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중 첫 아토피 전문병원 선정
‘살인’, ‘자살’.
듣기에도 섬뜩한 범죄마저 유발시키는 질병 아토피. 최근 딸의 아토피 질환을 괴로워 하던 한 30대 주부가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악화된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성인과 유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이 아토피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질병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제는 그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요즘같이 성큼 다가온 봄은 건조한 날씨와 중국에서 건너온 황사(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아토피 환자들에겐 더욱 괴로운 계절이다.
‘아토피’라는 말은 선천적으로 과민한 알레르기 성질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여기에 ‘염증’이 더해진 만성 피부 질환을 통틀어 ‘아토피성 피부염’이라 부른다.
흔히 ‘아토피 피부염’, 더 줄여서는 ‘아토피’라고도 부른다.
천식,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장염·결막염 등 면역체계 파괴에 의한 인체 유해반응을 나타내는 이 알레르기성 질환은 현대의학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에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주위 환경이나 식생활만 바꿔주면 자연 치유도 가능하다. 아토피를 앓던 한 어린이가 시골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치유된 사례가 그 것이다.
질병을 넘어 사회적 ‘핫 이슈’로 떠오른 21세기 의학의 해결과제, ‘아토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도와 남양주시, 남양주한양병원이 손을 맞잡았다.
본보는 아토피 없는 환경 조성을 위해 도와 남양주시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추진중인 ‘어린이 아토피 예방관리’ 사업과 수탁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남양주한양병원의 앞으로 계획 및 활동사항 등을 집중 조명해 본다.
경기도·남양주, 아토피 질환 꾸준히 증가
2010년도 기준으로 경기도의 아토피 질환자는 전국의 25.2%(210만여 명)를 차지하고, 남양주시는 9만여 명(경기도의 4.5%)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아토피 질환자는 지난 2003년도에 150만명에서 2010년 기준 205만명으로 약 37% 증가하고 있어 가장 심각한 질병으로 손꼽히고 있다.
아울러 전체인구의 1/5이 환경성 질환으로 진료받는 환자로 분석되고 있으며, 진료비 규모는 지난 2010년도 기준 1천801억원(건강보험과 의료급여 합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양주시가 시민들을 상대로 파악한 아토피성 질환 진료환자 현황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이 6만7천669명, 천식이 2만2천558명, 아토피 피부염이 1만3천178명으로 남양주시 전체인구의 1/6 가량이 질환을 앓는 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증가 추세가 환경오염과 식생활 변화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도심지역에서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토피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진료 환자 중 어린이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생활환경 변화와 소아면역체계 약화로 최근 15년간 어린이 및 청소년의 아토피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아토피 환자 205만명 중 109만명(63%)이 10대 이하 청소년이다.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끊임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아토피 정책 요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과 ‘어린이 아토피 캠프’
경기도는 아토피 피부염의 근원적 검진 및 치료를 위해 식품환경 및 화학식품첨가물 원인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어린이 아토피 예방관리’ 시범사업 추진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이 사업은 어린이 대상 아토피 질환 검진 및 예방·관리, 식단개선을 중심으로 남양주 5개 초교 2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업을 위해 4개 기관(남양주시, 도교육청, 학교, 전문의료기관)은 역할을 분담해 아토피 요인에 대한 교육 및 대증요법, 설문조사 및 검진추진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 올해 역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사업 추진으로 남양주 5개 초교 2천5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및 검진추진 결과 아토피 유증상 어린이로 분류된 502명에 대해 특별반을 편성해 지속적인 교육적 관리 및 치료를 한 결과 51%인 258명이 호전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더욱이 시는 아토피 예방관리 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과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어린이가 행복한 아토피 캠프 운영으로 아토피 원전차단에 나섰다.
5개교 5천600여명 전수검진… 학부모와 교사에 치료 방법 교육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리에 위치한 남양주한양병원은 지난해 시의 아토피예방관리사업 공모에서 최종 수탁의료기관으로 선정된 수도권 동북부지역 최대의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이다.
남양주한양병원은 도와 시의 사업추진 방침에 발맞춰 시범학교로 선정된 관내 판곡초, 구룡초, 평내초, 천마초, 별내초 등 5개 학교 5천600여명 학생들의 전수검진을 통해 아토피 유증상자를 판별하고,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아토피 치료와 관리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아토피 질환자의 원인을 진단해 면역학을 기반으로 한 원인치료를 비롯, 아토피 캠프 운영을 통한 중증자 치료 등 참여자가 실제로 체감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치료중심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병원측은 지난해 사업추진을 위해 ‘한국 알레르기 및 면역학회’ 노건웅 박사(2013년 경기도 ‘어린이가 행복한 아토피 예방관리사업’의 연구책임자·아토피공공사업단장)를 영입, 병원내에 국내 최대규모의 알레르기센터를 구축함은 물론, 아토피예방관리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관리를 목적으로 아토피 공공사업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글 _ 하지은 기자 zee@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INTERVIEW] 남양주한양병원 이사장 장진혁
아토피 없는 도시만들기 치료·교육·명의 ‘3박자’
“깨끗한 청정도시인 남양주시 이미지에 걸맞도록 모든 시민들이 아토피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어린이 아토피 예방관리’ 수탁의료기관으로 지정돼 국내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아토피 전문병원으로서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게 된 남양주한양병원의 장진혁 이사장은 “어린이 뿐만이 아닌 모든 시민들이 아토피 질병에서 벗어나도록 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장 이사장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아토피 질병으로 사망하는 환자, 괴로움에 못견디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토피는 심각한 질병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남양주시가 아토피 사업을 추진한다는 공모를 보고 참가했는데 선정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장 이사장은 “이번 시의 선정은 시민들이 남양주한양병원을 신뢰한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아토피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자이자 건강 지킴이로서, 남양주시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남양주한양병원은 지난해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어린이가 행복한 아토피 예방관리 사업’을 위해 ‘한국 알레르기·면역학회’ 노건우 박사를 영입, 병원내 국내 최대규모의 알레르기센터를 구축하고, 아토피예방관리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관리 목적으로 아토피 공공사업단을 개설했다.
장 이사장은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해 3월 아토피 치료의 세계 표준화를 제시한 권력자인 노건웅 박사를 영입하게 됐다”면서 “노 박사를 필두로 각종 치료와 교육을 통해 아토피 유병률을 낮추고,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지정된 5개의 학교 외에도 타 학교측으로부터 아토피 지정학교로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올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년에는 학교 범위를 확대시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국내 의료계의 ‘혁신’을 꿈꾸며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장 이사장의 의료철학은 병원의 슬로건인 ‘최고를 향한다’와 같다.
그는 “친절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잘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며 “‘심신건강, 인본사랑, 공헌봉사’란 건립이념과 ‘최고를 향한다’는 슬로건 아래 우수한 의료진과 친절한 임직원이 한 마음으로 주민 여러분들의 건강을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장진혁 이사장은 “대학병원을 비롯한 국내 상당수 종합병원들이 중증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아토피 사업을 심도있게 다루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수도권 동북지역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최고 지역병원으로서의 면모와 위치를 정립해 나가겠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 신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나아가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의료봉사 등 다양한 지역 환원사업을 확대시키고, 암센터와 호스피스 병동, 요양원도 조성해 노후까지 책임지는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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