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작물을 키우는 시설하우스. 마땅히 작업을 하고 있어야 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우스 내에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량, 광량 등의 정보가 감지기를 통해 수집된다.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물도 주고 양분도 준다.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ICT 융복합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그린하우스의 모습이다.
ICT란 Information & Comunication Technology의 약자로 우리나라 말로는 정보통신기술을 의미한다. 농업도 이제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이 적용된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생산·유통·소비 등 농식품 가치사슬에 ICT를 융합할 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이미 농업 생산 방식 중 95%가 과학기술로 생산된다. 들어가는 노동력은 5%에 불과하다. 이렇게 노동력이 절감되어 농업인의 육체적 부담이 줄어들고 첨단 기술 적용으로 품질은 향상돼 농가소득이 증가한다.
ICT 융복합 기술의 필요성은 네덜란드와 한국의 농업을 비교해보면 극명해진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농가 수는 116만 3천 호로 7만 호인 네덜란드의 16배에 달하지만, 농가소득은 3천15만원으로 7천711만 원인 네덜란드의 39%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차세대 첨단 농업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DMZ 친환경 사과재배단지가 그 예이다. 도는 포천과 연천 일대의 친환경 사과재배단지 19.5㏊에 4억2천만 원을 투입하여 ICT 융합 과수재배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ICT 과수재배 관리시스템이 구축되면 병해충 예찰이 가능해져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온도, 습도, 토양수분, 풍속 등 환경정보를 수집해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물을 주는 관수시스템이 적절하게 제어된다.
경기도는 우선 기술보급이 쉬운 과수를 중심으로 ICT 융복합 성공모델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ICT 융복합 기술에서는 기본적으로 많은 정보를 다룬다. 따라서 많은 정보를 종합하여 다룰 수 있는 빅 데이터 전문가 양성이 필수적인데,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ICT 융복합 기술이 잘 정착되기만 한다면 농촌 복지 향상 및 농가 소득증대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ICT 적용 농가와 장비 설치 업체들이 상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농업인은 첨단 장비의 제어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장비 회사는 작물과 농업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ICT 융합 관련 업체들의 기술은 표준화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상호 호환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향후 개발되는 기능도 기존 장비에 추가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초기비용 외에는 큰 비용부담 없게 돼 장비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ICT 융복합 성공모델을 발굴하여 농업인과 업체들에게 홍보·보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 각층에 ICT 융복합 기술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ICT 융복합 기술이 미래농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문제열 경기도 친환경정책팀장ㆍ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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