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이재희 경인교대 총장

인천 글로벌 캠퍼스 강화… 내년 ‘2+2 체제’ 전환할 것

지난해 경인교육대학교를 두고 인천지역 교육계와 정치계가 크게 들썩였다. 지난 1953년 인천시로부터 교지를 기증받아 개교한 국립 인천사범학교가 모태이며, 지역의 대표적인 교원양성기관인 경인교대가 경기도로 이전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일부 지역 국회의원은 인천교대의 부활을 언급하는가 하면, 지역주민은 경인교대 인천캠퍼스 정문에 진을 치고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인천지역 교육계의 가장 큰 화제를 뽑으라면 ‘경인교대의 경기도 이전설’이 뽑힐 정도다.

이러한 어지러운 분위기 속에 경인교대의 제6대 총장이 임명됐다. 지난 1994년 전임강사로 시작해 20여 년 동안 교수직을 맡아온 이재희 총장이다. 지난해 5월 1일 취임식을 한 이 총장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경인교대를 이끌고 있다. 특히 우수 초등교원을 양성해온 현재의 경인교대 위상에 만족하지 않고, 최적의 교원양성기관 모델을 실현하고자 ‘교대, 그 이상의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또 경기도 이전 논란을 종식하고 경인지역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경인교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무엇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과 신입생의 감소는 학교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는 대학, 학령인구 감소라는 장기적 과제를 풀어야 하는 대학으로서 경인교대는 2014년 새해를 맞았다. 어느 때보다 경인교대의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 총장을 만나 다양한 미래 구상안과 견해를 들어봤다.

Q.지난 1994년부터 20여 년 간 경인교대에 몸담았고, 지난해 제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오랫동안 지역 교육계를 대표할 수 있는 경인교대에 머무르면서 지닌 교육철학이 남다를 텐데.

A.교육은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그렇기에 올바른 도덕적 행위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이 어느 교육보다도 중요하다. 올바른 도덕적 행위는 뇌의 앞부분, 즉 전뇌의 판단능력에 따라 결정되고, 이러한 판단능력은 10살 이전에 모두 구성된다.

이러한 이유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인성교육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자식에게 지식 습득만을 강조하고 있다. 집에서 이뤄져야 하는 인성교육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학부모는 모든 인성교육을 학교에 떠넘겼다. 지금이라도 학부모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집에서 아이들이 도덕적 행위를 익히고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학습법은 없다. 학생에게도 항상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해 주는 이유다. 이와 함께 독서와 단체 운동의 중요성도 언급하고 싶다. 책은 삶의 지혜 그 자체이며, 단체운동을 통해 배우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좋은 인성 함양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Q.경인지역의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올해 대학의 운영 방향은.

A.‘교대, 그 이상의 대학’을 목표로 잡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경인교대를 이끌겠다.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소통하며 도약하는 대학’,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는 대학’, 교수·직원·학생·동문에게 ‘자랑스러운 대학’, ‘모두가 즐거운 공동체’로서의 경인교대를 만들 방침이다. 더불어 풍요롭고 투명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진취적인 초등교원 양성에 힘쓰겠다.

또 임용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지난해 경기캠퍼스에 설치한 그룹토의실이 학생들의 임용시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올해는 그룹토의실을 인천캠퍼스 도서관에도 만들 예정이다. 앞으로 그룹토의실은 조별과제 및 임용시험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Q.지난해 경인교대가 경기도로 이전할지 모른다는 소식에 인천지역 시민이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경인교대 인천캠퍼스의 발전안에 대해 듣고 싶다.

A.무엇보다 경인교대가 인천을 떠나 경기도로 이전한다는 소식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경인교대는 인천의 터를 두고 개교했으며, 인천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경인교대가 인천을 버리고 떠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많은 지역인사를 만나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설명했고, 인천캠퍼스만의 독창적인 발전안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인천캠퍼스 발전을 위해 글로벌 교원양성 거점대학(GTU) 사업 등 글로벌 캠퍼스 기능을 유지하겠다. 글로벌 교원양성 거점대학은 교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교육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난 2011년 교육부가 수립한 ‘우수교원 해외 진출 5개년 계획’과 ‘글로벌 교원양성 및 교류활성화 방안’ 일환이다. 인천캠퍼스는 특수·수학·과학 교과의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을 글로벌 과정으로 운영하겠다. 이를 통해 미국 세인트 클라우드대학·미네소타대학 등과 복수·공동학위 운영 등으로 한국 및 미국 교사 자격증을 취득, 미국 등지에서 글로벌 교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또 인천캠퍼스에서 임용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형 교양대학(RC)을 운영할 방침이다. 기숙형 교양대학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교양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시범운영한 결과 참가 학생들 모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올해는 기숙형 교양대학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해 교양있는 교원 양성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이밖에 인천캠퍼스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비롯해 평생교육원과 문화예술 최고경영자과정(GUCAP) 등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

Q.지난해 경인교대의 인천캠퍼스·경기캠퍼스 균형적 발전안에 ‘2+2 체제’ 전환이 있다.

