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초대석] 박종렬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본부장

‘한자녀 갖기 운동’ 시대에 첫발 ‘저출산 시대’와 화끈한 한판

남자는 담배를 안 피우고 질서와 법규를 잘 지킨다.

이 남자, 무슨 재미로 사나 싶기도 하고, 참말로 재미없네 생각할 때즘 강렬한 한방을 제대로 날린다.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해 브로치와 함께 현금을 선물하는 로맨틱함, 지하철에서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따뜻함, 게다가 아들 청춘사업의 쓰라림을 달래주는 자상함까지 갖춘 이 남자가 바로 박종렬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본부장이다. 이제 본론으로 가보자. 요즘 사회 곳곳에 ‘꼰대’들이 많이 보인다.

2030세대들이 말하는 꼰대라 함은 과거의 화려했던 추억을 뒤로 하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의 주장과 경험만을 앞세워 청춘들을 향해 호통을 치는 어른들로 정리할 수 있다. 굳이 나이로 따지면 박종렬 본부장도 포함된다.

허나, 박 본부장의 경우 자세히 봐야한다. 박 본부장은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저 고개 끄덕끄덕하면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간간히 한 마디 툭툭 던져주는 그런 ‘어른’이다. 두 아들과 젊은 직원들에게도 그러하다.

그는 인정욕구에 목마른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는 것이 두려워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다.

그냥 어린시절부터 체득한 미련스러울 정도의 우직한 끈기와 성실로 무장한 채 50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본부장은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의 바른 자세는 1988년 1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전신인 대한가족계획협회에 입사해 흐트러짐 없이 청춘을 불살라 온 그의 행보와, 그의 삶과 닮아 있었다.

인천 출신, 1988년 대한가족계획협회 입사… 46세에 최연소 본부장 승진

박종렬 본부장은 인천 사람이다. 5남1녀의 2남으로 태어났다. 사고 한번 친 적 없이, 부모님 속 썩인 적 없이 무탈하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해병대 제대 후 대기업에 입사해 이른바 ‘잘 나가는 샐러리맨’으로 살았다. 그야말로 탄탄대로, 모범적인 삶이었다. 최고라 생각할 때 그의 몸에 경고음이 울렸다. 잦은 야근과 격무로 인해 하루도 피곤이 가실 날이 없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가장으로서 버티며 계속 다니겠다고 할 때 아내가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직원을 뽑으니 시험공부를 해보라고 권유했고 합격 후 인천지회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어요. 입사할 당시 88년은 한자녀 갖기 운동 시대였고,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로 산아제한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 때 그의 나이 서른 한살. 1988년 1월, 대한가족계획협회에 입사한 박 본부장은 입사 9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고 입사 15년 만인 46세에 최연소 본부장이 됐다. 울산광역시지회 사무국장, 본부 저출산대책사업 본부장, 본부 저출산·고령화대책사업 본부장, 기획경영실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며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 3일까지 사무총장 직무대리를 역임했다.

그의 승승장구의 저력에는 ‘관운’도 한몫 거들었다며 부러워하는 호사가들도 있지만 박종률 본부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매사에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궈낸 당연한 결과라고 평한다. 성실하게 묵묵히 일한 덕택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혈연과 지연, 학연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끈기와 성실함으로 꿰찬 것도 아무나 이룰 수 있는 ‘업’이 아니다. 실제로 박 본부장만큼 인구보건복지협회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없다.

임신출산장려 전문기관답게 다채로운 프로그램 인기… 24시간제 ‘가족보건의원’ 산부인과 운영

업무에 있어 실용주의와 합리주의에 입각한 원칙주의를 고수하는 박종렬 본부장이 지난 3월 말 경기도지회 본부장으로 취임했다. 그에겐 경기도지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7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경기도지회 본부장을 지냈으니 7년 3개월 만에 ‘컴백’인셈.

