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가수 현숙

노래ㆍ봉사ㆍ나눔 의리천사 사랑의 훌라 훌라 훌라~

그야말로 ‘의리(義理)’가 대세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인 의리를 논할 때 가수 현숙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현숙은 부모에 대한 의리, 노래에 대한 의리, 사람에 대한 의리에 대해선 지극 정성이다.

전라북도 김제시 월촌면에서 12남매 중 11째로 태어난 현숙은 학창시절, 동네 노래자랑에 참가해 생필품을 우승상품으로 받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1979년 가수 데뷔 후 지금까지도 현숙은 건재하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훌라 훌라 훌라~ 안녕하세요! 가수 현숙이에요!”라며 전국을 누비며 노래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오면 현숙은 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쉼없이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한다.

마치 나눔로봇처럼. 올해로 11년째 이동식 목욕차량 기증한 가수 현숙을 지난 11일 서울 잠실에서 만났다. 공연 전 대기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숙은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 에너지로 가수생활과 인생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녀는 호언장담했다. “나를 만나는 모든 이들을 3초 이내 집중시킨다”고. 가수 현숙의 노래와 삶이 매력적이라 집중되었거니와 무엇보다 그녀의 ‘사람됨’이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다음은 가수 현숙과의 일문일답.

Q. 한국 축구대표팀 응원차 브라질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A. 가수 김흥국, 남궁옥분과 함께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브라질한인회 주최로 열린 ‘브라질 이민 50주년 행사’ 축하 무대에 초대받아 멋진 공연을 하고 왔다. 이번까지 5번 정도 브라질에 다녀왔는데 정말 정열과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임을 또다시 느끼고 왔다. 무려 30시간 넘게 걸리는 장거리였지만 노래로서 브라질 교민들과 우리 축구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특히 이번 브라질 공연에는 대학생 조카와 동행해 더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Q. 브라질에서 귀국한 다음날 바로 고흥에 11번째 이동식 목욕차량 기증하러 갔는데 정말 강철 체력이다. A. 노래도 체력, 봉사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워낙 잘 먹고 잘 자는 스타일이다.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든다. 특히 좋은 일 할 때는 피곤할 줄 모르고 한다. 최근 한 요양병원 화재로 어르신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내 어머니, 아버지를 잃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기증식 때 목욕시켜 드린 어르신도 장애를 안고 홀로 사시는 70대셨는데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혼자 계신 어르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한 달에 한번 목욕하기도 힘들다. 시원하게 목욕하신 후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뵐 때면 마음이 너무 행복하다.

Q. 전국 각지에 목욕 차량을 기증한 것도 올해로 11년이 됐다.

A. 벌써 10년이라니…. 세월이 어찌 가는지 정말 모르겠다. 지난 2004년 고향인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울릉도, 경남 하동, 충남 청양, 강원도 정선, 경북 칠곡, 전남 장흥, 제주도, 충북 영동, 연평도에 이동식 목욕 차량을 기증하고 목욕 봉사에도 참여했다. 고흥군이 11번째다. 1.2t 트럭을 개조해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쉽게 목욕할 수 있도록 욕조, 보일러, 물탱크 등을 갖춘 목욕차량이 어르신들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드렸으면 하는 바람이고 제가 계획했던대로 이동목욕차량이 전국에 다 다녔으면 좋겠다. 못다한 효도를 어르신들께 대신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하는 겁니다. 받는 것보다 나눠주는 게 훨씬 더 행복하다. 가수로서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Q.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7년간 돌보고, 중풍으로 고생하던 어머니도 14년간 마지막 순간까지 수발을 들었다. 그래서 이름 앞에 늘 ‘효녀가수’란 별칭이 따라다니는데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은데.

A. 정말, 부끄럽고 쑥스럽다. 어찌 할 바를 모를 때가 많다. 내 부모님이기에 자식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를 한 것 뿐이다. 그리고 가수 현숙만 모신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했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 도리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가는 성격이다 보니 미용실도, 식당도 가는 곳에 가고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서울 한 아파트에 20년 넘게 살았다. 지금 사는 아파트 윗집 노부부와는 새벽에 운동도 같이 하고 음식도 같이 해먹고 정말 가족처럼 지내요. 아파트 비번까지 알고 있다.(하하)

Q. 지난해 가수 인생 34년 만에 첫 디너쇼 ‘효(孝)사랑 나눔 디너쇼’에서 마련한 수익금 1억원을 기부하고 경기도 18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 제가 2011년부터 경기지회 사랑의열매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경기도와는 인연이 제법 깊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동기는 전국 아너소사이어티 초대 대표이자 최고액 개인기부자인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최신원 회장의 가입권유로 이웃을 위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

