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인천AG] 8. 북한 참가, 진정한 ‘평화·화합 축제’ 아시아 유일한 냉전지대 ‘해빙무드’

다음 달 19일부터 10월4일까지 인천이 뜨거워진다.

아시아 45개 국가가 36개 종목에서 439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리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AG)는 경기장마다 선수들의 숨소리와 응원 소리로 물든다. 특히 인천AG은 북한의 참여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5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퍼펙트 AG’이 됨은 물론, 남북 간 평화와 화합의 대축제가 될 전망이다.

북한 전 종목 참여 ‘통일 인천AG’ 현실로

현재까지 북한은 인천AG에 14개 종목 150명을 참가키로 한 상태다. 지난 6월 북한은 손광호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부위원장 명의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인원 엔트리를 제출했다. OCA 45개 회원국 중 북한이 이라크에 이어 두 번째로 선수단 규모를 알려오는 등 일찌감치 참가를 선언했다.

북한은 수영·축구·양궁 등 14개 종목에 남자 70명, 여자 80명 등 150명의 선수를 참가 등록했다. 이는 2002년 부산AG 때 18개 종목 184명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최종 엔트리가 접수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인천AG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파견 관련 남북 실무접촉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각각 350명씩 파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인천AG 공식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대회 분위기가 일찌감치 무르익고 있다. 그동안 인천시와 2014인천AG조직위원회, 정부 등 국내뿐만 아니라 알사바 OCA 회장까지 북한의 참가를 위해 강한 의지를 천명해 온 결과다.

북한의 적극적인 참가 의지로 이번 인천AG은 말 그대로 평화의 제전으로 승화하게 됐다는 평가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방인(訪仁)은 모두의 기대대로 최근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소하는 데 크게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인천AG 참여 자체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화해 메시지이며, 향후 인적교류 제의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시와 조직위는 남북 간 실무접촉 결과에 따라 북한 선수단의 전지훈련 종목과 인원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는 대로 선수·임원단, 응원단의 안전문제, 숙박, 공동 응원 등 북한 선수단이 머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시와 조직위는 그동안 북한 선수단의 전지훈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북한 참가를 전제로 대회를 준비해 왔다.

북한 참가에 대비해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조직 내 남북협력팀을 만들고 TF를 가동하는 등 출입국, 안전, 수송, 숙박 등에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조직위는 북한의 응원단 참가나 공동응원 등 나머지 세부 문제 역시 정부와 협의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북한 참가가 남북 긴장국면을 해소하고 우호적 관계 조성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인천AG으로 인해 인천이 평화를 상징하는 세계적 도시로 비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리브랜딩 절호의 기회… 국가 이미지 개선 기대

인천AG은 인천을 ‘리브랜딩(Re-Branding)’하고 최근 세월호 사건 등으로 실추된 국가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인천은 그동안 천안함 침몰 및 연평도 포격 등으로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 가능한 곳이라는 지역적 특성 탓에 안전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외국 자본 및 기업의 투자유치 등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따라 인천AG은 남북 간 화합으로 전쟁의 위협이 없는 도시, 인천AG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도시라는 이미지 개선에 큰 효과가 기대된다.

과시용 물량공세에 치우쳤던 기존 대회와 달리 최소한의 예산으로 우리만의 특색을 살린 대회로 치러낸다면 다른 약소국도 아시안게임을 치를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공적 평가를 받으려면 일단 적자운영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의 예산사정으로 운영 예산이 5천454억 원에서 4천823억 원으로 600억 원 넘게 삭감됐다.

하지만 당초부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로 치를 예정이었던 만큼 씀씀이를 더 줄이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예산상 어려움을 해결하려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회 기간 200만 명이 인천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국내·외적으로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는 일도 과제다.

조직위는 그동안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해 왔지만, 월드컵 이후 본격적인 붐 조성을 위해 방송광고 등 보다 적극적인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권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기 위한 플랜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대회가 끝난 후에도 인천에 유·무형의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실속있고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대회를 만들려고 준비해 왔다.

조직위는 또 인천AG 기간에 개·폐회식과 문화행사 등 화려한 볼거리로 45억 아시아의 시선을 붙잡는다. 개·폐회식은 짧은 시간 인천의 이미지를 아시아인에게 강렬하게 심어 줄 기회이기 때문이다.

개·폐회식은 한국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거장 임권택 감독이 총감독을, 아이디어의 보고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한국의 디지털 기술이 함께하는 환상적인 무대를 약속한다.

약소국에 대한 배려로 서로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아시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연출로 고은 시인, 성악가 조수미, 탤런트 장동건·이영애, 중국의 유명 피아니스트 랑랑 등 깜짝 놀랄만한 스타들이 참여한다.

또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 대거 참여하는 한류 콘서트와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각종 공연, 글로벌리즘이 조화를 이루는 다채롭고 역동적인 문화행사도 준비돼 있다.

