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좋은 자산… 청년 창업가 재기 돕는 기업문화 절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격인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김일호 ㈜오콘 대표는 혁신위 활동에 대해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었고 거기에 있었다는 게 참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뽀로로’를 개발, ‘뽀로로 대통령’으로 유명한 김 대표는 “크리에이터로서 제가 가진 시각을 혁신과 연결하고 싶었다”면서 “그동안 정치ㆍ행정을 하신 분들이 인수위를 주도했는데 그것부터 파격적으로 한번 탈피해보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다소 짧은 기간이었지만 혁신 가이드라인의 방향을 잡는 데 집중했고 남 당선인이 앞으로 임기 끝까지 혁신을 이어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혁신위가 경기도의 혁신을 이끌어 대한민국으로 퍼져가는 출발점, 기화점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본보는 지난 26일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내 오콘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혁신위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의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한 소감은.
이런 분야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어색하다. 물론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산업 영역의 위원회에서 일해본 적은 있지만 이건 전혀 다른 성격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의외였고 처음에는 수락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남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판교를 한번 방문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특히 아이들 안전 문제 등에 대해 대화하면서 치중되지 않은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선거가 끝난 뒤 남 당선인이 혁신위원장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제 전문분야가 아닌 만큼 저보다 잘하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고사했다.
그러나 남 당선인이 혁신이라는 취지를 말했고 거기에 공감해서 수락하게 됐다.
특히 공동위원장 분들이 정무적인 부분, 도정 조직에 관한 부분 등은 저보다 훨씬 잘 알기 때문에 저는 말 그대로 혁신적인 신선한 아이디어와 방향, 철학적 접근방법 쪽에 역점을 두고 활동을 했다.
-혁신위가 기존 인수위를 탈피하고 업무보고도 토론회 형식으로 바꿨는데.
굉장히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혁신은 바꾸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더 좋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재 경기도정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뭘 하는지 들어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결국 민선 6기가 시작되면 그분들이 실무를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조언자 역할을 했다. 당연히 업무보고도 토론회 형식이 효율적이라고 봤다.
토론회를 통해 때로는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기도 했으며 상당히 많은 가능성 역시 보게 됐다.
-우리나라에 토론 문화가 아직은 낯설어 공무원들과 충돌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건 공무원뿐만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대화하면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걸 거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
‘어떻게 하면 현안을 더 좋게 할까’라는 같은 목적이 있다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공약에 근거해 혁신 도정의 방향을 다듬고 마무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도정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좋은 시도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공무원들을 자극했을 것이고 우리도 실무를 담당하는 분들로부터 현실적인 얘기를 듣게 됐다. 아주 좋은 의미의 토론회가 된 것 같다.
-남 당선인이 혁신위 활동에 있어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뒀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남 당선인이 취임 후 발표할 것이다. 혁신위에서는 일자리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초점을 뒀다.
우선 새로운 일자리가 있는데 이는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다. 신수종 사업, 신동력 사업을 경기도의 특성에 맞출 수 있도록 어떤 분야에 집중해서 발굴하고 육성할 건가라는 측면이 있다.
또 원래 있던 일자리가 있다. 특정 지역의 제 모습을 찾아주는 데 더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농촌, 해안, 첨단 등 31개 시ㆍ군으로 이뤄진 경기도에 제 모습을 찾아주고 거기에 힘 있는 신개념을 더해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제 모습이 있는데 굉장히 선진적인 제 모습이 구현돼야 그 지역 사람들을 윤택하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과거 아이를 데리고 양평에 있는 외가집 체험 마을이라는 곳을 가봤다. 젊은 사람들은 없고 어르신만 있는 마을인데 농사만 지어서 얼마나 소득이 있겠나. 그런데 농사를 농사로만 보지 말고 아이들 교육의 장으로 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거기서 고구마도 캐먹고 벼도 털어보는 등 체험활동을 하면서 그 마을의 소득수준이 엄청 올라갔다. 쉽게 말해 완전히 다른 마을이 된 거다. 첨단을 떠나 제 모습 찾기의 본질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창업 센터를 짓는 게 아니고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먼저 청년을 이해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생각을 가진 건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시대가 변했는데 그들을 이해하지 않고 정책을 만들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정말 다른 시대가 됐다. 리더들이 새로운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정확히 규정하고 예측해야 한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은데 성공사례가 나오면 청년 창업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권장해야 한다.
아주 작은 창업부터 중소ㆍ중견기업이 고루 존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일자리가 회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자꾸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창업해서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다.
나스닥을 상장한 이스라엘의 경우 가장 큰 특징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청년들의 실패를 너무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청년과 새 시대를 이해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열어 정책을 육성하면 좋겠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처럼 실패도 경험이니 이를 인정하면 다가올 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받칠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판교테크노밸리의 발전 가능성은.
판교테크노밸리는 대단한 성공사례다. 단기간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기업이 올 수 있었을까. 더욱이 여기서 수십조원이 창출된다.
공간과 콘텐츠가 절묘하게 잘 조합됐다. BT 등 약간 다른 성격을 지닌 또 다른 판교테크노밸리가 경기도에 2~3곳 더 만들어진다면 한국 산업 경제의 큰 견인차가 될 것이다.
남 당선인이 판교테크노밸리에 주목하고 있고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굉장히 개발돼야 하는 사례다.
단지 개발하면서 당시에 생겨난 논리와 규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현실적으로 회사들의 입장에 맞게 변화해야 유연한 운영과 더 큰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조그만 정 하나가 바위산을 깬다. 작고 깊이 있고 강한 게 굉장히 허술한 명분으로 둘러싸인 것들을 이기는 시대가 됐다.
이 세상에 작은 일은 하나도 없다. 라면집을 해도 전 세계를 평정하면 그게 최고의 기업이다. 작은 분야의 1등이 큰 분야의 2등보다 훨씬 강하다.
크기나 분야에 연연하지 말고 본질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게 청년답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혁신위에서도 지역발전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서 같은 논의를 했다.
큰 계획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의 작은 변화가 큰 혁신을 주도하게 됨을 잊지 말자고 얘기했다.
젊은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작은 게 중요하다. 작은 일들이 큰 2~3등을 깨버리는 것이다.
작음의 미학에 집중해 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PROFILE
-1968년 6월 17일 출생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공업디자인전공 졸업
-㈜오콘 설립 및 대표이사
-전경련 창조경제 특별위원회 위원
-경기도 콘텐츠기업협의회 의장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출강
-前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영상학부 겸임교수
-前 콘텐츠코리아위원회 글로벌 위원장
-前 LG전자 디자인 연구소 재직
대담= 정근호 정치부장
정리= 송우일기자 swi0906@kyeonggi.com
사진= 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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