첫 디너쇼에 데뷔곡 ‘정말로’를 작곡한 김정택 SBS 오케스트라 단장이 연주를 맡고 가수 남궁옥분, 추가열, 배우 김성환, 방송인 김혜영 등이 참여해 그야말로 가수 인생에 있어 뜻깊은 자리였고 그 뜻을 모아 기부를 하게 되어 더 뜻깊었다. 첫 디너쇼에 비록 돌아가신 부모님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면서 못다 한 효를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Q.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 사랑의 열매 기부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쳤다. 2010년 고향 김제에는 효열비가 세워졌고 어버이날 국민포장, 저축의날 대통령상, 삼성효행 특별상 등 상도 숱하게 받았다. 혹시 ‘기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효녀’ 강박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A. 그런 건 없다. 그냥 생활이고 도리라 생각한다. 가수 되겠다고 고등학교 졸업 한 달 앞두고 서울행 기차를 탔다. 어머니에게 받은 1만원과 김치 한 통이 전부였다. 있는 건 ‘꿈’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980년 ‘가슴이 찡할까요 정말로 눈물이 핑돌까요 정말로’란 가사로 시작하는 ‘정말로’(작사:김상범/작곡:김정택)’로 화려한 가수 신고식을 치렀다. 가수가 된 후에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에 남의 어려움도 뒤돌아 볼 수 있게 됐다. 기부는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눔의 의미와 나눔의 맛을 아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나눔으로써 제 삶이 풍족해짐을 느낀다.

Q. 요즘 한창 신곡 ‘당신 만나길 잘했어’로 바쁜데 정말 윗집 만나길 잘했네요.

A. (하하) 맞다. 오늘 강 기자와 내가 만나길 잘 한 것처럼 말이야. 우리 아파트에서 가수 현숙이네 집 모르는 사람이 없다. 종종 윗집 부부가 어디 가시면 허전하고 외롭기도 하다. 그나마 요즘 정신없이 공연 다니느라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다. 이번주에도 온양, 대구, 순천 등 전국을 돌고 있다.

Q. 신곡 ‘당신 만나길 잘했어’의 가삿말을 직접 썼고 게다가 기존 전통가요를 탈피한 바차타 리듬의 곡이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A. 지방 공연을 다닐 때 비행기나 KTX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다. 그때마다 느낌과 생각을 메모해둔다. “사랑해 고마워 두마디면 내 삶은 천국같죠. 인생의 절반을 채워주는 당신 만나길 잘했어.”

이 가사에 ‘내 인생에 박수’, ‘요즘여자 요즘남자’, ‘물방울 넥타이’, ‘오빠는 잘 있단다’ 등을 만든 조만호씨가 곡을 썼고, 남미 도미니카공화국의 서민음악 ‘바차타’에서 영감을 얻어 유러댄스적인 리듬을 한국적 정서에 맞게 조율했다. 대중가요는 어렵지 않고 흥겨워야 한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다 저의 경우 항상 밝고 즐겁고 희망적인 노래를 고수한다. 노래가 신나야 가수도 신나고, 가수가 신나야 삶도 신나진다. 왜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Q. 긍정적이고 밝은 노래가 가수 현숙의 평소 인생 스타일과 닮아 있는 것 같다.

A. 인생 신조가 ‘신나게 살자’다. 노래도 신나게 부르고, 밥도 신나게 먹고, 사랑도 신나게 하자. 신나게 사는 게 생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Q. 가수, 공인이기 전에, 어떻게 현숙은 로봇도 아니고 늘 행복하고 밝은 지 의문이다.

A. 79년 데뷔 후 오랫 동안 가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주신 남다른 DNA가 있다. 바로 긍정적인 마인드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모든 상황에 ‘할 수 있다’, ‘도전해보자’는 자세로 임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투정부리는 사람이다. 세상만사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안 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흥겨운 노래로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하고, 나눔으로써 어려운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그런 가수 현숙이고 싶다. 나는 효녀가수도 기부천사도 아니다. 그냥 노래하는 현숙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훌라 훌라 훌라~ 안녕하세요! 가수 현숙이에요!”라고 반갑게 인사하며 전국을 누비고 싶다. 지금처럼. 그리고 신곡 ‘당신 만나길 잘했어’처럼 이웃, 가족, 동료, 친구간에 서로서로 빛나는 ‘당신’이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노래할 것이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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