이밖에 시민의 가슴 속에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도시’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신설되거나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경기장과 훈련시설은 대회종료 후 인천시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 아시안게임과 관련된 조형물, 기념공원, 전시관 등의 문화시설도 인천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Interview] 김영수 인천AG조직위원장

북한 선수·응원단 참가 ‘흥행 청신호’

“북한이 참여하는 퍼펙트 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려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김영수 인천AG조직위원장은 “그동안 조직위와 인천시, 정부 등 국내뿐만 아니라 알사바 OCA 회장도 북한의 참가를 위해 강한 의지를 천명해 왔는데 이 같은 지속적인 노력이 한 곳으로 모여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면서 남북 화합의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자신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인천AG 참여는 물론 ‘미녀응원단’으로 통하는 북한 응원단의 참가로 일반인의 대회 관심도가 크게 높아져 입장권 판매 등 마케팅 수입 증대 효과는 물론 얼어붙은 남북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장 먼저 축구, 수영, 양궁 등 북한이 참가하는 14개 종목 경기의 입장권 판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280명의 응원단을 파견해 주목받았다. 당시 북한의 ‘미녀응원단’은 빼어난 미모는 물론 취주악대, 도구 등을 동원한 일사불란한 응원으로 큰 관심을 모았고 아시안게임 흥행에 큰 기폭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대회 안전과 관련해 이미 조직위와 국정원, 군,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과 대 테러·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매뉴얼에 따른 임무 분담 등 만반의 안전대책을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관람객을 대상으로 대피안내 및 안전교육도 철저하게 할 계획이다. 경기장별로 피난계단, 비상구, 대피동선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안내영상물을 제작·방영하고, 대회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대회 직전인 이달엔 전염병 발생 및 생물테러에 대비한 모의훈련도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미녀응원단이 온다

AGAIN 2002… 남조선 동무들 반갑습네다

북한 미녀응원단이 몰려온다. 북한은 지난 7월7일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오는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인천AG)에 응원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한에서 열린 국제체육경기대회에 북한이 보내는 네 번째 응원단이 된다.

북한은 2000년 6월 남북 첫 정상회담 이후 지난 2002년 9월 부산AG에 280명 규모의 응원단을 ‘만경봉-92호’에 태워 보냈다.

빼어난 외모의 젊은 여성 예술인이 다수 포함된 응원단은 20대가 주축인 이른바 미녀군단이었다. 미모에 세련된 스타일의 이들 응원단은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됐다.

역시 ‘남남북녀’라는 얘기가 나왔고 언론 매체들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이 흰색 모자와 붉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경기장에 나타나면 관중의 시선은 경기보다도 미녀 응원단에 쏠려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북한 응원단은 단조로운 응원 방식에서 벗어나 경기마다 독특한 복장과 도구로 질서정연하면서도 다채로운 응원을 펼쳐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들의 응원에 남한 관중이 화답하면서 경기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남북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자 북한이 남한을 뒤흔들며 미인계를 펼치는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응원단 일행은 부산의 호텔이나 선수촌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을 태우고 부산항에 입항한 만경봉호가 생활공간이자 숙소였다. 우리 시설에 머물면 통제가 쉽지 않고 남한풍에 물들 수 있다는 북한 측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였다.

북한은 미녀 응원단이 남한 사회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듬해인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도 대학생이 주축인 300여 명의 응원단을 파견했다.

이들 역시 미녀 응원단으로 통하며 일거수일투족이 남한 매체의 관심사가 됐다. 아시안 게임보다 세간의 관심이 낮은 유니버시아드 대회였지만, 그나마 북한 응원단 때문에 관심 몰이를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북한은 세 번째 응원단을 파견했다. 대부분 여자 고교생과 대학생 100명으로 짜인 이들도 빼어난 외모와 개성적인 응원으로 곳곳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도 당시 예능 인재 양성기관인 금성학원 학생으로 응원단에 포함돼 인천을 다녀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응원단에 북한의 미래 ‘퍼스트레이디’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응원단 선발 기준이 평범치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남한에 미녀 응원단을 보낸 북한은 외국에서 열린 국제체육경기대회에는 중년 남녀로 구성된 응원단을 파견하기도 해 차이를 보였다. 북한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파견한 응원단은 평균 연령이 45세나 돼 ‘아저씨·아줌마 응원단’으로 불리기도 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북한 응원단 막전막후

체류비용 줄다리기… 최대한 ‘편의제공’ 합의

북한이 오는 9월 인천AG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하고 우리 정부도 이를 수용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한 응원단의 체류 비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세 차례 남한에 온 북한 응원단의 체류비용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우리 측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두 차례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은 응원단 체류에 드는 경비는 원칙적으로 북측이 부담할 것을 주장했지만, 북측은 응원단 중식과 이동수단, 선박 연료, 항만비 등 경비 대부분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양측은 ‘응원단의 남측 체류경비는 방문자 측의 부담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남측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다’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 대회에서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지원에 남북협력기금 13억 5천500만 원이 집행됐다. 다만, 당시 북측 응원단이 이동과 숙박을 선박인 만경봉호로 해결했기 때문에 이 금액 중 순수히 응원단에만 소요된 비용은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열린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는 303명의 북측 응원단 체류 및 125명의 북한 선수단 참가와 관련해 남북협력기금 8억 9천900만 원이 집행됐다.

또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때는 우리나라를 찾은 124명의 북측 응원단과 대회에 참가한 20명의 북한 선수단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지원 외에 당시 정부 기금 1억 9천600만 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냉각기를 겪는 현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지원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정부 한 당국자는 이날 “행정적 지원은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만, 금전적 지원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비용 문제를 북측에서 제기한다면 그것은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응원단 체류비용은 기본적으로 참가하는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실무적인 문제는 앞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