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사람냄새 나는 세상에 희망이 있다

오늘날 문명의 이기는 우리사회에 소통의 단절이라는 사회적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그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예들은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불과 10여 년 전 만해도 모처럼 가족들이 단란하게 외식을 하러 나갈 때면 식당에 모인 가족들의 얼굴에서 서로를 향한 따뜻한 사랑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달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가족들이 외식을 하는 자리에서도 모두들 각자의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자기들만의 게임을 하는데 열중한다.

연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10여 년 전의 연인들은 오로지 서로에게 열중한다. 그러나 요즘 연인들은 식당이나 공원 또는 커피숍에 앉아서 차분한 대화가 아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전에는 세대간의 갈등은 있었더라도 또래끼리는 소통을 잘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모든 세대가 소통을 하는데 있어서 공통분모가 되는 것이 스마트폰이 됐다.

돌이켜보면 지난 날 우리사회는 지역갈등으로 아팠었고, 근래에는 이주민들과 선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아파하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갈등은 세대갈등을 넘어서 세대단절이라는 중증질병을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어린시절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서 아이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배우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서 삶의 무거운 짐을 보람으로 여길 수 있었다. 그 밥상공동체가 건강할 때 우리는 경제나 사회적으로 힘들고 어두웠던 모든 상황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

지난날의 악습을 다 던져버리고 새로운 각오로부터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작은 것 하나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자. 이주노동자가 우리사회에서 정착하여 우리와 더불어 살아 온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우리가 다문화 사회를 표방한지도 10여년이 지났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시작하면 된다.

이 땅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간에 우리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면서 나누고 소통하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존경할 만한 모습일 것이다.

어느 민족이라도 자신들의 고유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민족은 없다. 그러나 그 마음이 너무 강한 나머지 타민족, 타문화, 타언어에 대해서 배타적인 자세를 가진다면 그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그 불편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것은 곧 다른 민족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소중한 것들을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필자는 구순구개열(언청이 무료수술) 의료봉사를 위하여 외국을 자주 방문한다. 우리 일행들이 현지인들의 문화 관습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현지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 현지 의료진들이나 그 외의 많은 분들이 우리를 오랜 친구처럼 대해주면서 우리와 더불어 행복해 하는 경험을 많이 가져왔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냄새가 나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기계와 소통하면서 너무 정형화되어 버렸다. 그것은 사람들을 일정한 공식에 따라 편을 나누게 한다.

나와 다른 성격은 아군이 아닌 적으로 간주한다. 기계를 내려놓자. 가족과 대화를 시작하자. 주변의 친구나 연인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자. 나아가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하자. 민족, 언어, 문화를 극복하여 대화할 수 있는 사회가 글로벌시대의 강자가 될 것이다.

/김철수 목사(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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