친정같은 곳이지만 그렇다고 박 본부장의 마음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7년 전과 비교해 지회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 박 본부장은 예산감소로 경기도 출산율 저하에 따른 협회의 역할 부진과 시설 및 환경의 낙후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7년 전 5대 암검진을 무료로 해주는 15.5톤 건강검진 특장차를 구비해 경기도 읍·면·동까지 전역을 누비며 신바람나게 일했던 추억도 있고, 최우수지회의 영광도 누렸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만 회상하고 있기엔 해야 할 일이 많아요.

7년 전 50여 명의 직원들이 지금은 30여 명으로 줄었지만 우리의 역할과 임무가 줄어든 건 아닙니다. 어떤식으로든 경기도민들의 가족건강과 출산율 제고에 일조해 다시 한번 최우수지회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요.”

박종렬 본부장은 인생의 위기 때마다 해병대 군시절에 생각한다. ‘악소리’가 절로 날만큼 힘들었고 지독했던 군생활을 떠올리며 경기도지회를 꾸려가고 있다. 도비가 전액삭감돼 어렵지만 신규사업을 고민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선 철저하게 관리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는 출산장려 전문기관답게 다방면의 출산장려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여성발전기금 공모사업인 ‘경기가족 패션쇼’ 및 ‘출산친화 동요제’가 대표적이다. 또 고등학생, 민방위, 군인들을 대상으로 출산율 회복 및 인구구조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가치관 부여 및 인식개선 에 관한 인구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산부, 부부, 부모 등 생애주기별 임신출산육아 교육 프로그램인 ‘맘맘맘문화센터’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게다가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모임’과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십대들의 모임’을 운영하면서 젊은 세대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개선과 결혼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지역의 산모들을 위해 전문의와 조산사, 간호사 등 24시간제로 가족보건의원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유아 예방접종도 실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임신과 출산, 육아부터 가족건강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받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경기도지회는 또 제3회 인구의 날(7월11일)을 맞아 K리그가 한창인 7월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인구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국민참여 사진전 전시, 인구의 날 관련 홍보물 배부, 가족사진 촬영(즉석 사진 및 포토존 운영), 페이스페인팅, 임신출산육아 상식 OX퀴즈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지난해 출산율 1.23명… 삼포세대를 넘어 사포·오포세대

경기도지회의 다양한 출산장려사업이 빛을 발해 경기도 출산율 제고에 기여했으면 하는 게 박종률 본부장과 직원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경기도의 출산율이 2010년과 2011년 각 1.31명에서 2012년 1.35명으로 증가했다가 2013년 1.23명으로 감소해 출산율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국 출산율이 세계 224개국 중 21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에선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 증가가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이젠 삼포세대란 단어도 옛말로 요즘은 스펙쌓기와 취업전쟁으로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사포세대, 더 나아가 전세값 급등으로 주택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기성세대로서 참 안타깝고 큰 자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출산장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일선 본부장으로서 그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선 일·가정 양립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과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교육을 보다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시하고, 분만·결혼 전 건강검진 등에 대한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도 맞벌이 하면서 아등바등 두 아들을 키웠기에 그 누구보다 젊은세대들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다. 외할머니, 친할머니, 친지, 윗집아줌마 손까지 빌려 아들 둘을 키웠고 퇴근 후 젖병을 닦고, 천기저귀를 빨고 개우고, 잠투정을 하는 아들녀석을 달래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꽤 자상한 남편이었다.

그 당시 자상함과 섬세함은 지금도 유효하다. 합리적이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그가 끈기와 성실을 앞세워 다시 한번 경기도지회의 과거 영광을 재현할 기세다.

한 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부끄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 어려운 시절이 됐다.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박종렬은 아버지로서, 어른으로서, 기성세대로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본부장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26년 동안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근무한 성실성과 끈기가 박종렬 본부장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의 경쟁력이 경기도에서 힘을 발휘해 보다 많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경기도 곳곳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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