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전통시장과 상생의 길을 찾다
백화점에서 전통시장을 만나다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는 이색풍경이 펼쳐졌다. 지하1층 식품코너에서 꼬마김밥을 사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것이다.
그냥 지나가던 손님들도 길게 늘어선 줄이 궁금해서 ‘뭘 파나’ 들여다보고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꼬마김밥에 매료돼 줄 끝자락에 서곤 했다. 그렇게 20여명이나 되는 줄은 줄어들기는 커녕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늘기만 했다.
‘오늘 인천바닥의 돈은 다 저 김밥집 사장님 주머니에 들어가겠네’ 싶을 정도였다. 재밌게도 대박이 난 꼬마김밥집은 백화점 매장이 아닌 석바위시장에서 10년이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김순애 사장의 점포였다.
신세계백화점에서 특별히 석바위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음식점포를 초빙해 홍보전을 열어준 것이다. 김순애 사장 매장에는 4~5명의 아주머니 점원들이 손발을 맞춰 꼬마김밥과 떡볶이 등을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꼬마김밥집 뿐이 아니었다.
닭강정, 떡볶이, 찹쌀강정, 각종 튀김, 땅콩 등 전통시장에서 맛보던 음식이 백화점 한쪽을 턱하니 자리 잡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끊길 줄 모르는 손님맞이를 하는 상인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김순애 사장은 “원래도 우리집이 유명하지만 손님이 많은 백화점에 오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이 밀려와서 정말 기쁜 비명을 지르고 있다”면서 “이 많은 손님들이 우리집 김밥과 떡볶이 맛을 보고 석바위시장으로 발걸음한다면 말 기쁘고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찹쌀강정과 한과 등을 팔고 있는 조원옥 사장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조원옥 사장은 “백화점 하루 판매량이 시장에서 팔던 것보다 5배는 더 많은 것 같다”며 “신세계백화점이 시장상인들을 자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인터뷰를 하는 짧은 시간에도 연신 손님이 찾아와서 조 사장님의 두 손은 강정을 담아 포장하고 계산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조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석바위시장으로 찾아오면 서비스로 강정 한 두 주먹은 더 얹어주겠다면서 시장 홍보는 빼먹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석바위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석바위시장 활성화를 돕겠다고 나선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시장 상인들, 남구청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었다. 단순히 백화점 매장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통과 소매관련 노하우(진열기법, 상품 가격 표식 등)를 공유하고 마케팅 기법을 전통시장에 적합한 형태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과 함께 걷기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상생’은 일회성이 아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한 번 초청해서 생색을 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3~4차례 초빙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일주일동안은 백화점 지하1층 행사장과 4층 이벤트홀을 인천지역 우수 중소기업에 내주고 있다.
홍보할 수단이나 판로를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기꺼이 백화점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행사장과 이벤트홀을 빌려준 것이다.
중소기업 우수 상품전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수개월동안 피해를 입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를 비롯해 인천, 부천, 김포지역에 기반을 둔 67개 우수 중소기업이다.
가전, 주방, 생활, 레저, 잡화, 의류, 완구, 스포츠, 식품까지 인천과 인근 지역업체의 상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소비자에게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자들은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일석이조 행사가 되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달 25~30일 동안에는 지하1층 식품관에서 인천지역 우수 중소기업 식품전을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번째 행사다. 인천지역에 기반을 둔 40여개 우수 식품 중소기업 업체가 참여해 농·수산 특산물에서부터 과자류, 다(茶)류, 절임식품 등 다양한 제품 300여종을 선보였다.
생산자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상품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음식 만들기 시연행사도 했다.
특히 주목받은 식품은 강화를 대표하는 강화약쑥한우와 정미숙발효이야기, 강화순무김치 등이다. 강화약쑥한우는 강화섬에서 약쑥 발효 사료로 키우고 유통하는 높은 품질의 한우다. 정미숙발효이야기는 강화도의 태양과 바람으로 만든, 정미숙 명장의 건강한 전통장과 발효음료를 판매하는 순수 인천 브랜드다.
이외에도 소래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100% 국내산 꽃게와 꽃게두부, 친환경 콩나물, 즉석인절미, 김치, 조미김, 수삼, 홍삼과 백령도 서해바다의 해풍을 맞은 옹진군 쑥, 미역 등을 직거래로 선보여 시중가격보다 20~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미숙발효이야기 대표인 정미숙 사장은 “신세계가 중소기업과 상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런 계기를 시작으로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발전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강화약쑥 한우 판매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렇게 도와주니 매우 즐겁게 장사를 하고 있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이종성 홍보파트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변함없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인천지역의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지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중소기업 판로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천지역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속의 신세계백화점으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이밖에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8년부터 인천지역 우수 청소년 100명을 선발해 신세계 인천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매년 1억3천만 원씩 올해까지 9억1천만 원에 달한다. 또 1999년부터 매년 5%씩을 증액해 인천시에 문화예술, 사회복지차원, 교육발전에 쓸 지역발전기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역발전기금 3억여 원을 비롯해 총 10억여 원을 사회공헌활동비용으로 썼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이존성 점장은 “대기업의 의무는 지역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공헌활동을 펼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대하는데 신세계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중소식품 홍보 활동과 전통시장 활성화 홍보전 등 상생활동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점장은 특히 “인천지역민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천이 올해보다 내년에, 내년보다는 내후년에 밝게 빛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전했다.
글 _ 김미경 기자 kmk@kyeonggi.com 사진 _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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