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문제는 공공부문의 재정분담에 관한 경제논리 문제지만, 정치진영의 편싸움에 따른 정치논리로 인해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정권을 잡은 측은 항상 수신료 인상을 주장했고, 야당은 반대입장을 보여주었다. 정치논리에 앞서, 경제논리에 대해 검토해 보자.
먼저 공공성은 정부만 할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3대 방송사가 전부 민간회사이나, 미국에서 방송의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논쟁은 없다.
공공성에 감춰진 비효율적 운영실체
공공성은 꼭 정부만 할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민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선 공공성을 ‘공공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며, 정부개입이 필요한가에 대해선 많은 논란이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정부만이 제공할수 있는 재화로 애기하지만, 실제로 많은 공공재는 민간이 제공하고 있다.
방송 뿐아니라, 아무런 댓가없이 쓸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자유롭게 쉴수 있는 민간의 쇼핑센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대로 정부에서 제공하는 재화라고 해서 모두 공공재가 아니며, 사유재가 오히려 더 많다. 예를 들어, 복지, 교육 등은 성격상 사유재이지만, 정부예산을 보면 사유재의 지출비중이 공공재보다 오히려 높은 실정이다. 공공성 및 공공재라는 개념과 정부개입의 당위성 간에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공영방송에선 공공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공성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시청자들이다. 민영방송 SBS와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을 보면, 공공성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인색한데, 공영방송은 끊임없이 공공성을 주장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성 주장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얻기 위해서다. 즉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리적 타당성을 주기 위함이다.
공공성 주장 이면에는 KBS의 비효율적 운영실체가 숨어있다. 끊임없이 평가받고, 퇴출되는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민간기업은 살기 위해 효율적 운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은 공공성 주장을 통해 조직의 비효율성을 감출수 있다.
평균임금이 1.1억원 이상인 상위직 비율이 전체의 57% 차지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감사원은 인원감축 등의 개혁은 수신료 인상과는 관계없이 진행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그동안 KBS의 운영실태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성역이었으며, 그나마 감사원이기 때문에 구체적 실상을 파악할수 있었다.
KBS가 만약 민간회사였다면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먼저 내부 경영혁신을 통해 인원 및 사업절감의 자구적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경영혁신은 그들이 자비로워서가 아니고,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한 자발적이고 치열한 노력이다.
자발적 노력 통해 시청자 만족부터
이런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수준높은 방송을 보여주면, 국민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것이다. 수신료는 공영방송에 대한 가격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KBS 방송상품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가격에 비해 국민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힘을 빌어, 국민들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부담케 하면, 국민의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공영방송인 KBS는 먼저 내부혁신을 위한 자구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송상품을 생산하고, 국민의 감동을 받을때 수신료 인상은 저절로 해결된다. 수신료 인상문제는 반드시 공영방송사의 내부개혁과 연계해서 풀어야 한다.
현진권 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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