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어디까지가봤니] 인천 차이나타운

자장면의 고향 중국인들도 “띵하오”
삼국지 벽화거리 거닐고…왕서방과 이색문화 데이트

인천 차이나타운은 중국 화교의 130년 역사를 품은 관광지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언제나 관광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패루 삼 형제가 있다. 패루는 인천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탑 모양의 문으로, 상가의 번영을 기원하면서 세운 중국 전통의 문루다.

4개의 붉은 기둥으로 웅장함을 뽐내는 인천역 앞 제1 패루를 들어서면 붉은색 바닥과 깃발 등이 마치 중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우뚝 솟은 패루를 지나 계속 경사진 길을 300m가량 걸으면 T자형으로 길이 양쪽으로 나뉘고 주변 상가는 온통 중국의 거리에 온 듯이 느껴진다.

붉은색 간판과 홍등이 내걸리고, 음식점이나 진열된 상품도 대부분이 중국 일색이다. 화려하게 단장한 인천차이나타운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북적이던 도시였던 인천 차이나타운은 지난 1967년 외국인 토지소유권 제한조치로 장사하기 어려워진 중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최근 다시 부흥하고 있다.

자장면 발상지와 차이나타운, 근현대문화 역사 등이 어우러지며 관광특구로 지정, 내국인은 물론 중국인까지 몰려드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130년 화교 역사 품고… 인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는 130여년 전인 1882년 임오군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나라의 군인과 함께 온 40여 명의 군역상인이 이 땅에 정착했다. 주로 푸젠성·저장성 등 남방인인 그들은 청나라 군대에 물자를 공급하면서 조선 상인과 무역을 했다.

이후 1884년 4월 ‘인천화상조계장정(仁川華商租界章程)’이 체결되면서 지금의 인천시 선린동 일대 1만6천500㎡에 중국 조계지가 세워졌고, 그해 10월 청국 영사관도 이곳에 세워졌다. 중국의 조계지가 생긴 후 중국의 건축 방식을 본뜬 건물이 많이 세워지면서 현재의 인천 차이나타운이 됐다.

이후 인천의 화교 수는 급증했다. 1883년 48명이던 화교는 1년 후 5배에 가까운 235명으로 늘어났고, 1890년엔 1천 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당시의 ‘청관’이라 불리는 청나라 관청(청국 영사관)이 이곳에 세워졌다.

화교들은 인천을 상업 활동의 중심으로 삼으며 전반적인 상권을 장악해갔고, 산둥 연타이 지방에 살던 중국인까지 건너와 채소 농사를 지으며 조선에 양파·당근·토마토 등을 전파했다.

하지만, 1984년 중국이 청일전쟁에서 패하면서 인천에 살던 화교의 생활이 흔들렸고, 한국전쟁(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거의 파괴됐다. 전쟁 후 화교는 한국에서 외국인 부동산 소유제한 등으로 외면당하기 시작했고, 화교만 운영 가능했던 중국 음식업계에 한국인도 경영허가를 내주면서 생활에 어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인천이 중국 교류의 중심도시가 되면서 이 지역이 역사성과 문화성이 재조명, 인천의 새로운 문화와 관광 명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지난 2008년 215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점차 찾아가고 있다.

원조 찾은 누들타운 ‘면의 행렬’… 중국인도 사로잡은 ‘맛의 유혹’

인천 차이나타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을거리다. 대표 음식은 물론 자장면이다.

하지만 ‘자장면 거리’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롭게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정통 중국 음식 등 각종 먹을거리의 향기(?)가 가득하다.

이 때문에 인천 차이나타운은 전국 각지의 식도락가가 몰려들어 주말마다 분주하다. 중국풍의 이색적인 공연이 펼쳐지고, 테마거리에선 왕서방과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인 정취. 이 풍경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으로 인천 차이나타운은 북새통이다. 심지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까지 원조 자장면의 맛을 보고자 이곳을 찾는다.

10년 전 10여 개의 중국 음식점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며 을씨년스런 뒷골목길이였던 이곳이 대형 중국음식점과 다양한 볼거리가 합쳐지면서 국내 최대의 차이나타운으로 부활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대표 음식 자장면은 정통의 맛과 함께 계속 진화하고 있다. 중국 전통의 춘장과 황장을 넣어 특유의 구수한 맛과 담백함이 일품인 하얀 자장, 고기 대신 두부와 해산물을 넣어 느끼함 대신 다채로운 식감을 선사하는 두부 자장이 그 주인공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정통 중국 음식 중 ‘깐쇼새우’는 다른 중국 음식점과 차별화된 특별한 맛이 있다. 국물 없이 마르게 조린 새우살 요리라는 뜻으로 칠리소스 새우라고 하는 깐쇼새우. 중국 전통방식으로 파삭한 튀김 속에 쫀듯한 튀김옷이 있고 그 속에 부드러운 새우살이 있어 한번 맛보면 또다시 찾게 된다.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많다 보니 ‘전가복’도 인기 메뉴. 가족 구성의 결속력과 가정의 행복을 추구하는 큰 의미가 있고, 이를 요리에 비유해 각종 해산물을 모두 종합한 풍성한 요리를 일컫는 요리다.

