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비상에의 욕망을 꿈꾸었다. 달이 없었다면 지상의 모든 이들은 꿈을 잃었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달 속에 어른거리는 그 누군가의 얼굴을 애타게 찾는다. 고독과 외로움, 상처를 진정시켜주었던 이미지는 바로 달과 함께 오버랩 되어 떠오르던 누군가의 얼굴이었다. 그래서 달은 만월이어야 제격이다.
달은 인간의 얼굴을 상상하게 해준 결정적인 공간이다. 어두운 밤하늘에 등처럼 떠있는 밝고 둥근 달은 모두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위로를 선사해주었다.
달은 그 달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자연존재의 하나다. 밤의 시간대에 내리는 달빛은 사람들의 몸으로 적셔 들어가 내내 혼곤한 정서에 놓이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달의 영향력과 기운을 두려워했다.
오늘날도 달은 여전히 신비스러운 존재다. 그것은 물리적, 과학적인 판명과는 다소 무관하다. 여전히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과 슬픔, 상처를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달은 주술적인 대상이다. 낮과 밤이라는 두 세계가 나름대로 낭만적으로 존재했던 시간은 근대에 와서 달라졌고 그래서 밤을 지워낸 인공의 조명과 시간 아래 요정과 귀신, 신비스러운 밤의 문화가 지닌 주술성은 상실되어갔다.
달은 무엇보다도 풍요와 관련된다. 유럽에서는 달빛 아래에서 식물이 자란다는 믿음이 있는데 그래서 지금도 프랑스 농부들은 달이 떴을 때 파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단다. 아울러 달빛이 충만한 밤에 성행위를 하면서 여자가 달을 보면 수태를 하게 된다는 믿음도 있다.
우리 선조들도 여성이 임신을 원할 때 달빛을 한껏 쐬곤 했다. 동시에 달의 주기적 변화는 인간을 두렵게 만들었다. 변화하는 주체인 달은 불완정성을 뜻했던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달을 광기의 상징으로도 여겼다. 달의 모습이 시시때때로 변하듯 그렇게 변하는 정신의 상태를 미친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생리주기는 달과 일치한다. 그래서 달은 여성, 음을 상징한다. 중국인들은 가을의 달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의 차가운 느낌은 군자의 덕을 상징했으며 맑고 높은 절개의 상징이기도 했다.
또한 재생과 부활의 기본적 원형이었으며 특히 달의 밝은 빛은 정화하는 힘의 상징이었다. 달은 밝고 원만하되 한 모습을 고집하지 않기에 불교에서는 불법을, 도교에서는 초월이나 승화를 의미했다. 인간의 발이 달의 대지를 이미 밟아버린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달을 보며 이런 저런 상념에 부침하기도 하고 더러 위로를 받거나 깊은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달은 어딘지 쓸쓸하고 아련하고 슬프고 적막해야 제 맛이다. 지치고 힘들고 고독한 이들이 고개를 들어 저 달을 본다. 거기 위안처럼 달이 떠있다. 세상에 속하지 못해 세상을 등지고 싶은 이들에게 달은 안식처를 제공한다.
특히나 이런 식의 삶에 대해 저항하고 슬픔의 힘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에 위로의 시선을 던지는 예술가들에게 달은 그 어떤 것보다 영감과 상상력의 근원으로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저 달 하나가 있어 그나마 사람들은 위안을 얻는 것이다. 잔인한 시간을 보내면서 저 달을 바라보고 있다.
박영택 경기대학교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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