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문화민주주의와 인천의 생활문화예술활동

유엔은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을 제정했다. 유엔은 이 선언에서 문화에 대한 권리를 인간의 기본 인권의 한 형태로 파악해 체포, 구금,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인권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세계인권선언’ 제22조에서 문화적 권리가 경제적 권리 및 사회적 권리와 더불어 인간의 기본인권임을 밝히고 있다. 즉 모든 인간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것이다.

즉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 개념은 ‘모든 사람에게 고급문화를’(the best for the most)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유명작품의 순회전시, 지역 문화센터 건립, 입장권 가격 인하,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 증대와 같은 조치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이 개념을 바탕으로 문화정책을 펼쳐나갈 경우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문화정책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는 문화의 민주화라는 정책의 한계를 보면서 대안으로 등장한 정책개념이다. 유럽 문화장관회의(오슬로, 1976)에서는 문화민주주의의 목적이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아마추어리즘과 창조적 여건을 강조해, 시민들이 문화의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 참여자가 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이 문화의 수요자 즉 향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따라 생산자 즉 문화예술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정책 결정자들은 시민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문화민주주의는 문화정책의 수단이며 동시에 민주성에 기초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를 정책으로 결정하고 시행한 유럽과 미국에서도 문화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문화정책이 강화되는 것도 평등성의 중요성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이 활성화돼야 한다.

문화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면 우리 인천의 부평구 동풍물단을 들 수 있다. 부평구의 22개 행정동에 설립된 동풍물단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역사를 갖고 있다. 전국에 잘 알려진 부평풍물축제의 출발점도 동풍물단의 활동에서 출발한다.

이와 같은 동풍물단의 주 멤버들은 주부들이다. 주부들이 스스로 자치센터의 풍물반에 등록해 풍물을 배우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각 학교나 평생학습관 등에 강사로 나가고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즉 가정주부라는 틀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더 이상 문화예술분야가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생활인들의 영역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문화민주주의라는 정책개념이 전면적으로 확장되기도 전에 시민들 스스로 문화예술의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성미산의 사례와 부평 동풍물단의 사례는 다르다. 성미산의 생활예술동아리들은 주민 스스로 마을 단위의 동아리를 구성하고 문화예술의 주체로 나선 반면 부평구 동풍물단은 구청에서 각 동의 주민자치센터에 풍물반을 만들고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사례에서 주목하는 것은 문화예술활동을 해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 나섰다는 것이며, 이들은 단순히 문화예술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지역을 변화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 부분들이 문화민주주의라는 문화정책의 방향과 맞는 결과이기 때문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례들을 본다면 인천시의 문화정책이 문화민주주의의 정책 개념에 맞추어 생활문화예술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한다면 인천은 문화의 다양성에 맞추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의 도시가 될 것이다.

곽경전 부평미군기지시민협의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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