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아프리카 진주’에 희망햇살
우간다(UGANDA)는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다.
이웃나라 에티오피아처럼 커피가 유명한 곳도 아니며 가나 혹은 나이지리아처럼 축구로 명성이 높은 곳도 아니고, 우사인 볼트를 배출한 자메이카처럼 유명인도 없다. 그렇다고 잘 정리된 여행서적이나 정보지조차 없을 정도로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특히 알려지지 않은 국가다.
정말 그랬다. 실제 방문한 우간다의 붉은 토질은 비옥했고, 넓은 경작지와 따뜻한 기후 덕분에 한쪽에서는 추수를 하고 한쪽에서는 모내기를 하는 풍경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간다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 ‘더운 나라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편견을 깼다. 하지만 오랜 식민시대를 종식한 후 지속된 내전은 우간다에 끝없는 가난을 안겼다. 마치 우리의 1950∼1960년대와 비슷했던 우간다에 우리가 줄 수 있는 도움은 뭘까.
가난 내몰려 배고픔·질병 사투… 미래의 꿈은 사치
한국 후원자 도움으로 아이들 교육·생활환경 개선
우간다 어린이의 삶을 바꾸는 결연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부탈레자 지역의 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윌리슨(13)은 할머니와 함께 7명의 동생들을 돌보면서 살아가는 소년 가장이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남겨진 8남매와 할머니는 작은 초막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할머니는 바나나 잎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100장을 팔아야 1달러 남짓을 벌 수 있어 손주들이 배를 곯는 일이 다반사다. 그 탓에 어린 동생들은 영양 결핍으로 배가 볼록 튀어나오고 머리카락은 아프리카인 같지 않은 갈색으로 변한지 오래다.
맏이인 윌리슨은 할머니가 일을 나간 사이 2㎞ 남짓한 곳으로 물을 뜨러 다녀오고,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에 결석하는 일이 잦다. 하루에 3번 젤리캔(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노란 물통)에 물을 받아 오고 땅 파서 먹을 것을 찾아보느라 윌리슨은 미래에 대한 특별한 꿈을 꿀 시간조차 없다. 꿈이 뭔지 묻자 그는 “빨리 커서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가족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의 이브라(15)네 집은 생활고를 버티다 못해 아버지가 도망을 가고 엄마와 여섯 남매만 남겨진 집이다. 어머니는 간헐적으로 이웃집에 품을 팔긴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탓에 소득이 거의 전무한 이 가족은 다른 사람들이 먹다 버린 것들을 주워 모아 식사를 한다.
고구마 등을 수확하면서 부스러진 자투리를 바닥에 널어두었다가 동물이 밟고 지나가든 어쩌든 상관없이 그대로 익히지도 않고 먹는다.
때문에 이브라는 15살이지만 11~12세 정도 수준의 발육상태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3평 남짓한 움막에는 대나무를 깔고 거적 같은 것을 덮고 7가족 모두가 한 곳에서 잠을 잔다. 이브라 역시 가난으로 미래를 꿈꿀 여유조차 없었는지 장래희망을 대답하지 못했다.
학생은 1천200명 화장실은 달랑 5개·교실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시골학교의 현실’
우간다의 시골 마을에서는 윌리슨이나 이브라 같은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렵고, 학교에 다닐 여건이 되지 않았다. 눈망울은 깨끗하지만 눈빛에서 희망을 읽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삶을 한국의 후원자들이 바꾸고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이샤(13·여)네 집이다.
총 21명의 식구들이 살고 있는 아이샤네 집은 다른 집들처럼 움막이 아니고 벽돌로 지어진 집이었다.
아이샤네도 한때 가난에 찌들어 윌리슨과 이브라네와 다름없던 적도 있었지만 지난 2006년 아이샤가 한국의 한 후원자와 결연을 맺고 꾸준한 도움을 받게 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월드비전은 우간다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대신 가족이 자립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아이샤네 집에는 오렌지나무와 망고나무, 소 등이 지원됐고 농작물을 잘 키우고 관리하는 방법도 전수됐다.
8년간의 꾸준한 지원으로 학교에 보내기 어려웠던 부모는 준비물을 챙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끼니를 거르지 않게 됐다. 열심히 일한 아버지는 유통업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꿈꾸게 됐으며, 엄마는 가족의 이 같은 변화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아이샤는 “멀리 한국에서 후원자가 도와준 덕분에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됐다”며 “열심히 공부를 해서 간호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또렷하게 말했다.
우간다 시골지역의 학교가 겪고 있는 문제도 심각했다. 음발레 지구에 위치한 나마요니지역개발사업장에는 10개의 초등학교와 2개의 중학교가 있는데 한 학급당 학생수가 150명에 달한다.
이 중 나마요니초등학교는 7학년까지 전교생 1천200여명이 등록돼 있으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실내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실은 4개에 불과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교실 건물이 한동 있지만 우기에는 붕괴 위험이 커져 사용할 수가 없다.
때문에 아이들은 커다란 나무 아래에 모여서 수업을 받는다. 너무 덥거나 비가 오면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화장실은 더욱 열악해서 1천200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5개뿐이다. 매우 비위생적이지만 이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부모는 없다.
부탈레자 지역에 나마파파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15명이 등록된 학교는 교실이 3개뿐이어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저학년 학생들은 열대과일 나무 아래에서 공부를 한다. 그나마 교실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책걸상도 없는 곳이 많았다.
열악한 학교의 사정으로 학생들 중 73%가 6학년이 되기 이전에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시니초등학교 역시 620명이 사용하는 5개 교실의 열악한 환경으로, 40%에 달하는 문맹률을 좀처럼 낮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들은 저마다 무너지기 직전의 모습을 한 채 배고픈 학생들을 맞고 있었다.
교육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꿈꾸는 교사들의 현실도 열악했다. 땡볕 아래서 가르치는 수고는 차치하고라도 교사동은커녕 별다른 운송 수단이 없어 1시간 남짓 거리를 매일 걸어 학교로 출퇴근을 했다.
이 학교들의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나선 것은 바로 한국의 후원자들이다. 올해 경기도를 기반으로 한 월드비전의 3개 지부(경기, 경기남, 경기북)는 기업이나 교회, 학교 등의 후원금으로 3개 학교에 변화를 선물할 예정이다.
우선 나마요니초에는 교실 5개와 교무실 및 창고, 화장실 10칸, 책상 150개, 교무실용 사무가구, 학부모·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개선과 위생개선 교육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나마파파초에는 교실 5개와 교무실 및 창고, 화장실 5칸, 책상 100개, 교과서, 교무실용 사무가구 등이 지원되며, 나시니초에도 교실 5개와 교무실 및 창고, 화장실, 책걸상, 교무실용 가구, 교과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시니초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한국의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학교를 지을 수 있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더 나은 여건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월드비전 우간다 총괄 매니저는 “한국 후원자들의 파트너십을 통해 커뮤니티에 많은 교실이 생기고 변화가 오면서 어린이들이 웃음을 찾게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들이 헌신과 국가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 것처럼 우간다도 마찬가지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이 많은 만큼 한국 후원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 _ 이지현 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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