A.본래 경인교대는 인천캠퍼스와 경기캠퍼스가 각각 신입생을 선발해 해당 지역 교원을 육성하는 ‘쌍둥이 체제(4+4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교원 정원 감소로 입학 정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쌍둥이 체제를 유지하기에는 교육과정 운영과 재정 운영에 무리가 많았다.

이에 따라 양 캠퍼스를 균형 있게 운영하고자 1~2학년은 인천캠퍼스에서, 3~4학년은 경기캠퍼스에서 교육받도록 하는 ‘2+2 체제’를 추진하고 했다. 이러한 2+2 체제는 내년에 정상적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며, 현재 세부 조율 과정에 있다.

Q. 최근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의 학생 정원을 감축하는 개선안을 논의 중이다. 경인교대는 교원을 양성하는 곳으로서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다른 대학에 비해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A.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 수와 교대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근시적 발상에 불과하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입학정원을 38% 감축하면서 이미 교원의 수급조절을 마무리 졌기 때문에 더는 감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초등학교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할 때다. 현재 수준으로 교원을 유지하거나 증원하고, 이에 맞물려 앞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면 자연스럽게 학급당 학생 수는 줄어들게 된다. 학령인구가 줄기 때문에 교원도 줄여야 한다는 발상은 교육의 질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서울, 경기, 인천이 차지하는 인구 비중을 고려해 경인교대의 정원은 확대해야 한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지만, 경인교대와 서울교대의 정원만으로는 수도권 교원을 모두 충원하기에 벅찬 상황이다. 지역에서 배출한 교사가 지역의 학생을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는 교대 정원에서조차 수도권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전국 교대의 정원을 합리적으로 배정하는 정원 조정안을 연구 중이다. 연구 보고서는 오는 3월 말까지 전국교대총장협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Q.교대의 입학정원 감소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지난해 경인교대 내부에서 한경대와 통합설 등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총장의 견해를 듣고 싶다.

A.대학구조개혁에 대비해 각 대학이 특성화, 지역사회 기여도, 학생의 만족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경인교대는 교대 정원을 조정하면서 다른 영역의 확대발전을 위해 대학 간 통합을 여러 면에서 연구해 왔다. 통합 대상으로 한경대를 비롯해 서울대, 한국교원대, 인천대 등이 거론됐던 것도 사실이다. 더욱 발전적인 대학을 위한 통합에는 동의할 수 있겠지만, 섣부른 통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고, 연구가 필요하며, 통합 여부를 떠나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앞으로 대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 교육부 및 정치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Q.올해 치러질 교육감 선거부터 교육경력 제한이 사라지면서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교육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이에 대한 견해는.

A.현장 경험이 없는 교육행정의 위험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교육은 기업 운영과 달리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다. 현장성이 없는 아이디어는 부작용만 초래한다. 지난 정부가 다양한 교육정책을 폈음에도 대부분 실패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교육현장을 이해하려면 최소 10년 정도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획력에 현장감까지 더해진다면 진정으로 교육에 필요한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Q.올해 인천에서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다. 인천에 터를 둔 교육대학으로서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해 추진되는 사안은 없는지.

A.오는 8월 열리는 ‘2014 아시아경기대회 및 88 서울올림픽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경인교대가 주관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외적 위상을 높이려 한다. 기념 국제학술대회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및 한국체육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며, 사업비 2억 5천만 원은 서로 분담하기로 했다. 오는 8월 21일 열리는 개회식과 주제발표는 송도 호텔에서, 다음 날까지 이틀 동안 진행될 분과별 학술 발표는 경인교대 인천캠퍼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 학생자원봉사단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Q.앞으로 남은 3년여의 임기 동안 계획은.

A.그동안 경인교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학교의 여러 직무를 맡아왔지만, 교수 본분의 일에 치이다 보니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총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 교수업무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보다 학교에 많은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 학교를 위한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운영 목표로 ‘교대, 그 이상의 대학’을 세웠다. 이전까지 경인교대는 교원의 수급조절에 따라 학교의 규모가 좌지우지됐으며, 결과적으로 학교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됐다. 이제 교원 양성만이 아닌 다른 활로를 개척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 선별과제 중 하나로 임기 내 경인교대를 초등교사, 유치원교사, 중등교사를 모두 양성할 수 있는 대학으로 탈바꿈해 나갈 방침이다.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사회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많은 응원과 지원을 부탁한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사진=장용준기자 jy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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