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자녀에게 물려줄 진정한 사랑법

요즘 20대 자녀를 준 엄마들끼리 모이면 서로에게 묻지 않아야 할 세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한다. “자녀가 어느 대학에 다니느냐? 자녀가 어디에 취업하였느냐? 그리고 마지막하나는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느냐?” 이 세 가지 질문에 우리 20대 청춘의 암울한 현실이 잘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

20대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과열되고 일그러진 교육열이 만들어 놓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해 사람이기를 포기한 우리의 아이들이 어렵사리 승전고를 울리며 치열하게 들어간 대학에서 청소년기를 마감한 세대다. 그러나 이들은 또다시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학벌위주의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멈추지 못한 ‘스펙 쌓기’ 놀음으로 20대를 보내다 가까스로 일자리 하나 얻어들면 그동안의 허기진 사랑과 젊은 날의 낭만과 잃어버린 자아까지 이후의 결혼생활이 모두 보상하여 주리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웨딩마치를 울리며 화려한(?) 20대를 마감한다.

최근 인천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가족 관계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2013.5.27~7.7)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배우자가 있는 인천시민의 17.5%가 별거 혹은 이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열 사람 중 두 명 꼴로 이혼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 20대(33.3%)의 비율이 30대(30.4%)와 40대(20.0%)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학력별로는 대졸이상자(23.9%)가 고졸이하 응답자(10.4%)보다 월등히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양육에 혼신을 다한 50, 60대 부모들은 이제 이혼한 자녀로 인한 걱정과 손주 양육까지 떠맡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자녀들은 30, 40이 되어도 용돈을 요구하고 자신이 이렇게 된 탓 또한 부모에게 돌린다. 선행학습에 사교육에 우리 모든 수입을 투자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힐세라 공부에 지장되는 일은 그 어느 한 가지도 시키지 않고 금이야 옥이야 아이들을 키웠는가?

자녀를 사랑하기에, 부모들이 바란 것은 좀 더 안정되고 보장된 미래를 물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잘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의 사랑법이 자녀들의 행복을 보장하였는지?

단지 자녀들은 내가 얻기 위해 남을 이기고 내가 이기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 배웠으며 패배에 대한 불안과 분노를 가슴깊이 쌓아왔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갈 시간은 물론 타인을 알아가고 이해할 시간을 빼앗겼다. 타인이 디자인해준 삶을 잘 살아 낼 수는 있지만 내 삶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렵다.

사랑에 빠진 증거를 어떤 학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그 사람에게 최소한의 상처를 주는 행위를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즐겁다.”

 

/조현순 경인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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