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속문화이야기] 4. 공항에서 느끼는 전통의 향기 왕가의 산책

“주상전하 납시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거리 한 복판에서 좌통례(조선시대 관직 통례원의 으뜸 벼슬로, 예식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정3품의 관원)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눈에 뛰는 것은 왕가의 산책 행렬. 인천공항에서 국왕이 조선시대 궁궐을 산책하는 모습을 재현한 ‘왕가의 산책’ 행사였다. 지난 2009년 경복궁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2010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왕가의 산책은 총 20여명의 출연진이 투입되어 연중 365일 진행된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구역 전 지역에서 50분씩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와 4시 등 하루 3차례 진행된다. 또 일반지역 4층 한국문화거리에서는 오후 3시부터 15분간 진행되는 등 ‘왕가의 산책’ 행렬은 하루 4번 인천공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총 연간 1천200여 회에 달하며 그동안 19만 명 이상의 여행객들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항에 울려퍼지는 “주상전하 납시요”

왜 장소가 대한민국 대표 관문인 인천공항으로 옮겨졌을까. 간단하다. 한류열풍으로 높아진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고, 공항에서의 체류시간을 보다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인천공항만의 차원 높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왕가의 산책’은 국왕과 왕비, 왕세자와 세자빈, 공주, 호위무사 등으로 구성하여 인천공항의 환경에 맞춰 최적화하였고, 출연진들의 의상과 소품은 전문가들의 고증에 의해 제작됐다.

또 관광객들의 관심과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상궁, 나인, 악장, 의장물 등의 인원과 장비를 추가, 여행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장엄한 궁중음악을 제공하여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왕가의 산책’은 대표명절 설날과 추석연휴 기간에는 국왕과 왕비 등의 출연진들이 나오는 전통행렬과 함께 조선시대 관리들의 공식적인 행차에 따르는 행진음악을 연주하는 대취타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역 연기자가 참여하여 왕세손의 행렬을 재현하는 이벤트를 시행하는 등 다양한 조선시대 왕실의 생활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인가요?”… 외국인 관광객 호기심

‘왕가의 산책’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거리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큰 호기심을 불러온다.

한 면세점 종사자는 “‘왕가의 산책’ 행사가 시작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혹시 영화촬영이냐? 아님 드라마를 찍는것이냐?’ 등이다”면서 “쇼핑을 하던 관광객조차 모두 왕가의 산책에 시선을 빼앗기기 일수”라고 말했다.

실제 ‘왕가의 산책’ 행사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그동안 TV, 영화, 드라마에서만 보던 조선시대 모습을 공항에서 직접 보게 되니 왕가의 산책에 시선을 한 번에 빼앗기고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누르기에 정신없다.

자신의 이름이 킹(King)이라고 밝힌 한 외국인 관광객은 “내 이름이 한국의 국왕을 호칭하는 왕(영어로 King)과 같다”면서 “나도 왕이니 우리나라 국왕이 입는 옷을 사고 싶다. 어디서 파느냐. 또 가격은 얼마냐”고 물어왔다.

또 다른 중국인 관광객은 “얼마 전에 ‘해를 품은 달’을 중국에서 드라마로 봤다”며 “생각지도 못했는데 한국을 찾게 되면서 왕이 산책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어 너무나도 신기하고 뜻 깊다”고 말했다.

내국인도 사랑하는 ‘한국적 퍼포먼스’

‘왕가의 산책’은 내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인들이 ‘왕가의 산책’을 본 뒤, 다시금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품게 하고 있다.

수많은 연세가 지긋한 한국 관광객들도 ‘왕가의 산책’ 행렬에 관심을 보이며 정확히 조선 어느 왕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지, 출연자 각각의 직위와 역할까지 물어보며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왕가의 산책’ 행사를 보신 많은 내외국인들로부터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는 좋은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도 매번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행렬 시작과 끝에는 왕가의 산책 출연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타임이 구성되어 있어 관광객들에게 추억도 남겨주고 있다. 하루 평균 500여명의 여객들이 기념촬영을 해간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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