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앙코르… 감동의 무대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라 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몰입하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는 ‘현재적 장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월 6일부터 16일까지 8박 10일간의 일정으로 이어진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유럽순회 공연 무대는 어땠을까.
우선 25번의 커튼콜, 10곡의 앙코르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겠다. 그리고 누군가 또 그랬다.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한국 클래식의 잠재력, 수원시향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클래식 본고장 유럽을 정복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체코·독일 4개국 돌며 가능성 확인
전시성 공연 관행 깬 유료공연 진행… 현지 관객 매료
성공적 무대였다. 그것도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독일 등 유럽 4개국 공연무대. 지난 2월 6일부터 16일까지 수원시향은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모두 4차례의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우리 교향악단의 자긍심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그간의 관행처럼 지속됐던 현지 교민대상의 전시성 연주회가 아닌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3분의 1이상이 현지 관객으로 채워졌다. 게다가 무료 일색의 초청공연이 아닌 유료 공연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한 무대였다.
특히 연주자들로 하여금 ‘꿈의 무대’로 칭송되는 오스트리아 빈 무직페어라인 골든홀(7일)에서의 연주는 첫 공연과 시차적응의 우려를 한번에 떨쳐낸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이날 서곡으로 연주된 최성환 작곡가의 ‘아리아리랑’은 교민은 물론 멜로디가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의 마음까지 울리 성공적 공연의 서막을 알렸다. 여기에 뛰어난 기교와 기감을 선보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협주는 가히 압권이라 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관객에게 안겼다.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바단조 작품36’.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6개의 교향악 중 가장 강렬한 곡이다. 수원시향은 곡의 느낌을 잘 살리며 고뇌하는 인간의 기쁨과 환희의 교차된 감정을 관악기의 풍부한 선율 속에 적절히 녹여냈다.
이 같은 분위기는 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태리 문화원’ 공연에도 비슷하게 선보였다. 동일한 레퍼토리로 진행된 무대인만큼 첫 공연의 긴장감을 저만치 떨친 듯 더욱 안정된 음감의 공연의 선보였다. 이는 체코 프라하 드보르작홀(11일)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과 함께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이 풍부한 감성의 선으로 이어질 때도 그랬다.
마지막 공연인 16일 독일 뮌헨 헤라클래스홀 공연은 지역 ‘바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전용공연장으로 쓰일 만큼 무직페어라인 골든홀 못지 않은 풍부한 음향이 돋보였다.
손열음·김소옥 협연… 수원시향 무대 더욱 빛내
손열음, 뛰어난 기감과 미감 완벽한 하모니
김소옥, 15분의 바이올린 독주 ‘감동의 선율’
이번 수원시향의 유럽순회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이 협연자로 나서 무대를 더욱 빛냈다. 특히 첫 번째 공연과 두 번째 무대 협연자인 손열음의 무대는 단연 최고였다.
지난 2011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준우승,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상 등 주요 상을 휩쓸어 차세대 연주자로 손꼽히는 손열음은 김대진 수원시향 지휘자의 제자이기도 하다.
사제의 연으로 이번 유럽 무대에 동행한 손열음은 뛰어난 통찰력과 한계없는 테크닉,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성공적 공연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손열음이 수원시향과 선보인 곡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 다장조 작품26’. 피아노의 타악기적인 연주와 함께 화려한 기교와 미감, 자유분방함이 매력적인 곡이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손열음이 뿜어내는 정열적인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울리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공연의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과의 협연도 빼놓을 수 없는 무대였다. 영국왕립음악원 교수이기도 한 김소옥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바단조 작품36’을 선보였다.
30분 가까운 연주시간 중 절반 가까이 바이올린 독주로 이뤄져 있어 연주자로 하여금 상당한 체력과 기교, 풍부한 음감을 요구하는 고난이도의 곡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짙은 붉은색의 벨벳 드레스를 입고 나온 김소옥은 수원시향의 풍부한 선율과 어울리며 무리없이 매끄러운 공연을 이어갔다. 특히 장중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대화하듯 번갈아 흐르는 김소옥의 연주는 백미 중 백미였다.
협연이 끝난 뒤에는 공연에 화답하듯 무대 앞과 뒤에서 두 개의 꽃다발이 김소옥과 김대진 지휘자에게 전해지며 공연의 감동을 이어갔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두 협연자와의 리허설 시간 부족과 시차적응 문제로 초반 어려움이 예상됐다”며 “손열음과 김소옥의 뛰어난 연주 실력과 수원시향의 기본기가 더해져 실전 공연에서는 상급의 하모니를 보이며 만족할만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세계 무대서 통한 수원시향
오는 9월 이태리 메라노 국제 페스티벌 자신감
김대진 지휘자 “세계시장 진입 가늠했던 기회”
이번 유럽순회 공연은 무엇보다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수원시향의 수준과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오는 9월 이태리 메라노에서 열리는 국제 페스티벌(Merano Festival) 초청 폐막공연에 앞서 유럽 무대 경험과 단원 개개인의 자신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무대를 함께한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후원은 이번 유럽 순회공연의 시작과 성공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기존 지배적이었던 행정이나 복지 분야의 공조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확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모범적 선례가 됐다.
공연을 동행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굉장한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돌아간다”며 “삼성전자가 여러가지 사회적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수원시향의 이번 공연을 통해 수원시를 격조 있고, 품격있는 예술의 도시로 알리는데, 일조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대진 수원시향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우리가 세계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가를 가늠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던 것 같다”며 “연주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9월에 있을 메라노 페스티벌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 가를 고민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자리는 삼성전자의 후원과 수원시민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 _ 박광수 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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