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김인철 대한건축사회 경기도회장

100년이 지나도 아름다운 건축 고부가 문화산업이 정답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주도했던 건설 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건축분야는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예술성과 문화성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선진국의 경우 건축물을 문화적 측면에서 판단하고 예술성을 강조하면서 100년을 훌쩍 넘긴 건축물이 허다하다.

우리 건축업계도 건설과의 관계를 보다 주도적으로 이끌고 한 차원 더 높은 고부가 문화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건축업계도 대량 생산의 시대에서 건축을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경기도 건축 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모습을 엿볼 수 있는 ‘2014 경기건축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김인철 경기도건축사회장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경기도건축사회 사무실에서 만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건축업계가 어떤 변화의 길을 모색하는지 들어봤다.

건축,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하나의 문화

푸근한 인상에 김인철 회장은 “건축업계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동주택의 대량 공급으로 주거난이 해소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위축됐고 건설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며 “수주량은 감소하는데 오히려 건축업 종사자는 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면서 업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업계의 상황을 설명했다.

건축허가 신고 건수를 보면 전년 대비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나 업계 회원 대다수가 어렵다고 하는 실정이다.

김 회장은 “이러한 문제는 관 및 LH, 도시공사,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서 발주하는 관주도형 물량으로 몇 몇 회원이 일부 혜택을 보고 있다”며 “관주도에서(LH공사, 도시공사) 민간부분으로 이양이 필요하며 민간부분도 공공부분과 같이 요율제정 등으로 덤핑설계를 방지하고 갑·을 관계를 전문가 관계로 해소해 안전한 건축이 될 수 있는 제도로 변화되고 건축구조 부분만 아니라 이제는 마감재 까지도 전문가 영역으로 확대돼 제대로 된 건축을 할 수 있는 사회의 의식이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건설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의·식·주’ 3요소의 하나로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가장 기초적인 건축을 구축하는 기능”이라고 한 뒤 “건축과 토목을 위해 건설이 있는 것이지 마치 우리사회는 건설을 위해서 건축이 있는 것처럼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60~70년대 낙후된 시절에 주거난 해소를 위해 주택을 건설한 정부의 체계적인지 못한 대단지 개발 사업이 건축이 뒷전으로 몰리는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현재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건축이 건축사가 구상하는 방향으로 변화돼 미래를 내다보는 건축문화로 계승 발전돼야 한다”며 “현재의 건축 수명을 20~30년에서 100년 이상의 수명을 연장 하려면 건축물의 유지관리 등이 건축문화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 불황 타계… 일거리 창출·업무영역 확대 관건

그는 최근 정부가 외치고 있는 규제개혁이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건축법을 살펴보면 헌법과 민법에서 다 다루지 못한 부분을 건축법,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다루며 하위에 시·도, 시·군 조례 규정 등 너무나 많은 제약으로 혼란스럽게 운영되고 있다”며 “건축 하나를 위해 정부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법률이 하도 많아 이제 한눈으로 살펴보기조차 힘든 형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 같은 건축경기 침체 속에 회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어려움 해소를 위해 회원의 일거리 창출과 업무 영역확대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또 건축물의 올바른 관리를 위한 건축물유지관리, 협동조합 시스템의 도입 등을 회원사에 홍보하고 협회 자체적으로도 준비하고 있다”며 “건축사의 자질향상과 새로운 건축트렌드 반영 등을 위한 건축사실무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건축에 대해 시민에게 알기 쉽게 다가가고 홍보할 수 있는 건축문화제 등의 시민참여형 행사를 올해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건축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김 회장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보다 도 예산이 30% 삭감됐음에도 행사 규모를 늘리다보니 집행위원 및 회원의 봉사를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어렵지만 그래도 도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행사기간도 3일에서 7일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소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화성행궁 정문 앞 광장으로 정해 도민과 함께 하는 경기 건축문화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31일부터 11월6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될 경기건축문화제는 제19회 경기도 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분과 계획부분, 제2회 경기학생건축물 그리기대회, 제2회 도시·건축사진 공모전·건축문화 답사, 건축영화 상영, 경기건축 아카데미, 건축 진로상담, 전시 등으로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설계만 가지고 먹고사는 시대 ‘끝’… 건축물 유지·관리 영역 확장해야

오는 2015년 경기도건축사회 창립 50주년을 대비해 경기도건축사회의 역사 정립과 경기도의 건축문화를 정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경기도 건축의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우리 건축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길을 찾을 것”이라며 “과거 개발중심의 건설에 한분야로만 인식됐으나 이제는 건축이 문화로 인정받아야 하며 문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건축이 중심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건축사들은 현재 친환경, 한옥 등의 각종 전문분야의 도입 등으로 자발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가고 있다”며 “지금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는 법안 몇 개가 위기의 건축 산업을 구하기 위한 처방이 될 수 없다. 업계가 건축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세계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국민들에게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건축설계업계도 설계만 가지고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며 “건축물의 유지관리, 건축공사, 사업관리,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건축 분야의 변화에 방향을 제시했다.

건축은 건축사가 사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사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건축사도 서로의 복리를 증진하고 협동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건축 기본법에서 명시한 건축 진흥과 서비스산업 진흥법의 제도를 활용해 경기도 건축 지원센터 설립 등 도민 홍보상담과 회원 휴게복지센터로 활성화 할 수 있도록 경기도 건축사 회관이 국민과 함께 하는 경기도건축사회로 만들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글 _ 최원재 기자 chwj7@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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