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어디까지가봤니] 인천대공원

장수천~소래생태습지공원~소래포구 ‘힐링코스’ 인기

인천대공원은 298만4천㎡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인천에서 가장 넓은 공원이다.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이 곳을 다녀갔지만, 워낙 공원이 넓은 탓에 곳곳에 숨겨진 명소들은 또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인천대공원이 자리잡은 관모산에서 발원하는 장수천은 인천대공원~장수동~만수동~서창동을 거쳐 소래생태습지공원에서 바다와 만난다.

길이 6.9㎞에 이르는 장수천은 많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자전거와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를 갖춘 2~3급수의 생태하천으로 재탄생했다.

이렇게 인천대공원~장수천~소래생태습지공원~소래포구 구간은 인천 둘레길 제6코스이기도 하며, 인근 주민들의 힐링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놀이공원이나 먼 유원지까지 가지 않아도 팍팍한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인천대공원과 장수천 일대를 다녀왔다.

당신은 인천대공원을 가봤습니까?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5월의 하루, 8번 버스(송도~인천시청~송내역)를 타고 인천대공원 정문에 내렸다. 정문 앞 도로는 언제나 그렇듯 많은 차로 붐비지만, 공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은 보이지 않고, 그와는 전혀 다른 자연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평일인데도 등산복 차림의 등산객,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눈에 띄었다.

인천대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벌써부터 수십년은 족히 됐을 아름드리 나무들이 봄의 절정을 알렸다.

1년 중 방문객이 가장 많다는 벚꽃 시즌은 이미 지났지만, 푸르른 녹음과 곳곳에 피어있는 노랑·분홍 빛깔의 꽃들이 뿜어내는 정취는 벚꽃 시즌 못지 않았다.

인천시민이든 아니든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정문, 수천대는 족히 댈 수 있을 것 같은 주차장을 지나 처음으로 들른 곳은 꽃 전시관. 계절의 여왕이 위용을 뿜어내고 있는 이 곳엔 꽃잔디, 범부채, 노루오줌 등 갖가지 꽃들이 반겼다. 인천대공원은 꽃 전시관말고도 수목원, 장미원, 야생화단지 등 공원 곳곳마다 계절의 향기를 꽃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3~12월 운영되는 인천수목원은 1천75종 22만4천847본의 나무가 있어 연간 20만명 가량이 찾고 있다. 다양한 나무들이 십년 넘게 전문 녹지연구사들의 관리를 받아 단순한 휴게나 전시 기능 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도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로 맞은 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4만여㎡에 달하는 호수는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친환경 시설이 새로 들어섰다. 호수 초입에는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여럿 생겼으며, 나무로 만든 관찰 데크가 강가를 따라 자리잡았다.

기존 콘크리트 길은 황토 산책로로 바뀌어 호수를 따라 걸으며 한껏 여유를 부리기 좋다.

수질이 한결 나아진 호수에서는 여전히 거위와 청둥오리들이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꿨다. 겁도 없는 청둥오리는 데크 위를 거닐다가 찾는 먹이가 없었는지 이내 다시 호수로 들어간다.

호수를 반 바퀴쯤 돌고 나니 어느덧 느티나무길은 1인용부터 2인용 4인용 등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붐볐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나온 어머니, 휠체어를 타고 나들이 나온 장애인, 사랑을 더해가는 연인 등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표정은 하나같이 편안했다.

인천과 인연이 있는 백범 김구 선생을 기리는 백범광장을 지나니 관모산으로 올라가는 숲길이 나왔다. 자전거 광장에서 약간의 돈을 내고 빌리거나 집에서 가져왔을 자전거는 으로 봄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높이 162m의 관모산은 낮은 산이라 걷는 데 부담이 없으며, 코스에 따라 정상까지 450~1천560m의 여러 길이 나 있다. 관모산 등산로에 설치된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이 곳이 도심과 멀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덧 잊게 된다.

배가 고플 때는 별도의 음식물을 팔지 않는 공원 안을 벗어나 동문 쪽으로 향하면 800년 된 은행나무와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이 자리 잡은 만의골이 제격이다.

마을 중심에 인천시 기념물 12호 만의골 은행나무가 자리 잡은 만의골은 인천과 시흥 경계에서 독특한 마을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인천 맛집 리스트 상위권을 놓치지 않을 정도의 수준급 맛집들이 곳곳에 있다.

집 앞 하천에서 만나는 바다 ‘장수천’

두시간 남짓 걸린 인천대공원 탐방의마지막 코스는 습지원이다.

다목적광장이나 시민의 숲, 자연학습장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습지원은 저 멀리 산 너머 보이는 아파트 옥상으로 도시임을 짐작할 뿐, 영락없이 어느 시골에 도달한 느낌을 받는다.

인천대공원에서 내려온 장수천은 이 곳에 이르러 만중골못, 붓꽃못, 백련못 등 연못을 형성, 우리가 알던 인천대공원과는 또다른 식생을 형성한다.

습지원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니 맞은 편에 너나들이 캠핑장이 보이면서 본격적인 장수천에 도달했다. 많은 생태하천을 가봤지만, 장수천은 특히나 산책로가 잘 형성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전거 도로는 일반 보행로와 분리돼 라이더들의 욕구를 충족시켰고, 하천 주변의 식생 또한 보행로와 떨어져 오롯이 보존됐다.

장수천 산책로를 따라 인천대공원 경계를 벗어나니 남동문화생태누리길이라 명명된 둘레길이 펼쳐졌다.

수현리, 장자리, 만의리 세 곳의 지명을 합쳐 부르기 시작했다는 장수천은 장수동 택지 지구를 비켜가 만수3지구로 향했다.

네발나비, 뿔나비 등 갖가지 곤충은 물론, 장수천에서는 거미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산책로는 곳곳에 운동시설과 쉼터를 갖추며 단조로움을 피하고 각양각색의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특히, ‘이슬방을과 무지개’ 등 지하구간마다 예술작품을 터널에 설치해 어두운 이미지 대신 감수성을 건드리며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곳곳에 설치된 징검다리와 목교를 이용해 장수천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만수3지구를 넘어가니 장수천은 차츰 폭이 좁아지며 하류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렸다.

괭이갈메기, 해오라기 등 바다 새가 하천에 날아다니며 먹잇감을 찾고 있고, 흙은 육지 모래 대신 갯벌 흙과 비슷해졌다.

곧 아시안게임이 열릴 남동경기장을 지나니 이제는 최근 조성된 택지지구인 서창2지구에 들어서며 장수천은 바다를 향했다. 바로 이 곳 서창동에 이르러 장수천은 소래생태습지공원과 만나 하천으로서의 임무를 다하고 바다가 된다. 이번 탐방을 통해 발견한 인천대공원과 장수천의 매력은 ‘꾸미지 않은 친근함’이다.

사람 중심의 과한 시설물로 치장한 어느 공원들과 달리 멀리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인천대공원과 장수천이 많은 사랑을 받는 데에는 과연 이유가 있었다.

글 _ 박용준 기자 yjunsay@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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