁을 하다시피 했다. 2010년대 대학수업은 특정한 수업을 제외하고는 수업시간 10분 전부터 뒷자리를 맡기 위해서 전쟁을 하다시피 한다. 학생들이 이미 수업시간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의욕보다는 취업 및 본인의 스펙 향상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수월성 교육이 아니라 대중성 교육이다. 전문성 교육이라기 보다는 보편성 교육이 되어간다. 이제 수월성 교육의 역할은 대학원으로 넘어갔다. 기술의 발전과 교육 역할의 변화에 따라 대학 4년이 부족해 2년 정도 더 수학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따라서 학부 졸업생의 경우, 4년동안의 전공 교육과는 별반 상관이 없는 업무를 회사에서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20여년 전의 그 어려운 대학 입학 시험은 영원히 없어지고 모두가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희망찬 시대가 된 것인가? 확실히 아니다. 삼성 입사시험, 현대차 입사시험 등등 국내 일류기업의 입사를 위한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입사시험 경쟁률의 경우, 매번 달라지겠지만 3대 1에서 그 이상까지 되리라 예상된다. 사기업을 위한, 사기업에 의한 또 한번의 검증시험이 생긴 것이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위정자라 하더라도 모든 대학 졸업생들이 삼성과 현대차에 입사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누가 또 대학입학제도를 손댈 것이다. 정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본인의 이득, 정치적인 생명, 정당의 이익을 떠나 대학입학제도를 검토해주길 부탁드린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은 건드리지 말라. 자랑스러울 일은 절대 아닌 OECD 국가 중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차지한 우리에게 중요한 대학 교육은 삼성 입사시험, 현대차 입사시험 등을 위한 대중성 교육이 아니라 향후 30년의 먹거리를 만드는, 세계에서 경쟁력있는 구글과 같은 새로운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다.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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