특히 ‘공갈빵’은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바삭한 피와 달콤하고 고소한 속의 조화로움이 일품인 공갈빵은 손가락으로 콕 찌르면 푹 꺼지는 속이 텅 비고 겉만 부풀게 구운 중국 고유 빵이다. 중국에선 ‘공기빵’으로 불린다. 먹는 재미보다 빵을 만들 때 구멍을 때우는 모습이 마냥 신기한 인천 차이나타운의 대표 먹을거리다.

또 입이 심심할 때 생각나는 게 바로 ‘월병’이다. 남송 때부터 전해지는 중국 전통 과자로 밀가루를 주재료로 한 반죽으로 껍질을 만들고 달걀, 팥소, 말린 과일 등을 넣은 다음 무늬가 있는 나무틀에 끼워 모양을 만든다. 중국에서는 해마다 음력 8월15일 중추절이면 가까운 이웃에게 월병을 선물하고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행복을 빌어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또 고구마·단호박·고기·검정깨 등을 넣고 200℃가 넘는 화덕(옹기)의 안쪽 벽에 붙여 구워낸 중국식 항아리 만두인 ‘옹기병’도 눈에 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움으로 꽉 차있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한 항아리에 60여 개 정도를 붙여 12분 정도 구워낸다.

한편, 인천 차이나타운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누들(면) 타운’의 첫 시작점이자 중심 역할을 한다. 누들 타운은 이곳의 자장면과 신포동 쫄면, 용동 칼국수,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으로 이어진다.

맛보고 즐기고… ‘관광레포츠형 특구’ 제2도약

인천 차이나타운의 면적이 확장되고, 먹을거리는 물론 숙박·체험 등의 시설이 갖춰지는 등 제2의 도약을 맞고 있다.

중구는 차이나타운 특구를 테마형 관광 또는 먹을거리·숙박·볼거리·체험 등 시설이 종합적으로 연계된 관광레포츠형 특구로 조성 중이다.

앞서 차이나타운은 지역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지역특화발전 특구로 지난 2007년 4월27일 지정(11만 4천136㎡)됐으나, 특례 활용 대부분이 상업지역에 있는 중식당 등에만 적용돼 특구 내 일부가 비활성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구는 차이나타운 비활성화 구역과 인접한 송월동을 각종 동화 속 캐릭터 벽화와 시설물을 갖춘 ‘동화마을’로 조성한 데 이어 차이나타운 활성화 구역과 송월동 동화마을을 잇는 300m 구간을 중국풍으로 재정비했다.

중국풍 거리는 차이나타운 비활성화 구역 가로질러,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송월동 동화마을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에게 비활성화 구역이 자연스레 노출되고 있다.

특히 구는 특구 균형발전 이후 대대적인 면적 확장에 돌입할 계획이다. ‘화교 이주’라는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민의 참여와 민·관 소통을 통해 확대 범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차이나타운~인천 내항을 연결해 바다자원 및 숙박시설을 활용하는 방안과 개항장문화지구까지 확장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글 _ 이민우·신동민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Interview] 서학보 인천 차이나타운 번영회장

“맛과 멋, 역사와 사람 어울림의 공간 눈앞”

“차이나타운은 패션입니다. 맛과 멋, 역사, 사람이 어울리는 공간의 완성이 멀지 않았습니다.”

서학보 인천 차이나타운 번영회장(56)은 “차이나타운은 단순히 중국 민속촌이 아닌, 한국과 중국 문화가 충돌해 생긴 제3의 문화공간”이라며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존재에서 문화가 된 차이나타운만의 패션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차이나타운을 ‘패션’ 단 한 단어로 요약했다. 여느 음식점 사장과는 달리 맛보다 문화를 강조하는 한국 출생 화교 2세의 모습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맛 자체가 형태가 없는 만큼, 세상엔 맛있는 음식도 맛없는 음식도 없다. 가령 술을 마실 때 누구와 먹고,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쓰고 달고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사람과 음식의 어울림, 먹는 그 순간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도록 음식문화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지난 2000년 중국 웨이하이(威海)시로부터 기증받은 패루가 입구에 세워진 것을 시작으로 재정비에 들어간 지 14년이 지났다.

타운 내 상인은 십시일반 모은 정성으로 시민을 위한 무료 공연을 준비하는 등 앞으로도 변함없는 한·중 융합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 회장은 “한국에서 중국 문화를 맛보게 할 수 있는 계몽 역할을 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통 중국 무용과 노래를 보이며 한·중간 화합을 키워나가겠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도리를 중시해 신뢰가 높았던 옛 중국 상인인 진상(晋商)과 휘상(徽商)이 가득한 차이나타운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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