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상력의 메카 ‘어린이도서관’

책은 참 흥미롭다. 재미있는 이야기이자 한 사람의 삶이요 일탈의 수단이고 소통과 상상의 공간이다. 나에겐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다른 이에겐 지루함의 끝판왕이 되며, 누군가에겐 정말 인테리어 가구인 ‘물건’이기도하다.

이 변화무쌍한 책이란 녀석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확장되고 변화해 가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거나 들어오기 어려운 공간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든지 열려 있으며 도서관은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가 평생 독서습관을 가지려면 책이 ‘좋은 것, 행복한 것, 재미있는 것’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부담스러운 것,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면 아이들에게 공부가 그렇듯 책이 점점 지겨운 것이 된다. 당장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독서감상문을 제출하기 위한 책읽기가 대부분이었던 우리의 유년시절에서 즐거웠던 독서의 기억은 희미하다. 책읽기가 학습과 입시를 위해 강제적인 책읽기로 변질 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은 책읽기의 참맛을 읽고 상상력과 감동을 잃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책이 즐겁고 도서관이 가고 싶은 곳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어린이실에서 근무하다보면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긴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공룡책을 다 읽고도 매일매일 찾아와 새로운 공룡책을 달라는 아이, 브레멘 음악대 책으로 연극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재능을 발견해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아이, 막 걷기 시작한 아이가 아장아장 돌아다니다 자료실 한 복판에 똥을 싸버린 일도 가끔씩 일어난다.

알고 보면 도서관만큼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공간이 있을까. 우리의 인식 깊숙한 곳에는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가 ‘정숙, 떠들지마시오’란 문구로 크게 자리 잡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도서관은 다르다. 밝고 시원하다. 한 쪽에선 아이들이 뛰놀고 다양한 강의와 전시, 영화제, 음악회가 열린다.

필자가 도서관에서 아이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염두하는 부분은 ‘감성’과 ‘놀이’이다. 강의식보다 체험 위주의 내용을 기획 해 아이들이 몸과 마음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고 난 후 자연스럽게 감정과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감성과 놀이에 집중하는 이유다.

아이들의 세계는 우리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창의성은 근육과 같다. 매일매일 꾸준히 운동해야 탄탄한 근육질로 변화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단단한 창의력이란 근육을 키워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도서관이다.

현재 수원시에는 21개의 도서관이 있고 2016년까지 11개의 도서관이 개관을 준비중이다. 이처럼 인문학 도시로서의 도약과 발전을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에 10여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어린이 도서관이 3곳 있다. 바로 슬기샘ㆍ지혜샘ㆍ 바른샘어린이도서관이다. 또한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의 경우 10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어린이 전문도서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책을 읽는 습관만큼 귀한 것이 어디 있을까. 가장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장 가까이 하면서 슬기와 지혜를 가진 바른 사람이 되는 그런 도서관을 꿈꾼다.

이은정 수원문화재단 슬기샘어린이도서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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