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블라디미르 레닌이 한 말입니다. 레닌이 말한 ‘지금 이 시기’란 혁명기의 소련을 말한 것이죠. 레닌은 혁명을 완수했지만, 혁명은 모스크바에서만 해당되었을 뿐이었읍니다.
지방 소도시, 시골에서는 여전히 봉건잔재가 남아있었고 혁명이 일어났는 지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레닌은 서둘러 혁명의 대의를 인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영화였습니다. 영화만큼 빠르게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이 없었습니다.
시대가 변하여 지금 그 영화가 영상으로 확장됐고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을 확보하는 바야흐로 영상시대가 펼쳐졌습니다. 그런 시기에 정치는 여전히 과거 역사를 반복합니다. 아베의 군국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제로부터 36년간 지배받았던 나라로서 그와 같은 경험을 갖는 많은 아시아국가들과 함께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평화의 시기라서 일본국민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게 사실이지만, 정치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언제든지 그 좋은 관계는 전쟁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중국은 하얼빈 역에다 안중근 기념관을 만들었고, 이등박문을 저격한 현장을 공원화해 시민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새기는 예술작업을 했습니다. 이때 한국에서 안중근의 독립운동을 그린 영화를 만들어 상영한다면, 시의적절하여 크게 흥행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제작해도 늦지 않는 게 아베의 군국주의가 일, 이년 안에 사라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저는 우당기념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우당 이회영 선생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데 한번 상의하고 싶다는 요지였습니다. 이후 깊은 논의를 하지 않아서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나, 우당기념관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저에겐 신선했습니다. 우당 기념관이 영화의 매체적 의의를 뭔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우당선생에 관한 영화는 만들어져야 합니다.
독립운동이야기 하면 교과서적인 애국계몽영화만을 떠올립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야기가 오락적이지 않을 것이란 선입관이 앞섭니다.
독립운동 영화뿐만 아니라 어떤 영화도 계몽적으로 만들면 안됩니다. 대중영화는 오락이기 때문에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게 목적이어야 합니다. 만일 ‘부러진 화살’이나 ‘변호인’도 계몽적으로 만들었으면 흥행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적인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지요. 독립운동지사들의 삶은 그 이상으로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이라 생각합니다.
우당 이회영선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인 운동가입니다. 부자집의 일곱 형제중 여섯 가족 50여명이 만주로 이주하고 전재산을 독립운동에 헌납하였습니다. 이런 정신은 독립운동을 떠나 지금 이 시대 한국의 정치가들에게 많은 각성을 주는 대목입니다. 여섯 형제중 셋은 투쟁하다 모진 고문에 사망했고, 우당선생 역시 옥사하였습니다.
그의 독립정신과 투쟁은 당시나 지금 불멸의 역사로 기록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극영화로 잘 성공시키면 우리 국민들은 민족적 자부심을 갖을 것이고, 아베가 진격해 온다 할지라도 더 이상 나라를 빼앗기는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군사력 2·3위를 다투는 일본이 군국주의로 재무장하여 평화헌법만 수정하면 침략도 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납니다.
독도를 찾겠다고 함대를 몰고오면 한국은 방어할 힘이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얼마나 도와줄 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과거엔 미국이나 우방국들이 없어서 나라를 뺐겼나요? 독도에 관한 영화를 누군가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독립운동 영화들이 지금 이 시기 가장 중요합니다. 독립운동에 있어선 보수, 진보도 없으니, 국론이 분열될 이유도 없고, 국민이 아베군국주의에 맞서 단결도 되니 일거양득이지요.
정재형 동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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