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경기도씨름협회

불모지서 시작 그리고 32년 ‘모래판 돌풍’

지난 1981년 7월 인천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기도가 분리된 이후 창립된 경기도씨름협회(회장 남창현)는 경기도체육회 54개 정가맹단체 가운데 손꼽히는 대표적인 ‘효자 단체’다.

인천시와 분리된 초창기만 해도 대부분 씨름팀이 인천시에 편중돼 있어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경기도는 최영화(69·공인 8단) 현 경기도씨름협회 실무부회장 겸 전무이사가 혈혈단신 협회 운영의 기초를 다지면서 변모하기 시작했다.

첫 작업은 지금은 대학씨름의 ‘명문’으로 자리한 경기대에 도내 최초의 대학 씨름부를 창단했다. 인천 부평고를 졸업하는 도내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 된 6명으로 팀을 꾸려 자신이 초대 감독을 맡으면서 그해 ‘국풍 81’에서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1986년 도내 최초의 실업팀인 (주)해태유업 씨름팀을 창단 한 것을 비롯, 잇따라 학교팀들을 창단한 결과 경기도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초등부 10개, 중등부 6개, 고등부 3개, 대학부 2개, 일반부 5개 팀등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26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최 전무는 선수들이 마땅히 훈련할 장소가 없어 고심하다가 지난 1982년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에 사재를 털어 ‘한조씨름전용체육관’을 건립, 선수들이 마음놓고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고, 32년이 지난 지금에는 명실상부한 경기도 씨름의 ‘메카’로 자리하고 있다.

전국체전 6연패 등 각종 대회 휩쓸어…

경기도씨름협회의 성장은 각종 대회에서의 성적이 입증해 주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까지 27회를 맞이한 전국시·도대항장사씨름대회에서 7연패 1회를 포함, 그동안 대회 절반이 넘는 통산 15회 우승의 빛나는 업적을 쌓았다.

또한 인천 분리후 전국체전에서 6연패 달성을 포함, 지난 33년동안 13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1989년부터 시작된 대통령배 전국씨름왕선발대회에서는 2003년부터 6연패를 이룬 것을 비롯 통산 12회 패권을 안았다.

경기도 씨름의 괄목할 성장은 지난 1980년대까지 한국 씨름의 주류로 위세를 떨쳤던 영남권(경상남·북도, 대구시)을 제치고 새로운 맹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도 씨름이 급성장한 데는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50여년을 씨름판에서 살아온 최영화 전무이사와 인천 분리 후 경기도씨름협회를 맡으며 실업팀까지 육성한 (주) 해태유업, 9년째 회장사를 맡아 지원해 오고 있는 경기농협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농협은 인천 분리후 20년가까이 경기도 씨름 발전에 기여한 향토기업 (주)해태유업이 IMF로 인해 협회 운영에서 손을 뗀 뒤 2년간 회장 공백으로 위기에 놓인 씨름협회를 지난 2006년부터 맡아 오고 있다.

경기농협은 ‘전통 민속경기’인 씨름과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신토불이’ 공동체인 농협의 목적이 부합되면서 경기도 씨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 씨름은 우수선수의 발굴·육성과 더불어 각종 대회에서의 빼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한 양적인 성장 못지 않게 씨름과 유사한 이웃 나라 일본의 민속경기와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씨름의 해외 전파에도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씨름협회는 1982년부터 일본 오키나와현의 전통 민속경기인 각력(角力)과 격년제로 교류전을 개최해 오고 있으며, 1992년부터는 일본 동북지구 스모연맹과 교류전을 가져오다가 2011년 일본 동북지역에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잠시 중단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교류를 진행할 것으로 씨름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기도씨름협회는 앞으로 몽골의 전통 경기인 ‘부흐’와도 교류를 추진해 씨름의 세계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 ‘광교씨름전용경기장’ 건립 중

경기도씨름협회는 도내 씨름인들의 오랜 숙원인 전용경기장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준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인 ‘광교씨름전용경기장’ 건립이다.

노후한 한조씨름전용체육관을 대체할 새로운 전용경기장 건립에 노력을 기울여온 경기도씨름협회는 지난 2011년 8월 김문수 경기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 경기대 총장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경기대 부지내에 지상 2층, 연면적 2천m², 1천500명 수용의 국내 최대 규모 씨름전용경기장을 건립 중에 있다.

경기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도비와 시비 등 70억여원이 투입돼 진행 중인 광교씨름전용경기장에는 씨름은 물론 다목적 경기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동식 전통 모래경기장과 야외에는 보조씨름장 2개면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경기씨름의 산증인으로 씨름 발전을 위해 반평생을 받친 최영화 도씨름협회 전무이사는 “광교씨름전용경기장이 건립되면 경기도를 넘어 한국의 씨름 메카이자 새로운 명소로 자리해 각종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최근 침체에 빠진 민속씨름의 중흥기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불모지’에서 한국 씨름의 주류로 성장하는데 구심점이 돼온 경기도씨름협회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글 _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사진 _ 경기도씨름협회 제공


[Interview] 남창현 경기도씨름협회장

“농협은행, 민속경기 씨름 지원 약속”

“우리의 전통 민속경기인 씨름인구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경기도 전 씨름인이 하나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국 최고의 경기도씨름협회를 이끌고 있는 남창현(51·NH농협은행 경기영업부장) 회장은 ‘신토불이 은행’인 농협이 ‘국기’ 씨름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경기도씨름협회 10대 회장에 취임한 남 회장은 “경기도는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26개 씨름팀을 보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인해 민속씨름도 침체기에 있는 것이 안타깝다. 경기도가 먼저 씨름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씨름인구의 저변확대와 대중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린이를 비롯 젊은층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학교클럽 활동을 통한 씨름 보급에 노력할 계획이며 씨름협회에서는 도내 학교클럽에 지도자를 파견해 클럽 활성화를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남 회장은 “씨름은 상대와 살을 맞대고 경기를 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신사적인 스포츠”라며 “이 같은 씨름의 장점과 예를 중시하는 운동임을 잘 활용한다면 학생들의 인격 수양과 학교폭력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남 회장은 “씨름도 유도와 태권도, 검도, 레슬링 등에 이어 지난해부터 단증제가 도입되고 있다. 이는 씨름의 저변확대는 물론, 부족한 재원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속씨름이 과거처럼 인기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스타선수 발굴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실업팀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 최대 규모의 ‘광교씨름전용경기장’이 경기대 부지내에 건립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남 회장은 “1천500명 수용의 씨름 전용경기장이 완공되면 많은 전국 규모 대회가 유치돼 경기도는 명실공히 씨름의 메카로 부상하게 돼 경기도 씨름 발전에 더욱 가속도를 부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남 회장은 “민속경기인 씨름이 발전하는 데 농협은행은 영원한 동반자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글 _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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